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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저자/레슬리 뉴비긴

종결자 그리스도 (레슬리 뉴비긴 지음, 도서출판 100 펴냄)

by 서음인 2018. 6. 29.

『종결자 그리스도』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탁월한 선교사요 신학자였던 레슬리 뉴비긴 주교가 예일대학교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그리스도의 종결성”을 주제로 행한 강좌의 내용을 수정하여 펴낸 책이다. 저자는 과학의 발전과 역사주의적 사고의 확산, 세계종교에 대한 지식의 확대, 식민주의에 대한 서구인의 극심한 가책과 같은 다양한 이유로 인해 20세기를 살아가는 서구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종결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가 어려워졌지만, 종교적 논의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기독교적 헌신을 버린 채 ‘객관적’ ‘중립적’ 관점에서 다른 종교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20세기를 살아가는 헌신된 기독교인이라는 토대에 서서 ‘그리스도의 종결성’에 대해 새롭게 진술한다.

 

복음의 총체성  복음은 모든 사람들에 대한 그리고 그들의 총체적 삶에 대한 결정적인 사건에 관한 소식이다. 이것은 전 세계적이고 우주적인 용어로 묘사되었으며, 이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모든 목적이 이 사건에서 성취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 소식은 역사 속 특정 시점에서 발생하였으며, 신약성경의 저자들은 기록된 것들이 실제로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것과, 그것들을 세속역사의 연속성 안에 정확히 위치시키는 것에 엄청난 중요성을 부여했다. 개인의 체험과 결단으로 이루어진 순전히 개인적이고 영적인 세계(의미사적 geschichtlich)와 역사적으로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외부 세계(역사적 historich) 사이의 이분법을 거부하는 것이 복음 메시지의 특징이며, 복음을 믿는다는 것은 개인의 영적인 삶에 대한 총체적인 해석뿐 아니라 세계 역사에 대한 총체적인 해석에 헌신하는 것이어야 한다.

 

복음과 세상 그리고 구원   이러한 복음은 하나님과 무관한 인간의 경험과 그 경험을 토대로 한 인간의 지혜에 대해 이중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 복음은 종교적이든 세속적이든 다른 경험에 기초한 지혜로부터의 근본적인 단절과 회심을 요구하고 또한 그런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이러한 단절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심사숙고한 후에 하는 말은 그들이 회심 후 만난 하나님은 이제까지 내내 자신을 다루어 오셨던 바로 그 분이셨다는 것이다. 이는 심지어 사람들이 예수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그분을 알지 못했을 때조차도 그분은 결코 증거 없이 계셨던 적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가 복음을 거부함으로서 구원의  가능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복음을 제시받아본 적이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진행 중이며 완성된 하나님의 사역에서 필연적으로 배제된다고 단언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구원받는 사람의 숫자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타인의 구원에 대해 판단하는 대신) 지금 이 세계에서 회개하고 믿고 그분의 뜻에 따라 헌신하는 것이다.

 

