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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사회/정치경제사회

사회학 아는 척하기 (존 네이글 지음, 피에로 그림, 양영철 옮김, 팬덤북스 펴냄)

by 서음인 2021. 3. 25.

‘만화처럼 재미있게 읽는 말랑말랑한 사회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사회학 아는 척하기』는 에버딘 대학교의 강사인 존 네이글이 사회학의 발전 과정과 주요 사회학 사상가들의 생각에 대한 짤막한 개요를 일러스트레이터인 피에로의 그림과 함께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피에르 부르디외를 인용해 사회학의 가치는 사회 전반에 걸친 지배의 작용을 드러내고 폭로하는 데 있다고 강조하면서, 사회학을 (이 세력들로부터) 자기를 방어하기 위한 ‘무술‘에 비유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것이 공정한 사회 건설에 필요한 연습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회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부제가 붙은 1장에서는 사회학의 정의와 특성, 기원과 탄생 및 몇몇 중요한 ‘고전’ 사회학자들에 대한 소개를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는 존 로크나 헤겔 같은 선구자들, 오귀스트 콩트(창시자) · 허버트 스펜서(사회 진화론) · 칼 마르크스(갈등이론) · 에밀 뒤르켐(사회실재론) · 막스 베버(이해사회학) · 탈코드 파슨스(구조기능주의) · 허버트 불루머(상징적 상호작용주의) · 어빙 고프만(미시사회학)과 같이 사회학의 대표적 이론체계를 창시한 거장들, C. 라이트 밀스 · 피터 버거 · 페르디난드 퇴니스 · 게오르크 짐멜 · 소스타인 베블런 같이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이름 높은 학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2장인 ‘현대사회학과 사상가들’에서는 현대사회의 이해에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한 현대 사회학 사상가들을 소개한다. 근대적 주체는 근대적 담론에 의해 구성된 미시권력 작용의 산물이라고 주장한 미셸 푸코, ‘감시사회’의 확장에 대해 심도 깊게 탐구한 데이비드 라이언, CCTV가 성공한 소비자와 실패한 소비자를 분리하는 사회통제의 도구라고 설파한 지그문트 바우만, ‘문화자본’에 대한 다양한 선호를 의미하는 ‘취향’을 통한 ‘구별짓기’는 교육을 통해 상속되는 ‘아비투스’를 통해 전개되는 은밀한 구별의 전략이라고 주장한 피에르 부르디외, 모든 거대담론을 권력의지의 산물로 간주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3장인 ‘젠더의 인종의 사회학’ 에서는 1970년대 이후 사회학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된 젠더와 인종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과 분열을 극복하려는 시도들이 소개된다. 생물학적 성이 남녀의 사회적 역할을 설명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페미니스트 사회학자 앤 오클리, 젠더의 의미를 일상의 실천을 통해 끊임없이 구성되는 수행적 실재로 규정한 여성학자 주디스 버틀러, ‘패권적 남성성’이 어떻게 사회구조를 지탱하는지 밝히는 일이 사회학의 과제라고 설명한 레윈 코넬, 미국의 흑인들이 인종차별적인 미국 백인의 눈을 통해 자신을 바라봄으로서 차별과 편견을 내면화하고 있다고 설파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개혁가 두 보이스, 문화적 정체성이 영국에서 어떻게 인종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는지 밝혀낸 폴 길로이, ‘문화 상대주의’에 따라 인종 사이와 문화 간에 우열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스와 다문화주의가 실제로는 더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캐넌 말릭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세계화와 사회학’이라는 제묵이 붙은 4장에서는 현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세계화를 다룬 학자들이 소개된다. 세계화의 특징인 ‘시공간 압축’은 글로벌 자본과 상품의 국제적 흐름을 가속화시킬 필요에서 비롯되었다고 설파한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 ‘시공의 확장’을 그 특징으로 하는 세계화의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찰적 근대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 앤서니 기든스, 오늘날의 세계화는 16세기로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확장되어 온 세계적 자본주의 체제인 세계체제의 결과라고 강조하는 이매뉴얼 윌러스틴, 맥도날드의 예를 들어 세계화에 따르는 ‘문화적 동질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게오르크 리치와 세계 문화는 현지화(Glocalization)이라는 형태로 변형되어 수입된다고 주장하는 롤랜드 로버트슨,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정의하고 이의 극복을 위해 ‘범세계적 비전’을 주문한 울리히 벡, 2차 세계대전 후의 사회운동은 과거에 ‘개인적’이거나 ‘사적’으로 보이던 쟁점들을 다룬다고 지적한 알베르토 멜루치와 새로운 사회운동의 주된 목적이 ‘체제’에 의한 ‘생활세계의 식민화’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위르겐 하버마스, 민족이나 국가는 사회적 구성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어니스트 겔너와 이러한 민족주의의 ‘발명’에 인쇄물과 대중매체의 발전이 결정적이었다고 강조하는 베네틱트 엔더슨, 민족국가가 현대적 발명품이기는 하지만 민족적 상징주의의 강력한 영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앤서니 스미스, 다국적 기업이나 초국가적 기구의 영향으로 민족주의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설파한 에릭 홉스봄과 세계화에 대한 반응으로 새로운 민족주의가 발흥하고 있다고 강조한 마누엘 카스텔스 등이 이 장에 포함되어 있다.

 

180 페이지 남짓 되는 적은 면수에 페이지마다 삽화가 반 이상을 차지하며 특별히 어려운 내용도 없어 마음만 먹는다면 앉은 자리에서 한 호흡으로 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제한된 지면에 너무 많은 내용이 압축되어 있다 보니 본격적인 입문서나 소개서로 쓰기에는 부족함이 많아 보인다. 사회학에 대한 가벼운 맛보기용 읽을거리 내지는 본격적인 사회학 탐구를 자극하는 전채요리 정도로 비유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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