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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인문/읽기쓰기

유럽의 명문서점(라이너 모리츠 글, 레토 군틀리 ‧ 아지 시몽이스 사진, 프로네시스 펴냄)

by 서음인 2016. 11. 23.

『유럽의 명문 서점』은 출판 기획자와 문학 평론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저자 라이너 모리츠가 유럽의 아름다운 서점 20군데를 선정하여 간략히 소개한 글에 저명한 사진작가인 레토 군틀리와 아지 시몽이스의 멋진 사진을 덧붙여 펴낸 책이다. 이 서점들은 상업화와 대형화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도 확고한 소신과 철학으로 나름의 입지를 다진 전문 서점 혹은 고서점들로, 대개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내 ‧ 외관 그리고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이런 책들이 흔히 그렇듯 저자의 현란한 설명보다는 서점의 이모저모를 잘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진들이 훨씬 눈에 잘 눈에 들어오며, ‘읽기’보다는 ‘보기’에 훨씬 좋은 책이다.


이 아름다운 책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천국은 거대한 도서관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소설가 보르헤스의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 책을 덮고 나니 생각이 약간 바뀌었다. 천국은 어쩌면 아름다운 서점의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러고 보니 이 책에 소개된 서점 중에 오래된 대성당이 서점으로 바뀐 곳이 두 군데나 있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친다. 유럽교회의 쇠퇴를 가슴아파하시는 분들에게는 신성모독적인 발언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하나님도 더 이상 사람들이 들지 않는 자신의 집이 서점으로 바뀐 것만은 기뻐하지 않으실까?


연일 쏟아지는 엽기적인 뉴스에 점점 마음이 피폐해지는 시절이다. 책 좀 읽는다는 나 같은 사람도 하루가 멀다하고 업데이트되는 추하고 더러운 막장드라마에 홀려 책 한자 넘기는 게 여간 힘들지 않으니, 혹시 이 사태야말로 사람들을 책으로부터 멀어지게 하여 인류 문명을 파국으로 이끌려는 사탄의 장난질일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추악한 현실을 정확히 꿰뚫고 제대로 저항할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가끔씩은 이런 아름다운 책 속에 있는 천국 속으로 망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유럽의 명문서점


렐루 서점 (포르투)

트로피슴 서점 (브뤼셀)

오귀스트 블레조 서점 (파리)

셀레시스 도미니크 서점 (마스트리히트)

부르크페어락 서점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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