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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역사

한국기독교 흑역사 (강성호 지음, 짓다 펴냄)

by 서음인 2017. 2. 22.

1. 한국교회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며, 이 위기의 원인과 실체를 밝히기 위해 다양한 층위에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 현대사를 전공하고 현재는 순천에서 책방을 운영하며 ‘가나안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는 저자는 ‘역사의 산물’인 한국기독교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 역사적 접근이야말로 매우 유용한 실천적 담론이라고 주장하면서, “한국기독교의 과거 청산 문제를 통사적으로 다루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2. 저자는 이를 위해 지금까지 현재를 신화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교회사를 재구성해 왔던 주류학계의 입장에 대항하여, 식민지 경험 ‧ 한국전쟁 ‧ 냉전 ‧ 군사독재 ‧ 산업화 등으로 이어지는 근 ·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한국기독교가 저질렀던 역사적 과오를 실증적으로 살핌으로서, 기존의 호교론적 교회사의 프레임에 맞서는 '대항기억'을 제시한다. 한국 기독교의 ‘흑역사’를 관통하는 일관된 흐름이나 압도적인 원인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이런 종류의 책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이념과잉이나 환원주의의 오류에 빠지지 않고, 시종일관 차분하고 실증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3-1. 저자는 이 책의 1부인 ‘식민지 경험과 한국기독교’에서 식민지 경험이 한국기독교에 남긴 부정적 유산을 조명한다. 저자에 의하면 한국기독교는 재산권의 보장을 골자로 하는 일제의 선교사 회유정책에 부응하면서 보수화되어 식민지배의 한 축이 되었고, 시국선전이나 후방후원을 통해 일본의 침략전쟁을 적극적으로 도우면서 국가주의의 논리와 군사주의적 사고방식을 내면화했으며, 해방 후에는 부일협력을 강제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행위로 정당화하면서 한국교회사에 대한 기억을 왜곡하고 통제했다.

 

3-2. ‘한국기독교의 왜곡된 정치참여’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의 2부에서는 한국기독교가 냉전논리를 내면화하면서 정교분리 원칙을 왜곡해온 과정을 살핀다. 저자에 따르면 기독교 - 특히 영락교회 - 는 해방 후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서북청년회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으며, 한국전쟁 이후로는 전쟁기념예배나 WCC 논쟁, 반공 서적의 편찬 등을 통해 한국 사회가 반공주의를 내면화하고 우상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자유당 정권하에서 이승만 장로를 당선시키기 위해 흑색선전까지를 포함한 대대적인 선거운동을 전개하였으면서도, 일제나 유신체제와 같은 불의한 국가권력에 대해서는 정교분리와 권세에 대한 순종이라는 명목으로 로마서 13장을 인용해가며 적극적으로 옹호해 왔다. 또한 한국교회는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 국가권력과 결탁하여 부당한 방식으로 부동산을 취득해 교회성장의 물적 토대를 마련해 왔다.

 

2-3. 제 3부인 ‘한국기독교의 사회적 추문’에서 저자는 주류로 부상한 한국기독교의 사회적 추문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한국교회의 성장이 모든 것을 양적, 물질적 가치로 환원하는 환원적 근대화의 궤적과 함께 하면서 ‘부동산에 저당잡힌 교회’가 되는 과정이자, 진리수호라는 명분을 빌미로 상대방에 대한 이해나 배려 없이 종교적 물리적 폭력을 휘두르는 ‘무례한 기독교’가 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랜드그룹을 포함한 몇몇 ‘기독교 기업'들은 종교를 노동자에 대한 억압과 폭력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4. 모든 역사 중에서도 교회사, 그중에서도 특히 내부자에 의해 씌어진 교회사는 “현재를 신화적(혹은 신학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재구성된 역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만일 역사가 “과거의 현재와의 대화(E.H. 카)”이거나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응시하는 일(하워드 진)”이라면, 이는 어느 정도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렇게 “기존 학계에 의해 구성된 역사”라는 토양 위에 세워진 한국교회에 총체적 위기가 닥쳤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그 위기를 넘어 환골탈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기억을 대체하는 대항기억에 의해 재구성된 역사”라는 완전히 새로운 토양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어쨌든 이 시의적절한 책이 위기를 맞은 한국교회가 부정(否定)을 통해 지양(止揚)으로 나아가는 여정에 귀히 쓰이게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과연 작금의 한국교회가 자신을 철저히 ‘허물고’ ‘다시 세울’ 용기와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목차

제1부 식민지 경험과 한국기독교

1. 한국기독교의 제도화

2. 침략전쟁을 지원하다

3. 반민특위와 한국기독교

4. 미완의 과거사 청산이 불러온 비극들


제2부 한국기독교의 왜곡된 정치 참여

5. 민간인 학살에 가담한 기독교인들

6. 부정선거에 협력한 한국기독교

7. 로마서 13장의 정치학

8. 한국기독교의 반공주의운동사

9.불의로 얻은 재물


제3부 한국기독교의 사회적 추문

10. 부동산에 저당 잡힌 한국기독교

11. 무례한 기독교의 탄생

12. 기독교기업의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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