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 기독교/선교

기독교와 이슬람, 그 만남이 빚어낸 공존과 갈등 (김동문 지음, 세창출판사 펴냄)

by 서음인 2016. 6. 2.

요즘 들어 이슬람 국가들이 하나로 뭉쳐 한국을 20** 년까지 이슬람화하기로 결의했으며, 그러한 이슬람의 조직적이고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미 한국의 많은 부분이 이슬람화 되어가고 있다든지, 미국이나 서구 역시 이미 이슬람의 손아귀에 넘어가고 있다는 식의 음모론적 시각들을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시각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아랍어를 전공하고 총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후에 오랜 동안 아랍에서 생활해 왔던 저자는 이슬람 세계는 결코 하나의 범주로 묶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할 뿐 아니라 특별한 중심이나 구심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이슬람 국가들은 세계를 이슬람화하기 위한 거룩한 목적으로 똘똘 뭉친 종교 연합체가 아닌, 그들 상호간에도 다양한 이해관계로 뒤엉켜 있는 ‘국가’ - 자국과 국민의 이익을 위한 조직 - 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거룩한 종교적 수사들로 치장되어 있는 경우에도 그들이 실제로 추구하는 것은 정치권력과 경제적 이권이며,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이슬람이든 기독교든 종교의 이름으로 벌어진 모든 전쟁들은 실상을 들여다보면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가 원인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슬림의 경우는 기독교인과는 달리 개인의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무슬림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얻은 경우가 절대다수이기에, 무슬림이란 일차적으로 개인의 신앙이나 신념의 체계라기보다는 출생신분이요 사회적 법적 신분의 의미가 강하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저자는 종교행위에 무관심한 명목상의 무슬림에서부터 (이런 명목상의 무슬림들이 전체 무슬림의 80% 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고 한다) 정기적으로 사원에 출석하고 기도나 성지순례에 참여하는 ‘종교적’인 무슬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무슬림들’이 있을 뿐 특정 형태로 범주화할 수 있는 하나의 ‘무슬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또한 저자는 오늘날 “이슬람의 역습” 에 관한 예로서 제시되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은 실제로 여러 통계적 자료들을 통해 검증해 보면 과장되어 있거나 심지어는 실체가 없는 허구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특별히 한국 사회에서 아랍 무슬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부분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서슴없이 일반화를 추구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왜곡된 이슬람 이해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우리 옆에 살아가고 있는 무슬림들은 전체 무슬림을 대표해서 혹은 이슬람 전사로서 우리에게 와 있는 것이 아니며, 21세기를 살아가는 또 다른 인격체로서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 시대는 프리메이슨에서 이슬람, 주사파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조종하고 전복하려고 암약하고 있다는 수많은 음모론의 홍수 속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각각의 이론들은 선택된 소수에게만 허락된(!) 비밀스러운 정보들을 바탕으로 각자 나름대로의 논리로 무장하고 있다. 특별히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이슬람권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나 “이슬람의 역습”에 대해 주장하는 경향은, 예루살렘의 회복을 주장하는 특정 형태의 세대주의적 신학에 근거하여 아랍권에 관해 공격적 선교를 지향하는 몇몇 선교단체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듯 보인다. 음모론으로 세계를 설명하려는 대다수의 이론들이 그렇듯 이들의 주장도 진위 여부를 논하기 이전에 가장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틀려 있거나, 심지어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떠한 진리도 거짓이나 허위에 의해 입증될 수 없는 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