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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세계/빈곤기아개발

나눔은 어떻게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 (변광배 지음, 프로네시스 펴냄)

by 서음인 2016. 5. 31.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이 마르셀 모스조르쥬 바타이유, 자크 데리다장 폴 사르트르와 같이 20세기를 대표할만한 지성인들의 기부에 대한 사상, 특히 그중에서도 기부의 순수성 여부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살펴봄으로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부 현상을 ‘이론적’으로 이해하고 효과적 실천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참, 철학자들이란....

 

1. “증여론”의 저자인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는 고대사회에서 행해졌던 증여의식의 일종인 포틀래치에 대한 그의 유명한 연구를 통해 기부행위란 실제로는 받은 만큼 주어야 하는 ‘상호성의 원칙’에 의해 지배되며, 대가를 전제로 하는 일종의 교환이요 거래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서 순수한 기부의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러나 프랑스 사상가 조르쥬 바타이유는 그의 책 “저주의 몫”에서 비생산적인 소비(심지어는 낭비)야말로 궁극적인 인간 경제활동의 목적이라는 그의 “일반경제”이론에 기초하여, 설령 기부가 모스의 주장대로 경제적 이성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라고 해도 ‘기부에 따르는 댓가’ 라는 금기를 끝까지 전복하고 위반함으로서 자발적이고 비경제적인 순수 기부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 프랑스의 해체주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순수한 기부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기부자와 기부 수혜자가 무의식적 차원에서도 기부행위를 인지해서는 안되지만 (절대망각), 기부 행위가 벌어지는 찰나의 순간을 제외하고는 그것이 불가능하기에 결국 모든 기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스가 말한 “교환행위”로 변질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함으로서 현실 속에서 순수한 기부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우리가 자신의 소유물을 타인에게 주는 행위는 그를 주체성의 상태에서 객체성의 상태로 끌어내리는 행위이기에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부행위에서 기부자의 ‘주체’이라는 독을 제거해야 하며, 기부의 주체인 기부자의 이름을 빼는 행위, 즉 익명의 기부를 시행함으로서 순수한 기부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이러한 사르트르의 결론에 따라 익명의 기부를 통해서만 기부의 순수성이 유지될 수 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3.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겠다. (1) 익명의 기부만이 ‘순수한’ 기부일까? (2) ‘순수하지 않은’ 기부는 과연 모두 나쁜 것일까?

 

(1) 자크 엘륄은 그의 책 “하나님이냐 돈이냐”에서 댓가를 기대하지 않는 순수한 거저 줌이 일어날 때 돈의 권세가 은혜의 질서에 의해 완벽하게 무릎을 꿇게 된다고 강조함으로서 순수한 기부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봉헌과 기부는 인격적 관계를 전제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서 수혜자와의 인격적 관계를 맺을 수 없는 익명의 기부에 대해 부정적이다.

 

(2) 손봉호는 그의 책 “고상한 이기주의”에서 인간은 죄인이기에 이기심이라는 본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따라서 하나님께 인정받기 위해서 이웃에게 덕을 끼치는 행위는 (즉 하나님께 상급이라는 ‘댓가’를 얻기 위해서 이웃에게 기부하는 행위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고상한 이기주의’이며, 심지어는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그런 이기주의자가 되기를 원하신다고 말하고 있다, 즉 인간이 아닌 하나님의 ‘상급’을 기대하는 ‘교환행위’로서의 기부는 정당할 뿐 아니라 권장할 만한 일이라는 것이다.

 

4. 기부! 누구 말이 옳을지 따지는 것보다는 실천이 더 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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