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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세계/빈곤기아개발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외 지음, 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

by 서음인 2019. 11. 2.

스웨덴에서 태어나 통계와 의학과 공중보건을 공부했고, 모잠비크에서 지역 보건 담당 의사로 일했으며, 스톡홀름 의과대학에서 세계보건 교수로 근무하면서 갭마인더 재단을 세워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통해 세상에 대한 무지와 싸워 왔던 저자는, 지난 20년간의 경험을 통해 전 세계의 각계각층을 망라한 모든 집단이 세상을 실제보다 더 무섭고, 더 폭력적이며, 더 가망 없는 곳으로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오해는 오래되고 낡은 지식과 자극적인 이야기만 보도하는 언론, 그리고 극적인 것에 열광하는 인간의 성향에 의해 조장되는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세상은 겉보기만큼 그렇게 극적이지 않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좋아져 왔으며 이제까지 놀라운 진전을 이루어왔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을 조장하는 열 가지 본능과 이 본능을 억제하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서, 독자들이 사실 충실성(factfulness)에 근거한 세계관'을 발전시키고 그들의 힘을 세상을 더 좋아지게 하는데 사용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저자가 지적하는 사실충실성을 방해하는 10가지 본능과 그 해결책을 간략히 요약한 후 간략한 단상을 덧붙이도록 한다. 



사실충실성(factfulness)을 방해하는 10 가지 본능과 그 해결책 



1. 간극 본능   간극본능은 모든 것을 서로 다른 두 집단으로 나누고 둘 사이에는 거대한 불평등의 틈이 있다고 상정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세상이 거대한 간극을 사이에 둔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라는 두 개의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발전했으며, 사람들이 간극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중간 단계(2, 3 단계)에 세계 인구의 75%가 몰려있다세계를 소득에 따라 (두 단계가 아니라) 네 단계로 구분하는 방식은 사실에 근거한 사고의 틀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사진 1, 2)

 

2. 부정 본능   부정 본능은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주목하는 본능이다.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보다 우리에게 전달될 확률이 훨씬 높고, 어떤 상황이 점점 좋아져도 그것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은밀하고 조용하게 이루어지는 인류 발전의 기적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의 극빈층 비율은 29%에서 9%로 줄었고, 오늘날 세계의 기대수명은 72세로 40년 전보다 10살이 늘었다. 현 상황은 아직 나쁠 수 있지만 대부분 꾸준히 좋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3. 직선 본능   직선 본능은 우리가 통계 수치를 볼 때 현재의 추세기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본능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직선으로 이어지는 추세는 매우 드물며 많은 추세가 직선보다는 S자 곡선이나 미끄럼틀 곡선, 낙타 혹 곡선, 2배 증가 곡선으로 진행된다. 오늘날 세계 인구는 76억이고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극빈층의 감소와 함께 아동 인구의 증가세는 멈추었기 때문에 21세기가 끝날 무렵에는 인구 곡선이 100에서 120억 사이에서 평평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4. 공포 본능   공포 본능은 신체 손상, 감금, 오염에 대해 두려워하는 본능이. 공포는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지만 위험하지는 않은 것에 주목하게 하고 실제로 매우 위험한 것은 외면하게 한다. 자연재해(총사망자의 0.1%), 항공기 사고(0.001%), 테러(0.05%)의 사망자 수는 극히 낮지만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다. 공포 본능을 자극하는 언론 때문에 세계는 실제보다 더 무서워 보이며, 어떤 대상의 위험성은 두려움이 아니라 실제 위험에 노출되는 정도를 곱한 수치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5. 크기 본능    크기 본능은 숫자 하나나 소수의 사례만 보고 그 중요성을 오판하는 것이다. 어떤 통계수치 하나나 특정 사례가 인상적으로 보이더라도 관련 있는 다른 수와 비교하거나 전체 사례와 비교해 보면 정반대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본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망 원인이든 예산이든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문제를 먼저 해결하며(80/20의 법칙), 국가 간 지역 간 비교에서는 총량보다 1인당 수치를 비교해보아야 한다