종결자 그리스도   예수 그리스도의 종결성에 대한 문제는 단순히 기독교 또는 복음과 다른 종교들의 관계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그리스도의 종결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복음 안에 제시된 그리스도가 총체적 역사에 대한 해석의 열쇠라고 주장하는 것이며,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과 부활속에 하나님 자신이 전무후무한 방식으로 현존하고 계셨고 그런 까닭에 만물의 의미와 기원과 그 종말이 드러나게 되었다는 사도들의 판단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는 그리스도에 대한 확신과 그리스도를 섬기려는 헌신이 우리에게 총체적 인간 역사를 참으로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을 부여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종결성을 주장하는 것은 인류 대다수가 어느 날 기독교인이 된다고 주장하거나 아니면 다른 모든 사람들이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헌신을 나누는 사람들의 교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께 헌신하는 것이 창조세계 전체를 향한 하나님의 목적에 진정으로 부합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복음과 교회   따라서 복음과 기독교 사이의 완전한 분리는 있을 수 없으며, 그리스도에 대한 종결성을 주장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핵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가 아닌 기독교나 교회의 특정한 형태가 ‘종결적’이라고 불릴 수는 없으며, 교회가 새로운 인간의 상황에 직면하여 최초의 증언을 재해석하는 대담함을 지닐 때만 그리스도의 종결성에 대한 주장을 분명하고 효과 있게 만들 수 있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믿음이 신자들에게 인간 역사에 대한 총체적인 전망이나 세부적인 지도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모시며 헌신하는 친교 속에서 살아가는 공동체는 인간 역사에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역사 속 건설적인 행동에 올바르게 헌신할 수 있다.  인간 역사의 한가운데서 하나님의 성품과 뜻은 성공이 아니라 거부에서 드러나며, 하나님께 대해 신실한 것과 역사 속에서 성공하는 것 사이에는 단연코 어떤 상관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은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믿음 때문에 패배가 승리가 된다는 것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인간의 어리석음과 사악함이 가장 끔찍하게 승리하는 곳에서조차 하나님의 승리에 대한 증거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믿음의 눈에 나타날 것)이다.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책임 있는 자녀로 자유롭게 되는 사람들을 보는 곳이나, 개인과 개인 그리고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의 상호 책임이 성장함으로 보는 곳이나, 사람들의 삶에 바쳐진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을 보는 곳이라면 심지어 그리스도의 이름이 인정되지 않는 곳에서조차 하나님이 역사하고 계시며 하나님의 동역자로서 부름 받았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대조적으로 정반대 과정의 역사가 있고 인간이 노예화되고 있으며 상호 책임이 거부되며 그리스도의 성품에 반대되는 것들이 사람들에게서 나옴을 보는 곳이라면 사탄이 역사함을 의식해야 하며, 그리스도인들은 이에 저항하도록 부름받았다.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친교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에서 중심이 되는 것이지만 하나님의 구원계획은 이 가시적인 친교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개종  개종이란 믿음으로 하나님의 통치를 미리 맛보고 이 통치에 참여하고 대리하는 자가 되기 위해 돌아서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개종자가 저버린 믿음에 대한 매우 날카로운 방식의 부정적인 판단을 함축한다. 세례를 받고 교회에 등록하는 순간 개종자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계시의 종결성과 그 계시에 대한 응답의 일부로서 공동체와 새로운 행동양식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게 되는 것이다. 내적인 마음과 생각의 돌이킴, 가시적 친교에의 헌신, 어떤 행동방식에 대한 헌신은 총체적인 회심의 실상에서 처음부터 본질적인 요소다. 그리스도께서 취하신 행동의 특징은 시종일과 철저한 회개와 회심, 세례에 대한 요청이었으며, 모든 족속과 백성에 대한 그리스도의 주되심의 보편성은 모든 족속들을 있는 그대로 두기 위한 근거가 아니라 모든 사람과 모든 족속에게 회개를 가르치는 교회의 선교에 대한 결정적인 근거가 된다. 개종은 단순히 주어진 공동체에 편입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그분의 통치의 확대는 자기 백성이라 불리는 공동체의 확대와 단순히 동일시되지 않는다. 성령님의 새로운 활동인 개종은 그 결과의 하나로서 기존 공동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며, 참된 개종은 위로부터의 새로운 창조와 기존 신자들의 공동체와의 관계를 함께 수반한다. 

 

개종의 목적  기독교인이라는 말의 고유한 의미는 세례를 받은 사람, 성만찬을 정기적으로 나누는 사람, 성경을 성실히 공부하여 사도들의 가르침에 머무는 사람, 그리고 기도와 봉사의 공동생활에 참여함으로서 성도의 교제에 머무는 사람을 의미한다. 개종이 그 입구가 되는 그리스도인들의 특권들은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배타적인 주장이 아니라 하나님의 복된 계획을 수행하는 특별한 책임을 위해 선택된 특권이며, 그들의 기쁨은 자신들이 구원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고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며 하나님의 통치가 확장되는 것 때문이다. 성경에는 이 구원의 목적이 이를 깨닫고 있는 대리자들을 넘어서 확장될 것을 시사하는 많은 암시가 있으며, 하나님께서 누군가를 개종시키는 것은 단지 구원받은 자로 개종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전체 구원계획에 대한 증표이자 도구로 개종시키는 것이다.

 

이 책은 21세기의 복음전파나 선교의 현장에서 반드시 접하게 되는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뉴비긴은 예수 그리스도의 ‘종결성’에 대한 전통적인 기독교의 확신을 견지하며, 회심과 개종과 선교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동의한다. 그리고 복음이 사적 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세상의 역사 전체를 이해하는 실마리이며, 교회가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견해를 지지한다. 그러나 그는 교회를 하나님 나라와 동일시하거나 그리스도가 아닌 기독교의 ‘종결성’을 주장하지는 않으며, 그리스도인의 교제가 하나님 나라의 핵심이기는 하지만 구원이나 섭리를 포함한 하나님의 경륜이 교회의 울타리에만 한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암시함으로서 전통적인 “배타주의”의 입장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근본주의자들에게는 의심스럽고 비복음주의자들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뉴비긴의 입장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은 “경건한 불가지론”이 될 것이다.

 

선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뉴비긴은 내 멘토가 되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저자 중 한 분으로 남아 있다. 그리스도를 주요 구주로 믿고 고백하면서도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고, 구원이 곧 나와 다른 타자를 기꺼이 지옥으로 보낼 수 있는 심판관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라고 여기는 대신 타종교인과 무신론자들 가운데 이미 하나님이 주신 선하심에 감사하면서도 겸손히 맡겨진 복음의 소명에 집중하라는 뉴비긴의 가르침이 나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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