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 사회/정치경제사회

제레미 리프킨의 생각을 읽자 - 만화로 읽는 21세기 인문학 교과서 (손영운 글, 이철희 만화, 김영사 펴냄)

by 서음인 2020. 7. 19.

제레미 리프킨은 과학, 경제학,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의 영역을 넘나드는 활발한 저술 활동을 통해 기계적이고 물질적인 세계관과 이에 근거한 과학문명과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고, 인류 문명이 좀 더 길게 지속될 수 있는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하는 데 앞장서 온 저명한 경제/사회학자이자 저술가다. 그는 위기에 처한 인류의 문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조금 더 환경과 자연에 관심을 기울이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삶의 방식을 단순하게 바꾸는 쪽으로 문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레미 리프킨의 생각을 읽자』는 그의 탁월한 통찰을 담은 대표적인 저서들을 친절한 설명과 재미있는 만화의 형식에 담아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리프킨의 저서는 총 네 권이다. 『엔트로피』는 에너지 자원의 지나친 소비에 바탕을 둔 현대문명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인류문명을 인간과 자연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저 엔트로피’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육식의 종말』은 인간이 육식을 통해 얼마나 지구의 자연 환경을 피폐하게 만들고 인간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지 고발한다. 『소유의 종말』은 재산을 소유하는 것보다 접속의 지혜를 가질 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주장한다. 『유러피안 드림』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기 직전까지 읽던 책으로 변질된 아메맄칸 드림 대신 공동체 의식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유러피언 드림의 시대가 왔음을 역설한다.

 

그가 사용했던 ‘엔트로피’라는 개념에 대한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 리프킨의 책을 읽다 보면 다소 부정확한 개념 사용이나, 너무 앞서나가는 듯한 주장들이 가끔 눈에 띠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저 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그의 대안이 과학문명과 자본주의의 풍요로움과 편리함에 깊이 중독되어버린 현대인들에게 과연 가능한 대안인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일체의 판단을 정지시킨 채 오직 변화의 물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보이는 앨빈 토플러에 비해, 현대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바탕으로 문명의 패러다임 자체를 급진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리프킨이 훨씬 강력한 망치로 우리의 머리를 내리치는 문제적 저자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내용을 요약하는 것으로 독서를 마치기로 한다.

 

 

내용 요약

 

 

1장. 엔트로피

 

지난 몇 세기 동안 인류를 지배한 기계론적 세계관에 따르면 세계는 무질서하고 혼돈된 상태에서 수학과 과학으로 설명/예측이 가능한 상태로 진보해 왔으며, 이 세계관에 근거해 발전한 과학기술 문명과 자본주의 체제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힘과 풍요를 인류에게 안겨주었다. 그러나 엔트로피 법칙에 따르면 자연계의 모든 변화는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며, 이는 새로운 과학기술로 얻어진 효율의 증가도 우주 전체로 보자면 반드시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감소를 유발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싸고 재생이 불가능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고에너지 문명의 시대는 언젠가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으며, 인류가 이 과정을 되돌릴 수 없지만 그 속도를 조정할 수는 있다. 미래에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원에 의존하는 고 엔트로피 사회를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에 기반을 둔 저 엔트로피 사회로 바꾸어야 한다. 우리에게 참된 지혜를 가르쳐 준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은 모두 저 엔트로피적 가치관을 설파했고 저 엔트로피 생활을 했다. 우리는 엔트로피 과정에 대한 인식을 담은 새로운 가치 체계를 기초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야 하며, 이 세상의 시중꾼이 되어 지구에 대한 약탈을 중지하고 자연의 질서와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야 한다. 

