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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과학

과학자들은 종교를 어떻게 생각할까 (현우식 지음, 동연 펴냄)

by 서음인 2016. 6. 3.

1. ‘과학과 종교’를 학제적으로 연구하는 인지과학자이자 목회자로 현재 호서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는 이 책에서 지동설을 주창했던 코페르니쿠스에서 인간 게놈 프로잭트의 책임자였던 프랜시스 콜린스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역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겼거나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정립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던 15명의 과학자들을 선정하여 그들이 종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들에게 종교는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그들은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한다. 작은 판형으로 200여 페이지 남짓한 얇은 분량에 일반인도 읽을 수 있도록 비교적 쉽게 쓰여진 책이지만,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과학과 신학 전반에 걸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이 요구되며 일부 과학자의 경우 설명이 너무 간략해 정확한 이해가 쉽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 책 말미에 각 과학자들의 저서와 참고문헌을 소개하는 좋은 목록이 첨부되어 있어 이 분야에 흥미를 가진 독자들에게 좋은 공부 안내서와 독서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2. 이 책에서 다루는 과학자들은 전통적인 가톨릭 혹은 개신교 신앙에서부터 과정신학적 사고나 범재신론에 가까운 입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관이나 종교관을 지니고 있었지만, 모두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는 혹은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종교’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그리고 과학과 신학의 관계에 대해서는 (1) 서로 완전히 독립되어 있는 별개의 영역이라는 입장(독립 independence)과 (2) 별개의 영역이지만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대화 dialogue) 그리고 (3) 하나의 세계관 아래서 체계적 융합이 가능하다는 입장(통합 integration)으로 견해가 갈리지만, 그들 중 누구도 (4) 창조과학자들(극단적 성경 문자주의자)이나 무신론적 유물론자(과학주의자) 들처럼 과학과 종교가 대립되며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지배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생각(갈등 conflict)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3. 뉴턴은 “성경과 자연은 신이 주신 두 텍스트이며, 동일한 저자에 의해 쓰여진 이 텍스트들에는 한 분 하나님의 뜻이 담겨 있다”고 믿었다. 갈릴레오는 “성경의 목적은 하늘나라에 어떻게 가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지, 하늘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말해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썼다. 그리고 물리학자이자 신학자인 존 폴킹혼은 “어떤 경우에도 과학과 신학의 고유한 독립성이 훼손되어서는 안되며, 통합이라는(혹은 신앙이라는) 명분하에 과학과 신학 내에서 어떠한 부당한 제약이나 희생도 발생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상식의 차원을 넘어 이제는 진부하게조차 느껴지는 이 말들이 왜 아직도 한국교회 내에서 불신앙의 표현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는지, 자신들의 주장을 제대로 된 학문적 업적으로 입증할 능력도 생각도 없이 오로지 대중 강연에만 치중하는 유사과학(pseudoscience) 체계인 ‘창조과학’이 언제까지나 한국교회에서 ‘주류’로 대접받아야 하는지 ....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최근 활발하게 벌어지는 그리스도인 과학자들의 여러 움직임에 기대를 걸어 보기로 한다.


4.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생각을 간단하게 요약해 보기로 한다. (몇몇 학자들의 경우 과학적 신학적 배경지식의 부족으로 정확한 이해에 어려움을 겪었다.)


(1) 우주의 질서와 조화를 이루지만 우주보다 큰 우주적 영(cosmotic spirit)의 존재를 믿었으며, 과학은 종교에 의존하여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을 소유하고 종교는 과학에 의존하여 경이로운 우주의 질서를 발견하기에 양자의 관계는 상호의존적이라고 주장했던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


(2) 전통적인 기독교 교리가 가르치는 신의 존재를 부정했지만, 종교적 질문과 과학적 질문은 논리적으로 전혀 모순되지 않으며 과학에게는 지성의 겸허함이 종교에는 영성의 겸허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천재 이론 물리학자 파인만(Richard Feynman, 1918〜1988)


(3) 과학의 유물론과 종교의 초월성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으며, 양자의 갈등은 최대 다양성 원리(a principle of maximum diversity)에 의해 구성된 우주와 그 우주에 내재하고 그 전개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신학의 신 개념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고 믿었던 미국의 물리학자 다이슨(Freeman Dyson, 1923〜 )


(4)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 불가지론자였지만 과학과 종교를 모두 존중했고, 경험의 영역을 담당하는 과학과 궁극적 의미와 도덕적 가치를 질문하는 종교 사이에는 중첩이나 갈등이 존재할 수 없다는 ‘비중첩 교육권역 원칙’(NOMA principle) 모델을 제시한 20세기의 대표적 진화생물학자 굴드(Stephen Jay Gould 1941〜2002)


