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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세계/빈곤기아개발

식량의 제국 (제니퍼 클랩 지음, 이상북스 펴냄)

by 서음인 2016. 5. 31.

1.오늘날 우리가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가공식품은 생산 가공 유통 판매 등을 포괄하는, 세계식량체계 global food system 라 불리는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친 후에야 우리에게 도달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러한 전 지구적 과정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요인들, 특히 그 정치경제적 요인인 세계식량경제 global food economy 에 대해 분석한 후 그에 대항하여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저항운동과  대안들을 소개하고 있다.

 

2. 저자에 의하면 오늘날 세계식량경제는 세계식량체계의 급속한 세계화로 인해 생겨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중간지대를 장악하고 이를 뒷받침할 국제무역규범과 지배시스템들을 만들어내는 정부, 민간재단, 초국적기업, 금융자본에 의해 좌우되고 있으며, 그 결과는 (1) 글로벌 식품산업의 등장과 먹거리의 상품화 (2) 세계식품시장의 불균형과 변동성 증가로 인한 식품가격의 상승과 빈부격차의 심화 (3) 산업형 농업의 도입에 따른 생물다양성의 감소와 화학투입재로 인한 토양오염 등과 같은 수많은 문제들로 나타나고 있다

 

3.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세계식품시장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국가정책과 민간재단 및 다국적 개발기구의 지원으로 전 세계에 보급된 산업형 농업모델은 세계식량경제를 빠르게 세계화 산업화시켜 부유한 산업국가들의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세계식량체계를 형성하는데 일조했다. 그리고 선진국들은 새로운 농산물 규정을 만들고 WTO에 농업을 포함시켜 개도국에 대해 농산물 무역을 자유화하고 보조금과 같은 농업보호조치를 철페하도록 압력을 가함으로서 개도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농산물무역체제를 만들어 세계식량체계의 불균형과 왜곡을 더욱 심화시켰다.

 

또한 오늘날 종자에서 농약이나 비료, 곡물 무역, 식품 가공 및 소매업에 이르기까지 세계식량체계의 모든 영역을 장악하고 있는 초국적 농식품기업들은 집중화와 계열화를 통해 세계식량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유전자조작기술을 활용하고(유전자조작 식품 GMO) 농약이나 화학비료와 같은 다양한 투입재들을 사용하는 대규모의 산업형 농업을 도입함으로서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키고 토양오염을 증가시키는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 농산물의 생산이나 소비와 유리된 채 우리가 먹는 음식물을 상품화한 또 다른 형태인 식량의 금융상품화는 농산물 시장에 대한 금융투기를 유발하고 개발도상국의 토지 수탈과 바이오 연료 작물의 재배를 촉진함으로서 전 세계 빈민들의 실질적 가용식량을 감소시키고 세계식량가격을 요동치게 만드는 등 특히 개도국의 가난한 사람들을 경제위기와 생태계위기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4. 이렇게 글로벌화한 세계식량경제는 일부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1970-80년대에 결처 식품가격 폭등과 그로 인한 세계 기아인구의 증가, 대규모의 산업형 농업이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의 확산 등 여려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위기에 봉착했으며, 이러한 식량경제의 기능을 개선하고자 모색하는 다양한 운동들이 나타났다. (1) 세계식량경제의 주류 세력은 식량생산성의 증대를 위해 투자를 강화하고 식품시장을 더욱 통합하며 농산물 선물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 기존의 세계식량체제를 더욱 강화하면서 일부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 공정무역 단체들은 농민들이 자신들의 생산물에 대해 공정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세계식량경제의 중간지대에서 초국적 기업을 배제하는 보다 직접적이고 대안적인 농식품 공급사슬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3) 식량주권을 주장하는 단체들은 국제무역에 의존하는 단일한 세계식품체계의 대안으로 대규모의 기업형 농업형태가 아닌 소규모 유기농법에 근거한 지속가능하고 독립적인 지역적 식량자급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 세계식량정의운동 단체들은 국제무역의 불균형을 해소하며 농식품초국적기업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등 세계식량체계를 지배하고 있는 규칙들과 제도들을 개선함으로서 세계식량경제를 변화시키고자 노력한다.

 

5. 저자는 이렇듯 오늘날 많은 영역에서 세계식량경제에 대한 저항운동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그 영향력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세계식량체제의 미래는 바로 중간지대의 지배세력 밖에 존재하는 사람들, 즉 먹거리를 직접 재배하는 농민과 이를 먹는 소비자들의 선택과 행동에 달려 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떠한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그리스도인이라면 그것이 설령 좁은 길이라 할지라도 가난한 자와 억압받는 자의 목소리를 들으시고 고아와 과부를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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