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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교의 .변증

기독교윤리의 유형론적 연구 (고재식 지음, 대한기독교서회 펴냄)

by 서음인 2020. 9. 9.

맥코믹 신학교와 유니온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한신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저자는 기독교 윤리학의 과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한 가지 길은 몇몇 윤리학자들의 생각을 유형별로 분류해 비교하고 설명하는 '유형론적 접근' 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인 의 정의, 선을 이루려는 크리스천의 행위 규범’, 행위의 판단 기준’, (목적)과 규범(수단)의 관계라는 네 가지 질문을 준거점으로 삼아, 토마스 아퀴나스의 가톨릭 윤리, 리차드 니버의 책임윤리, 라인홀트 니버의 기독교 현실주의, 조셉 플레쳐의 상황윤리, 해방신학 윤리까지 다섯 가지 중요한 기독교 윤리 이론을 소개한다. 부록을 제외하면 본문이 120여 페이지에 불과한 작은 책이지만, 기독교 윤리학의 핵심적 문제들과 중요한 입장들을 간략한 설명과 풍부한 도표 안에 잘 담아낸 좋은 입문서라 할 수 있다내용을 요약해 윤리학  공부를 위한 바탕으로 삼기로 한다


개인적으로 기독교 윤리학에 대한 확립된 견해는 아직 없다. 신앙생활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한국 보수교회 신자들이 대부분 그렇듯 율법주의적 성향이 매우 강했으며, 손봉호 교수님 책을 통해 라인홀트 니버를 만난 후로는 한참동안 그의 기독교 현실주의에 경도되어 있었다. 최근에는 정통실천이야말로 정통신학을 판단하는 시금석이라는 해방신학의 견해에 점차 공감하고 있지만, 타자에 대한 환대와 비폭력 저항이 종교적 프락시스의 행위 규범에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그들과 견해를 달리한다. 개인주의-공동체주의 논쟁에서는 아직까지 롤스의 편에 기울어 있으며, 정의로운 전쟁과 평화주의 사이에서는 아직 한쪽을 선택하지 못했다. 이론과 실천은 생각보다 밀접한 관계가 아니며, 자기완성이라는 개인의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미국의 철학자 리처드 로티의 생각이 윤리적 사유의 실타래를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철학윤리이론

 

윤리적 가치나 규범의 산출 방법도덕가치의 근거가 형이상학적 실재에 있다는 주장하는 형이상학적 윤리설도덕과 윤리는 경험주의적 연구 대상이며 우리가 통상적으로 도덕이라고 부르는 자연적 현상과 행동을 단순히 기술한 것이라는 자연주의적 윤리설인간 안에 가치판단 능력(예를 들면 도덕감이나 가치판단 이성)이 선험적으로 내재한다는 직관주의적 윤리설로 나뉜다. 가치 판단의 기준은 세 가지로 나뉜다. 의무론옳음’(the right)을 기준으로 삼으며 바르게 행하면 필연적으로 좋은 결과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대표적 인물은 정언명령을 주장하는 임마누엘 칸트이다. 목적론선함’(the good)'을 목표로 삼으며, 최고의 선이 규정되면 바른 행위는 자동적으로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강조하는 공리주의자 제레미 벤담이 대표적이다. 실용주의자는 목적-수단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취하지 않고, 목적과 수단은 시간적 계기의 차이만 있을 뿐 동일선상에 있다고 강조한다.

 


기독교윤리


기독교윤리학은 초월적인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서 이루어 가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삶의 목적과 행동 규범을 제시하는 학문이다. 기독교 윤리의 일치성은 궁극적 실재로서의 하나님의 본성에 관한 공유된 신앙과 모든 인간에게 요구되는 응답에 기인한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은 다양성을 지니며 차이가 발생하는 중요한 요인은 다음과 같다 ① '기독교적 사랑'의 핵심이 화해와 평화라고 주장하는 경우는 보수적 경향을, 억압당하는 자를 해방시키는 편파성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는 개혁적 경향을 띤다. ② '성서에 나타난 예수의 가르침'을 규정적 원리로 보는 경우는 율법주의적 경향을, 조명적 원리로 보는 경우는 상황주의적 경향으로 흐른다. ③ '인간의 전적 타락'을 믿는 경우는 율법주의 윤리로, 부분적 타락을 믿는 경우에는 상황주의 윤리로 향하게 된다. ④ '신정주의적 세계관'을 가진 경우는 보수주의적 윤리가, 권력 투쟁의 장으로 보게 되면 혁신주의적 윤리가 득세한다.  



