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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세계/평화전쟁인권

잃어버린 후쿠시마의 봄 (정남구 지음, 시대의 창 펴냄)

by 서음인 2016. 5. 31.

1.얼마 전 인류가 경험한 최악의 핵참사로 기록될 후쿠시마 원전의 핵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2주년이 지났다. 1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원전 주변 20Km 일대가 적어도 수십 년간 사람이 살 수 없는 오염지역이 되어 버렸지만 아직도 사고는 완전히 수습되지 않았고 완전한 해결까지 몇십 년이 걸리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한겨레신문 도쿄 특파원으로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직접 경험한 저자는 핵 에너지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핵발전소라는 “절대 끌 수 없는 불”을 지피기 시작하면서부터 인류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핵폐기물이라는 “죽음의 재” 를 등에 지고 살아가고 있으며, 후쿠시마 참사는 은폐되어 있던 죽음의 재 중 일부가 대지진이라는 계기를 통해 우리의 삶에 노출되어 생긴 일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2. 저자는 일본의 정치가들이 핵무기 보유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핵의 평화적 이용을 빌미로 핵기술 개발에 몰두해 왔으며, 일본의 전력업계는 이들과 손잡고 핵발전을 통해 엄청난 이득을 취해 왔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대지진과 그로 인한 원전사고가 한꺼번에 일어나는 ‘원전지진재앙’의 위험에 대한 경고나 2000년 7월 미국 제네랄 일렉트릭사의 직원에 의해 폭로된 도쿄전력 측의 원전사고 및 고장은페 등과 같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혹과 경고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지만 원전머니에 길들여진 정계, 관계, 학계 언론계의 조직적 비호 하에 대부분 묵살되거나 미봉책으로 문제를 덮는데 급급했다고 저자는 폭로한다. 결국 후쿠시마 참사의 원인을 추적하다 보면 그 배후에는 일본정부의 핵무장 욕심과 전력업계의 탐욕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3. 저자는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방사능이 대량 유출되는 괴멸적 사고는 10억년에 한 차례 일어날 정도로 원전은 절대 안전하다고 결론내리고 있으며, 실제로도 후쿠시마 원전을 포함한 모든 핵발전소는 그렇게 판단하기에 충분할 만큼 온갖 비상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류가 원자력발전에 발을 들여놓은 지 30년 만에 스리마일 섬, 체르노빌, 후쿠시마까지 10억년 만에 한번 일어난다는 대형 원전사고가 벌써 3차례나 발생했다. 이에 대해 과학 저술가인 요시다 노부오는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복잡한 시스템은 일단 정상 상태를 벗어나면 설계자의 예측을 뛰어넘어 카오스 상태로 빠져들게 되어, 인간이 채택한 여러 겹의 안전대책을 모두 파괴해 버리게 된다”고 설명한다. 원전은 기계이고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원전사고는 절대 피할 수 없다.

 

4. 핵발전은 핵무기보다 훨씬 많은 양의 우라늄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자로 1기를 1년 동안 가동하면 히로시마 원폭 1000개분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만들어지게 되며, 현재까지 일본에만 히로시마 원폭 85만발에 해당하는 핵폐기물이 쌓여 있다. 그러나 인류는 아직 사용 후 핵폐기물 처리방법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이 쓰레기들이 더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방사선을 내뿜지 않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십만 년 이상의 시간뿐이다. 저자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며, 아는 이들은 모른 척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우리에게 질문한다. 그 긴 세월동안 어느 회사, 어느 나라가 계속 존속해 그 책임을 질 것인가? 실제로 어떤 나라도 아직까지 영구적인 핵 쓰레기 폐기장을 만들지 못했다.

 

5. 또한 저자는 원전이 발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적 기술이라는 원전 찬성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원전은 핵연료의 생산과 사용 후 핵연료의 처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온실가스를 생산할 뿐 아니라, 온실가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에 해를 입히는 핵분열 생성물질을 반영구적으로 지구에 남기기에 친환경 운운하는 말은 한마디로 논센스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여러 연구결과를 인용하여 원전이 비교우위를 주장하는 경제성도 가동율이나, 송전, 폐로, 폐기물처리나 사고보상에 드는 비용까지 합산한다면 결코 화력이나 수력 기타 친환경 발전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6.일본 외무성이 극비리에 실행한 한 연구결에 의하면 만약 원전이 테러나 전쟁에 의해 파괴되는 경우 방사성 물질이 후쿠시마의 100배 가량 방출되며 긴급피난을 하지 않을 경우 최대 18,000명이 급성방사선 장애로 사망하고 최대 87Km 권내에서 사람이 살 수 없으리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꼭 체르노빌과 후쿠시마가 아니더라도 지구상에서 가장 살벌한 군사적 대치 하에 살아가고 있는 이 나라 이 땅에서 우리가 언제까지나 핵발전소와 죽음의 재를 베고 편안한 잠을 청할 수 있을까?

 

7. 후쿠시마 제 2원전 주변의 주민 400명이 1975년 제기한 핵발전소 건설 취소소송은 9년간의 심리 끝에 1984년 원고패소 판결을 받았다. 그날 소송을 제기했던 사람중의 하나인 고교 교사 요시다 마코토는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고 한다. 그의 예언이 과연 후쿠사마만을 위한 것인가?

 

“원자력발전소는 언젠가 반드시 인간을 향해

이빨을 들이댈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잊는다면

어느 날 손자들이 물을 것이다.

당신들의 세대는 도대체 뭘 했습니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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