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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연구훈련/성경보물 2017

성경의 숨겨진 보물들 (4) 다양한 관점으로 계시록 읽기 (후기)

by 서음인 2017. 8. 21.

1. 지난 주 토요일 요한계시록 공부를 마지막으로 <성경의 숨겨진 보물들>이라는 제목으로 4주 동안 청년들과 함께했던 성경공부를 모두 마쳤습니다. 귀한 기회를 허락해 주신 청년부 담당 김제훈 목사님과 부감 이영준 집사님께 감사드리고, 부족한 리더와 함께하느라 힘들었을 일곱 분의 청년들께 정말 수고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성경에서 “지루하거나, 어렵거나, 중요하지 않거나, 위험하다”는 이유로 잘 다뤄지지 않는 본문의 대표로 족보와 명단, 레위기, 룻기, 요한계시록을 뽑아 매주마다 교재를 만들고 공부를 준비하고 인도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만, 리더의 부족함을 넉넉히 채워주고도 남는 훌륭한 청년들과 함께 말씀을 나눈 일은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2. 이번 주에 다룬 주제는 요한계시록이었습니다. 제 의도는 계시록을 과거 ‧ 현재 ‧ 미래 ‧ 초시간적 상징의 눈으로 읽는 중요한 해석의 방식들 - 과거주의, 역사주의, 미래주의, 상징주의 - 을 소개하고, 하늘의 예배(4-5장) ‧ 일곱 인의 심판(6장) ‧ 두 증인(11장) ‧ 여자와 용 그리고 짐승(12-13장) ‧ 악의 세력에 대한 심판(18장)과 같이 몇몇 잘 알려진 본문들에 각각의 해석틀을 적용해 여러 시각으로 읽어봄으로서, 우리 청년들에게 앞으로 만나게 될지도 모를 어떤 희한한 계시록 해석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는 ‘맷집’을 키워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잠시 언급만 하고 넘어가려고 했던 여러 “천년설”에 몇몇 청년들이 관심을 보이며 시간이 많이 지체되는 바람에 아쉽게도 마지막 본문들은 간단하게 설명만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계시록 공부를 하면 누구든 당연히 잘 알려진 이슈인 “천년왕국”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제 실수였습니다. 앞으로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계시록 공부는 두 차례로 나눠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3. 청년들에게 계시록을 읽는 다양한 관점을 소개했고 그 중 한 관점만이 유일하게 옳다고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계시록 읽기에 대한 제 개인적인 견해는 명확합니다. 주로 리챠드 보쿰의 『요한계시록 신학』(한들출판사), 크레이그 퀘스터의 『인류의 종말과 요한계시록』(동연), 마이클 고먼의 『요한계시록 바르게 읽기』(새물결플러스), 마이클 윌콕의 『새 하늘과 새 땅 - BST 요한계시록』(기독지혜사, IVP)같은 책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한 마디로 요한계시록은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이 아니라 현실과 확고하게 연결되어 있는 현실 너머의 또다른 실재를 보여주는 <매트릭스>의 ‘빨간 약’이라는 것입니다.

(1) 요한계시록은 일차적으로 과거에 뿌리박고 궁극적으로는 미래를 지향하지만, 압도적으로 현재에 대해 이야기하는, 예배와 행동을 위한 - 예전적 (ritual) 인 동시에 정치적 (political) 인 - 텍스트이다. 이 사실을 망각한다면 요한계시록은 초대교회의 역사를 복원하기 위한 여러 유용한 사료 중 하나이거나, “종말”이라는 이름을 가진 정교하지만 위험한 그림맞추기 퍼즐을 위한 조각들의 모음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계시록의 핵심 키워드는 종말, 휴거, 일곱, 말을 탄 네 사람, 적그리스도, 666, 심판, 복수가 아닌 보좌, 어린양, 예배, 증인, 순교(자)와 같은 단어들이다.

(2) 요한계시록은 미래의 사건을 시간의 순서대로 계시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기적 순서로 명확히 분류되지 않은 일련의 환상들을 통해 경고의 메시지와 권면의 메시지를 번갈아 전함으로 성도들이 지속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고 신실함을 유지하도록 인도한다. 요한계시록은 미래여행을 위한 타임머신이 아니라 현실 너머의 또다른 실재를 보여주며 성도들의 인내와 결단을 촉구하는 <매트릭스>의 ‘빨간 약’이라고 할 수 있다.

(3) 요한계시록의 목적은 죽임당하고 부활하신 하나님의 어린 양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신자 공동체로 하여금 시민 종교를 거부하는 예배와 증언을 기꺼이 감당하는 더 신실하고 더 선교적인 공동체가 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요한계시록은 고난 받는 성도들에게는 인내를, 중간지대에 살아가는 성도들에게는 결단을, 평안하다고 느끼는 성도들에게는 각성을 촉구하며, 이 과정에서 세상에 저항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참된 무기는 무력이나 폭력이 아닌 어린 양의 피와 자신들이 증언한 말씀 그리고 순교까지도 감수하는 희생이다.

(4) 따라서 요한계시록은 허접한 종말의 시간표로 성도들을 미혹하는 일부 ‘양복 입은 무당들’ 때문에가 아니라, 모든 형태의 우상과 시민종교를 전적으로 거부하는 강력한 반제국주의적 메시지 때문에 진정으로 위험한 책이 된다. 만약 누군가가 지금까지 누려온 일상과 예배의 평온함과 안락함을 계속 유지하기 원한다면 이 위험한 책을 계속 ‘봉인한 채로’ 남겨두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4. 마지막으로 한 가지, 4주간 성경공부를 준비하면서 사람의 천성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천성이 게으른 저는 학교 다닐 때도 항상 벼락치기 공부의 귀재였습니다만, 이번 공부를 준비하면서도 매번 주초에는 다른 책 들여다보며 실컷 놀다가 목요일 저녁부터 슬슬 시동을 걸어 금요일 밤을 꼴딱 새가며 교재를 만들고 성경공부를 준비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이 도래한다면 이 게으른 '옛 사람'도 부지런한 '새 사람'으로 바뀔 수 있으려나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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