6. 일반화 본능   일반화 본능이란 모든 사물을 범주화하거나 일반화해 판단하려는 본능이. 내가 가진 범주에 의문을 품고 사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더 나은 범주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집단 내 차이점과 집단 간 유사점/차이점을 찾으면서 범주의 적절성을 점검해야 하고, 예외사례를 일반화하거나 하나의 집단을 다른 집단으로 일반화할 때 주의해야 한다.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종교나 문화, 국가와 같은 범주가 아니라 소득이다.

 

7. 운명 본능   운명 본능은 타고난 특성이 사람, 국가, 종교, 문화의 운명을 결정하기에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변화가 느린 탓에 늘 똑같아 보일 수 있지만 사소하고 느린 변화라도 조금씩 쌓이면 큰 변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본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점진적 개선을 추적해보고, 지식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가장 변화가 힘든 경우는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곳과 가까운 곳에 살면서 척박한 땅에서 농사짓는 농부들의 경우다.

 

8. 단일 관점 본능   단일 관점 본능은 모든 일에 단일한 원인과 단일한 해결책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모든 문제를 이해하는 단 하나의 방식이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단 하나의 해법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당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주목해야 하고, 내 분야를 넘어서까지 전문성을 주장하지 말아야 하며,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데이터에 주목해야 하고, 모든 문제는 절충해 가면서 사안별로 해결해야 한다.

 

9. 비난 본능   비난 본능은 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이다. 이 본능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중요성을 과장하고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과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방해한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해 비난하기 보다는, 더 유력한 용의자인 제도나 체계 같은 사회 기반이나 기술에 주목해 비슷한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10. 다급함 본능   다급한 본능은 위험이 임박했다고 느낄 때 즉각 행동하고 싶어하는 본능이. 그러나 지금 아니면 절대 안되는 경우나 이것 아니면 저것인 경우는 거의 없다. 정확한 예측을 자신하는 사람들과 성급한 조치를 경계하면서 먼저 데이터에 집중해야 한다. 정말로 걱정해야 하는 세계적 위험 다섯 가지는 세계적 유행병, 금융 위기, 3차 세계대전, 기후변화, 극도의 빈곤이다. 그 중에서도 극빈층 8억 인구에게 생존을 위한 기본 요건을 빨리 충족시켜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과제.



개인적 단상


 

나는 세상이 우리가 가진 선입견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으며 지금도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에 갇혀 그 사실을 깨닫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리고 그런 낡은 세계관에 갇힌 사람들이 못사는나라의 국민들을 일방적으로 무시 내지는 폄훼하거나, 실제로 더 이상 그들에게 필요 없는 도움을 주겠다고 선심을 쓰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우리가 세상을 더 좋아지게 하려면 저자의 생각처럼 사실에 근거한세계관에 입각하여 제한된 인적 물적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우리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어떤 상태에 있으며 실제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그들에게 아직 긴요하지 않거나 더 이상 필요치 않은 도움을 주면서 생색을 내거나 그 도움을 거부한다고 화를 내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의 생각에 100% 동의한다 해도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세상은 절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안락한 방 안에서 이 책이 알려주는대로 세상이 그렇게 좋아졌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때로 너무 느려서 전혀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아주 작은 진전을 이루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열악한 현장에서 땀흘리고 있으며, 바로 그러한 노력이 쌓여 저자가 알려주는 놀라운 진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저자의 생각대로 그들 주 일부가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을 조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아니었다면 결코 그 진보가 일어날 수 없었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사실충실성에 근거한 세계관의 전환은 매우 중요하지만, 당신의 몸과 지갑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

 



사진 1. 네 단계 소득수준의 삶



사진 2. 세계 여러나라의 소득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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