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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사회/정치경제사회

만만한 노엄 촘스키 (데이비트 콕스웰 지음, 폴 고든 그림, 송제훈 옮김), 만만한 하워드 진 (데이비드 콕스웰 지음, 조 리 그림, 송제훈 옮김)

by 서음인 2017. 4. 9.

만만한 노엄 촘스키만만한 하워드 진은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성으로 평가받는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Noam Chomsky, 1928~ )와 역사학자 하워드 진(Howard Zinn, 1922~2010)의 생각을 알기 쉽게 풀어 쓴 입문서이다. 이 두 사람은 현재의 미국이 새 대통령을 뽑거나 법안 몇 개를 통과시키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으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권 대기업 주류언론의 카르텔로 이루어진 기존의 기득권 질서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국 지성계에 흔치 않은 급진주의적 지식인들이다. 지은이들은 각각 150여 페이지 정도의 지면에 촘스키와 진의 생애와 경력 및 주요 저서와 사상을 풍부한 일러스트와 재기 넘치는 서술로 잘 담아냈다.

노엄 촘스키 <시카고 트리뷴>에 의하면 역사상 가장 많이 인용된 열 명의 저자 중 한 사람이며 플라톤과 프로이트에 이어 역사상 최고의 지성 8에 선정되기도 한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Noam Chomsky, 1928~ )는 인간은 어떤 언어에도 적용될 수 있는 유전적인 보편문법을 타고난다고 주장하는 소위 변형생성언어학을 창시해 언어학의 영역에 혁명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일으킨 위대한 지성이자, 거대 기업이 국가와 세계, 정당과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국과 세계에 대한 허상을 벗겨내야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급진적 지식인이다. 촘스키는 미국을 포함한 서구사회는 통념과 달리 여전히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나뉘어져 있으며, 미국의 민주주의는 오로지 엘리트들 - 부자와 권력자들 - 만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정치란 국가의 통제권을 두고 경쟁하는 투자자들끼리의 상호작용이며, 미디어는 부자들과 권력자들을 위한 광고산업으로 그 역할은 엘리트 지배집단의 미덕을 믿도록 사람들의 정신을 훈련시키는 것이라고 일갈한다. 또한 부자들에게는 보조금을 안기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자유시장의 원칙을 강요하는 자유시장체제는 사실 부자들을 위한 복지사업에 불과하며, 미국의 외교정책은 민주주의의 전파와는 아무 관계도 없고 오직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촘스키의 주장에 대해 제임스 펙은 미국 역사상 촘스키보다 더 독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저자는 없었다. 그 어떤 지성계의 전통으로도 그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그 어떤 정당도 그를 끌어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는 어떤 이데올로기의 대변인도 아니다라고 평가한다.

하워드 진 노동계급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3년간 조선소 노동자로 일했고, 2차 세계대전에는 폭격수로 참전했으며, 평생 인권운동과 반전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미국 현대사의 양심하워드 진(Howard Zinn, 1922~2010)진 읽기, The Zinn Reader의 서문에서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나는 단 한 번도 객관성에 집착한 적이 없다. 객관적이라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본다고 밝히면서, “여성, 흑인, 인디언, 노동자, 그리고 급진주의자들과 저항세력의 관점에서 기록된 역사를 쓰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1980년에 그가 이러한 관점으로 쓴미국 민중사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2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가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역사책으로 등극했으며, 미국 역사 연구에 혁명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불러일으켰다. 당대의 역사와 정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역사책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 책에서 하워드 진은 기존의 역사와는 달리 소수의 지배 엘리트 대신 절대다수의 민중에게 초점을 맞추며, 자본주의가 진전되고 있는 사회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투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컬럼비아 대학 교수인 역사학자 에릭 포너는 전통적인 역사학과 마치 사진 원판과 인화된 사진과도 같이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이 서로 바뀌어 있는미국 민중사에 대해 이 책에서 진이 초점을 맞춘 흑인, 인디언, 여성,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저항세력 아니면 피해자로만 그려졌으며, 덜 극적이지만 훨씬 일반적인 유형의 사람들, 즉 어려운 상황에서도 먹고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면서도 존엄성을 잃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도, “기존의 역사학에 대한 훌륭한 해독제인 이 책이 새로운 세대의 학생들에게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고 평가한다.

촘스키나 진의 책을 읽는 것은 항상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내가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혹은 알고 있다고 믿고 싶어하는 생각과 너무 다른 이야기들을 쉴새없이 쏟아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주장이 사실일 개연성이 꽤 높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과연 얼마만큼의 실체적 진실을 담고 있는지 정확히 판단할 능력은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경험에 비추어보면 촘스키가 말한 대로 알고 싶지 않은 추악하고 고통스러운 진실과 마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개인적인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우리가 계속 진실을 외면한다면 부와 권력을 쥔 사람들이 미디어를 이용하여 그들이 만들어낸 억울한 희생자들을 계속 비난할 것이고 ...... 언젠가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나 심지어 우리 자신을 미디어에 의해 외면당하고 버림받을 다음 차례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검찰총장에서 세월호 유족에 이르기까지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죄다 좌파나 나쁜 사람’ 으로 몰아붙여 탄압하고 공직에서 몰아내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감시하는 만행을 저지르다가 마침내 파면당하고 감옥에 들어간 박근혜 및 그 공범들인 재벌과 수구언론들의 야만스러운 행태를 보면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우리가 자본-권력-언론이라는 사이비 삼위일체가 내뿜는 현란하거나 위협적인 레토릭 앞에서 반드시 비판적 사고끊임없는 질문을 습관화해야 하는 이유다.

<만만한 노엄 촘스키>

<만만한 하워드 진>

<만만한 노엄 촘스키> 중 ......

<만만한 하워드 진>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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