본문 바로가기
책 - 기독교/선교

김치 하나도 포기 못한 선교사 (유병국 지음, 코람데오 펴냄)

by 서음인 2016. 6. 1.

선교한국에서 실시하는 Mission Perspectives 라는 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 우선 강사들의 면면이 한국에서 내노라하는 선교단체의 대표급들로 아주 화려했고, 과연 명불허전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명강의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중에도 카리스마가 넘치는(?) 외모와는 달리, 입을 열자마자 바로 참석자들의 배꼽을 잡게 만들었던 한 분을 기억한다. 그가 바로 10여년 동안 서부 아프리카의 감비아에서 WEC 선교사로 활동하다가 귀국하여 WEC 한국본부를 창설했고, 지금은 이 단체의 국제선교동원 본부장으로 섬기고 있는 이 책의 저자, 유병국 선교사이다. 저자가 10년동안 정들었던 감비아를 떠나 WEC 한국본부를 창설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이 책의 후속편 김치선교사 땅끝까지 런런런 (홍성사) 을 재밌게 읽고, 그책을 통해 이 책, 김치 하나도 포기 못한 선교사의 존재를 알고 있던 나에게 서점에서 발견한 이 책은 아주 반가왔다.

 

이 책은 애환과 고뇌, 실패와 좌절을 통해 한사람의 사역자로서 성숙해가는 한 한국인 선교사의 고백록이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있는 성공의 이야기들로 가득 찬 선교보고서들과는 달리 저자가 겪은 우스꽝스럽고 어처구니 없는 실수와 실패의 경험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책의 이야기는 너무도 인간적이고 진솔해서 이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든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희노애락을 가진 연약한 인간일 수 밖에 없는 선교사들의 고뇌와 애환에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결국에는 코끝이 찡해지게 만들고야 만다. 그러다가 그러한 어려움과 좌절의 상황에서도 하나님만을 신뢰하면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더구나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나오는 몇몇 이야기들과 비슷한 내용들을 단기로나마 현장에 방문했을 때 현장의 선교사님들에게 들었던 바 있기에, 복음의 불모지에서 누구에게도 말 못할 어려움을 겪으며 하나님 나라를 위해 분투하고 있을 그분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이 책의 내용이 더 큰 공감과 감동으로 다가온다.

 

아울러 이 책은 후방에서 선교를 지원하는 우리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혹시 우리는 선교지와 선교사들의 구체적 상황에 민감하기보다, 우리 자신의 맘속에 고정되어 있는 선입견을 가지고 선교지나 선교사를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가? 선교의 개념도, 선교의 패러다임도, 피선교지의 상황도 엄청나게 변하고 있는 21세기에 살아가는 우리들이 혹시 아직 19세기 선교의 모델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 채, 오늘도 선교지에서 묵묵히 땀흘리는 선교사들을 비판하고 정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선교사들을 너무도 영웅시하고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그분들이 겪고 있(을지도 모르)는 인간적인 실패와 어려움에 대해 오히려 맘의 문을 닫고 있지는 않은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