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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세계/평화전쟁인권

오늘의 세계분쟁 (김재명 지음, 미지북스 펴냄)

by 서음인 2016. 5. 30.

1. 70억 인구가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별 지구는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폭력의 세기’ 라 불리는 20세기의 역사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포함 많은 참혹한 전쟁들로 얼룩져 있으며, 지금도 한 해 동안에 1천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는 전쟁들이 해마다 15 건쯤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전쟁의 광풍은 언제나 폭력과 광기의 희생양을 요구하며, 그 대부분은 힘없는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기자를 역임했으며 뉴욕시립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마치고 현재는 성공회대 겸임교수와 프레시안 기획위원으로 있는 저자는 지난 15년간의 분쟁지역 취재에서 목격한 전쟁의 얼굴과 그 가운데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이 책에 담아냈다. 그리고 인간들이 왜 전쟁을 벌이는지, 지구촌 평화를 뿌리내리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과연 무엇인지 성찰한다.

 

2. 저자에 의하면 전쟁이란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의 충돌을 폭력적으로 푸는 수단으로 “국가 이익을 위한 폭력적 경제행위” 로 정의될 수 있다. 그리고 총력전/전면전의 양상을 띠면서  민간인 희생자의 수가 군인 희생자를 능가하며 (이 과정에서 대량학살 및 인종청소라는 끔찍한 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전쟁 당사자들에게 엄청난 피해와 후유증을 남기는 현대전쟁에서 승자는 존재하지 않으며, 미국 국제정치학계의 거목인 케네스 왈츠의 말마따나 “전쟁에서 누가 이겼냐고 묻는 것은 샌프란시스코 지진에서 누가 이겼냐고 묻는 것” 과 같다.

 

3. 저자는 1990년대 이후 바뀌고 있는 여섯 가지 전쟁의 양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1)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국가 대 국가의 전쟁이나 독립을 위한 민족해방전쟁보다는 인종적, 종교적 갈등으로 인한 내전이 증가했다. (2) 예전에 비해 전쟁이 자주 일어나고 더 가혹해 지면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3) 냉전의 종식에 따라 미-소 양대 강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치르던 대리전이 없어졌고, 그 결과 많은 전쟁들이 통제되지 않는 ‘무한전쟁’의 양상을 띠게 되어 오히려 잔인성과 희생자가 크게 증가했다. (4) 국가 주권보다 인권이 앞선다는 개념이 보편화되면서 실패한 국가의 주권은 잠정적으로 무시 또는 보류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근거하여, 전에 비해 국제개입 (인도주의적 개입, humaniterian intervention) 이 늘어났다. (5) 인종청소나 조직적인 성폭력, 손목 절단 등과 같은 잔혹한 전쟁범죄 행위들이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6) 내전과 국제전의 구분이 어려워지고 전쟁의 주체가 불분명 해지면서  평화협상마저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4. 저자는 자신이 본 전쟁의 얼굴은 장엄한 서사시나 위대한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민초들의 눈물과 고통, 그리고 피였다고 증언한다. 그리고 국제분쟁과 내전, 테러의 실상을 파헤쳐 가면 갈수록 그럴 듯한 명분으로 전쟁을 부추기며 정당화하는,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대량학살과 인종청소, 조직적인 강간 등도 서슴지 않는 세력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사악하고 잔인한 인간의 본성이나 국가나 세력 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기구가 부재한 무정부적 국제정치 상황에서 전쟁의 원인을 찾는 견해도 있지만, 저자에 의하면 그보다는 주로 자신들의 힘을 믿고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군사 지도자들의 탐욕과, 전쟁으로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어둠의 세력들의 존재가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진실을 희생양으로 삼아 정의, 민주주의, 평화와 같은 교묘한 레토릭으로 전쟁을 부추기는 세력의 실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 진정한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5. 저자는 세계의 분쟁 지역을 취재하면서 누구보다도 세계의 평화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지만, 힘이 곧 정의인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영구평화는 무덤에서나 가능하다”는 칸트의 말처럼 평화는 현실적으로 아주 먼 곳에 있음을 실감했다고 지적하면서, 현실적으로 영구평화가 불가능하다면 절망 속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소수자와 약자, 못 가진 자들의 정의가 승리하기를 바라는 쪽을 택하겠노라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르완다나 동티모르 사태와 같이 명백히 강자에 의해 약자의 정의가 유린되고 인종청소와 같은 반인륜적 범죄가 자행되는 국제분쟁의 경우에는 국제사회의 효율적이고 신속한 인도주의적 군사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전쟁의 상처를 안고 신음하는 지구촌의 어려운 나라를 도움으로서 지난날 한국에 국제사회에 졌던 ‘해묵은 빚’을 갚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한국군의 UN 평화유지군 파병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그의 이 책이 소수자와 약자, 못 가진 자들이 탐욕스런 강자들과 벌이는 힘겨운 싸움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는 지지의 표시이자 연대의 기록으로 읽히기를 소망한다.

 

6. 총 면수가 580 페이지에 이르는 이 두꺼운 책은 많은 미덕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국제분쟁 전문가답게 이 책에 분쟁현장의 참상과 피해자들의 생생하고도 다양한 목소리를 잘 담아내고 있으며, 각 분쟁에 대한 냉철한 국제정치학적 분석 역시 이 책의 가치를 높여 준다. 무엇보다도 내게 이 책은 평화를 열망하는 저자 자신의 진실과 뜨거운 가슴이 강하게 전해지는 책이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약간은 철 지난 (2011년에 나온 책이니 시사 관련 책으로는 좀 오래된 편이다)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부디 전운이 가득한 한반도에도 전쟁을 부추기며 냉전체제를 이용해 이득을 챙기는 어둠의 세력들이 물러가고 진정한 평화의 그날이 속히 오기를, 그래서 모든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않는 (사2:4) 그 날이 속히 이르기를!

 

제1부 전쟁과 인간 그리고 국가

1장 인간은 왜 전쟁을 하는가

2장 1990년대 이후의 지구촌 분쟁

 

제2부 분쟁 지역을 찾아서

1장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노와 좌절 vs 신이 약속한 땅

2장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메마른 땅, 봄은 언제 오나

3장 이라크: 석유와 패권 노린 더러운 전쟁

4장 이란: 반미 이슬람 자존심 지닌 강대국

5장 레바논: 15년 내전과 이스라엘 침공으로 멍든 모래알 국가

6장 시리아: 반이스라엘 정서 앞세운 2대에 걸친 철권통치

7장 보스니아: 세계의 화약고, 유럽의 킬링 필드

8장 코소보: 20세기 발칸 반도의 마지막 화약고

9장 시에라리온: 도끼로 손목 자르는 냉혹한 내전의 땅

10장 카슈미르: 한반도 분단 닮은 60년 해묵은 분쟁

11장 캄보디아: 내전, 공습, 공포 정치 3박자의 살육 현장

12장 동티모르: 제국주의와 냉전 논리의 겹 희생자

13장 볼리비아: 체 게바라의 가쁜 숨결이 스민 혁명 기지

14장 쿠바: 국제법의 블랙홀에 빠진 관타나모

15장 미국: ‘아메리카’란 이름의 요새에 갇힌 슈퍼 파워

제3부 21세기의 전쟁

                                                                                                                     

1장 새로운 전쟁, 테러와의 전쟁

2장 자살 폭탄 테러, 그 진한 고통의 내면세계

3장 지구촌 평화 전망: 21세기 세계 평화 기상도는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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