 

 

2장. 육식의 종말 

 

이 책은 육식 문화가 얼마나 인간과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지금까지 지구에 존재했던 다섯 차례의 대멸종은 모두 급격한 기후변화가 그 원인이었으며, 앞으로 닥칠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발생한 지구 온난화로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가 우리가 먹는 쇠고기다. 인간이 본격적으로 육식을 시작한 것은 산업 혁명 이후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현재 목축산업을 통해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전체의 18%에 달하고, 목장을 만들고 곡물사료를 재배하기 위해 전 세계 토지의 24%가 사용되며, 소가 배출하는 방귀나 트림 배설물을 통해 지구 메탄가스의 12%가 발생한다. 초식을 하게 되면 사람이 쓸 수 있는 토지가 넓어지고, 기아에 허덕이는 10억 명의 식량난이 해소될 수 있으며, 모든 대륙에서 자연을 스스로 회복시키는 생태계적 르네상스가 일어날 수 있다. 육식의 종말은 곧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사고와 태도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자연은 더 이상 정복되고 길들여져야 할 적이 아니라, 좀 더 큰 생활 공동체의 협력자이며 참여자로 여겨져야 한다.



3장. 소유의 종말  


근대적인 시장 자본주의는 사유재산을 시장에서 자유롭게 교환한다는 발상에서 비롯되었으나, 오늘날 ‘시장’은 ‘네트워크’에게 자리를 내주고, ‘소유’는 ‘접속’으로 바뀌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부 창출의 주요 원천은 물적 자본이 아닌 개념 · 아이디어 · 이미지와 같은 지적 자본이며, 시장을 통한 판매자와 구매자간의 교환은 네트워크를 통한 서버와 클라이언트간의 단기 접속으로 바뀌고 있다. 오늘날 지적 자본을 가진 공급자는 소유권을 양도하지 않은 채 사용권의 일부를 잠시 빌려줄 뿐이며, 기업들은 자본이나 설비를 직접 소유하기보다 임대나 아웃소싱을 통해 필요한 만큼의 사용권만을 빌리는 데 만족한다. 이러한 접속 중심의 구도에서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문화적 체험 자체가 각광받는 상품이 되며, 기업의 성공 여부는 특정 기간에 판매하는 상품의 양보다 얼마나 많은 고객과 장기적 유대관계를 맞을 수 있느냐에 좌우된다. 이제 재산관계, 상품생산, 시장 교환, 물적 축적에 바탕을 둔 과거의 자본주의 체제가 서서히 허물어지고, 문화가 가장 중요한 상품 자원이 되고, 시간과 관심이 가장 귀중한 소유물이 되며, 인간관계의 상품화와 함께 개개인의 삶이 하나의 시장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는 새로운 시대에 펼쳐질 인간의 행로를 새롭게 상상하는 관문이자 입구일 뿐, 접속 관계의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정의하는 작업은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4장. 유러피언 드림


오늘날 미국에서 성실한 노력을 통한 사회 경제적 신분상승이라는 ‘아메리칸 드림’은 더 이상 이루기 어려운 꿈이 되었고, 구세대였던 유럽이 ‘유러피언 드림’이라는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 정신이었던 모험 정신과 청교도적 근로 윤리의 쇠퇴와 변질로 즉시 성공의 욕구(American Daydream)만이 넘치는 미국 대신에, 삶의 질을 강조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구하며 집단적 복지와 다문화주의적 감수성 그리고 상호 의존하는 공동체를 중시하는 유러피안 드림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전통적 민족국가와 시장경제체제로는 세계화와 통신 혁명이 가져온 급격한 변화에 대처하기 힘들며, 글로벌 경제체제에서는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자원을 공유하고 리스크와 비용을 분담하며 수익을 나눠야 생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뿐 아니라 국가들도 협력 네트워크로 뭉치고 있으며, 유럽연합이야말로 이러한 초국가적 협력 모델의 가장 진전된 사례다. 압도적 군사력을 바탕으로 일방주의와 고립주의로 치우치는 미국과 달리, 유럽연합은 인간의 다양성 및 인권을 존중하고, 자연과의 연대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구하며, 사해동포주의와 항구적 평화를 목표로 한다. 20세기가 풍부한 석유 자원을 바탕으로 한 내연 엔진을 활용한 미국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지속 가능한 수소 에너지 개발을 통해 에너지 혁명을 이룰 유럽연합의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