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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인문/읽기쓰기

유시민의 공감필법 (유시민 지음, 창비 펴냄)

by 서음인 2017. 2. 2.

『유시민의 공감필법』은 최근 ‘글쟁이’에서 ‘현자’로 진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유시민이『창작과비평』창간 5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공부의 시대’ 특강에서 ‘공부와 글쓰기’라는 주제로 행한 강연과 질의응답을 간추리고 보충해 펴낸 책이다. 저자는 공부란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서 삶의 의미를 찾는 작업’이며, 다양한 공부길 중에서도 독서와 글쓰기야말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공부란 사실상 ‘독서와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으며, 그 목표는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나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책읽기   책에는 글쓴이가 파악한 인간과 세계의 본질, 그 사람이 찾은 삶의 의미와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이 들어 있다. 따라서 책을 읽을 때 비판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히지 말고 먼저 글쓴이가 텍스트에 담아둔 지식과 정보와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 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는 것, 책에서 위로를 받는 것도 훌륭한 공부다. 남이 쓴 글에 깊이 감정을 이입할 줄 아는 사람만이 책에서 얻은 것을 세상과 타인과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형성하는 토대로 삼을 수 있으며, 가상의 독자에게 감정을 이입하면서 글을 쓸 수 있다

 

글쓰기   글쓰기란 내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정보, 옳다고 믿는 생각, 느끼는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는 일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해야 글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으며, 그러려면 그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를 늘려야 한다. 어휘의 수준이야말로 곧 인식의 수준이다(그리고 어휘를 늘리는 유일한 방법은 독서다). 쉼없이 망각 속으로 스러지는 감정과 생각은 문자로 옮겨진 후에야 내 것이 되기에 글쓰기란 공부한 것을 표현하는 행위인 동시에 공부의 방법이기도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작은 노트나 스마트폰 메모기능을 사용해 느끼고 생각한 것을 바로바로 글로 옮기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좋은 글이란 소리 내서 읽었을 때 소리내기 편하고 듣기 좋고 뜻이 분명하게 전달되는 글이다.


 두 가지 단상   (1) 유시민은 이 책에서 “책을 읽다가 감정이 너무 강하게 일어나서, 그걸 가라앉히기 전까지는 텍스트를 더 읽어갈 수 없는 그런 순간”을 공부와 독서의 ‘결정적 순간’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고귀한 순간을 체험하지 못한 인생은 불행하다고 말한다. 과연 당신은 지금까지 걸어온 공부길의 여정에서 그 강렬한 황홀경(ecstasy), 심지어 신현(神顯, hierophany)의 순간과 얼마나 조우해 왔는가?   


(2) 얼마 전 어떤 분의 담벼락에서 세계는 방에 틀어박혀 책만 읽는 사람들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행동하는 소시민들을 통해 움직인다는 글을 접한 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생활인들의 성실하고 근면한 ‘노동’과 ‘작업’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 아름답고 더 정의롭게 바뀌기를 원한다면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지금까지 세상을 바꿔 왔던 것은 바로 노동과 작업을 위해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지만 “사람들의 머리를 끊임없이 망치로 내리쳐 왔던” 두껍고 고리타분한 책들과, 방구석에 쳐박혀 그 책과 뒹굴며 새로운 나와 더 좋은 세상을 꿈꾼 몽상가들이었다고 믿는다. 공부하지 않는 사람의 최종적 운명은 “끝없는 자기 정당화라는 영원회귀의 나락에 빠진 저주받은 수인(囚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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