(5) 갈등모델이나 독립모델보다는 통합모델이 과학적 통찰과 종교적 성찰을 결합시키는 훨 씬 유용한 방안이라고 주장했고, 수학과 종교를 통합한 화이트헤드(A. N. Whitehead)의 과정모델을 통해 과학과 종교의 융합을 시도했던 물리학자 이안 바버(Ian Barbour, 1923〜2013)


(6) 과학과 신학은 상호 독립된 자율적 영역이지만 ‘비판적 실재론’(critical realism)과 같은 방법론을 공유할 수 있는 상동관계에 있는 시스템이며, 신은 과학과 신학에 의한(by) 증명의 대상이 아니라 과학과 신학을 통한(through) 이해의 대상이라고 주장한 물리학자이자 신학자 존 폴킹혼(John Polkinghorne, 1930〜 )


(7) 주교를 역임했던 가톨릭 성직자로 지동설을 주장하는 기념비적 저서인『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를 출간하여 근대 과학혁명의 비조가 된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1473〜1543)


(8) 성서와 자연이라는 위대한 두 책은 모두 신이 쓰신 텍스트지만 성서는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를 통해 표현되어 있고 자연은 조정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수학의 언어로 쓰여져 있기에 자연의 언어를 성서의 표현으로 반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 신실한 신앙인이요 위대한 과학자였던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


(9) 하나님이 인간에게 준 두 종류의 텍스트이자 하나의 진리에 도달하는 두 가지 길인 ‘성경’와 ‘자연’을 평생 신실하게 연구했으며,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는 종교적 명제가 수학과 과학을 통해 충분히 입증될 수 있다고 믿었던 위대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2〜1727)


(10) 신망 받는 수도사이자 위대한 과학자로 유전의 법칙을 발견하여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의 한계를 결정적으로 보완했을 뿐 아니라 현대 생명과학의 비조가 된 멘델(Gregor Mendel, 1822〜1884)


(11)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의 책임자로 진화는 하나님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어떻게 활동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과학과 신학의 조화를 위해 과학이 대답하지 않거나 대답하지 못하는 문제를 다루는 논리체계인 ‘바이오로고스’(Biologos)를 주창한 생명과학자인 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 1950〜 )


(12) 수학의 무한 개념을 통해 신과 우주 그리고 그리스도를 설명했고, 나아가 중세의 신비신학을 계승한 자신의 부정신학(negative theology)을 입증하려고 시도했던 신학자이자 수학자 니콜라우스 쿠자누스(Nicolaus Cusanus, 1401〜1464)


(13) 독실한 칼빈주의자로 신학적 사건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수학적 사례를 발견하여 수학을 통해 자신의 믿음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던 천재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 1707〜1783)


(14) 수학을 종교적 도구로 삼아 인간의 지성으로 정복될 수 없는 대상인 ‘절대적 무한’ (absolute infinity)이 ‘신’과 그 속성을 지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수학자 칸토르(Gregor Cator, 1845〜1918)


(15)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Gὃdel’s incompleteness theorems)를 중명해 과학적 지식의 한계를 밝히고, ‘극대긍정성’(the maximal positive property)의 구상을 통해 신의 존재를 수학적으로 증명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수학자 쿠르트 괴델(Kurt Gὃdel, 1906〜1978)


목차


책을 내면서 개정증보판에 부쳐 001 ㅣ 우주적 종교를 사랑한 아인슈타인 002 ㅣ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실험한 파인만 003 ㅣ 최대 다양성 논리를 제시한 다이슨 004 ㅣ 과학과 종교의 분리 독립 운동가 굴드 005 ㅣ 과학과 종교 통합의 개척자 바버 006 ㅣ 과학 시대의 종교를 리모델링하는 폴킹혼 007 ㅣ 과학 혁명의 종교 지도자 코페르니쿠스 008 ㅣ 과학과 종교를 모두 지킨 갈릴레오 009 ㅣ 신의 자연법칙을 규명한 뉴턴 010 ㅣ 신의 유전법칙을 발견한 멘델 011 ㅣ 신의 언어를 해독한 콜린스 012 ㅣ 신의 논리를 논증한 쿠자누스 013 ㅣ 신의 방정식을 증명한 오일러 014 ㅣ 신의 무한성을 정의한 칸토르 015 ㅣ 신의 존재를 증명한 괴델

참고문헌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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