다섯 가지의 기독교 윤리설 



1. 가톨릭 윤리 - 토마스 아퀴나스

 

토마스 아퀴나스에 따르면 인간은 합리적 존재이고, 자연인은 이성을 통한 선악 판단으로 최고선인 행복에 도달할 수 있으며, 신앙인은 이에 더해 하나님의 은총으로 최고선에 이르게 된다. 또한 세계가 정의롭고 자애로운 하나님의 창조물이기에 인간은 하나님이 내리신 법을 따라 살아야 한다. (신정주의적 세계관) 토마스에게 최상의 가치()는 행복이며, 이는 자연인에게는 쾌락이 아닌 공공의 복리를, 신앙인에게는 이를 넘어서는 신과의 합일을 의미한다. 토마스의 신학적 윤리적 사고는 이중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윤리적 규범은 자연인에게는 자연법이고 신앙인에게는 신법이다. 자연적 윤리의 내적 규제는 헬라의 네 가지 덕목인 지혜 · 정의 · 용기 절제이고 외적 규제는 법체계이며, 판단 기준중용이다. 신앙인에게는 이에 더해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신학적 덕목이 추가로 주어졌으며, 판단 기준지나침의 도이다. 인간의 행위를 통제하는 내적 외적인 윤리적 규범을 강조하는 토마스의 입장은 율법주의내지는 결의론의 틀에 집어넣을 수 있다.



2. 책임윤리 - 리차드 니버와 월터 뮬더

 

책임윤리를 주장하는 리처드 니버나 월터 뮬더 같은 학자들은 인간을 세계 공동체의 일원으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책임적이고 상호 응답적인 존재로 보고 세계를 하나의 큰 유기체적 공동체로 상정한다. 그리고 최고의 가치()를 사랑이 분여된 상태인 정의로운 세계 공동체로 간주하며, 따라서 사랑, 평화, 화해, 정의 같은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리처드 니버에게 응답적 존재인 인간의 행위 규범은 중용의 도에 따라 결정되는 적정선(fittness)이고 그 판단 기준은 책임성이며, 이는 윤리적 결단에 이르는 과정이 미규정 상태로 남겨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월터 뮬더는 윤리적 결단을 위한 책임적 행위를 안내하는 행동반경(중간 공리)와 책임적 행위의 결단방안(도덕법 체계)를 제시하며, 이 행동반경에서 이탈하거나 도덕법을 준수하지 않는 것을 악으로 간주한다. 인간을 응답을 요하는 책임적 존재로 보는 니버의 입장은 명실공히 책임윤리라 할 수 있으며,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중간 공리와 도덕법을 제시하는 뮬더의 윤리 사상은 법적 책임윤리라는 범주에 집어넣을 수 있다.



3. 기독교 현실주의 - 라인홀트 니버

 

라인홀트 니버는 인간이 역설적 모순으로 인해 느끼는 실존적 불안을 권력을 통한 사물의 지배로 해소하려는 교만의 죄에 빠진 존재라고 주장한다. 또한 세상은 이익집단 간의 항존적인 권력투쟁의 장으로 간주하는 갈등주의적 세계관을 견지한다. 최고의 가치()인 사랑은 세상에서 완전한 실현이 불가능하며, 그 상대적인 실현은 오직 정의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각각의 이익 집단은 힘의 대결과 윤리적 요소가 혼재된 권력 투쟁을 통해 일종의 균형인 휴전상태에 도달하는데 그 상태가 곧 잠정적 정의다. 기독교 현실주의의 윤리적 판단 기준은 이러한 투쟁의 상황에서 정치적 방식을 통해 최선의 정의를 쟁취하는 것이며, 그것을 통제하는 본유적 윤리 규범은 존재하지 않는다. 권력 투쟁의 장에서 윤리적 결단을 내리게 하는 두 가지 요소는 실현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믿는 종교적 환상과, 복잡한 사회적 현실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예리한 지성이다. 이렇게 정치적 정의를 추구하기 위한 윤리적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니버의 입장은 상황주의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4. 상황윤리 - 조셉 플레처

 

플레처는 인간에 대한 특이한 관점을 표명하지 않으며 세계에 대해서도 특별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그의 윤리적 사고가 주로 개인간의 윤리 문제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일한 본유적 가치는 아가페뿐이고 그 외의 모든 가치는 비본유적인 것이며, 사랑과 정의는 동의어 반복으로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상황윤리는 윤리의 이론적 체계화가 아니라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방법론이며, 여기서 목적과 수단은 분리되지 않고 동시에 작동한다. 이러한 상황윤리의 행위 규범은 상황에 대한 철저한 계산 분석 비교를 통해 도출되는 적정선(fitness)이고, 판단 기준은 개별적 상황에서 최대의 이웃사랑을 실천하게 하는 공리주의적 원리다. 이렇게 최대한의 사랑을 위한 상황적 결단을 최선의 행위기준으로 삼고 있는 상황윤리는 명실공히 상황주의라 할 수 있다.

 


5. 해방신학

 

해방신학자들은 인간을 억압하는 자와 악압당하는 자라는 계급적 존재로 보며, 세계를 억압하는 자와 억압당하는 자들의 계급투쟁의 장으로 본다. 또한 최고의 선은 약하고 억압당하는 자를 해방시키기 위한 편파적이고 당파적인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해방신학자들은 신학을 하나님의 속성이나 행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라기보다 신앙적 복종의 행위에서 이해되고 실현되는 프락시스에 대한 비판적 숙고로 간주한다. 그리고 인간이 역사적 숙고(사회구조 문제 분석)과 개념적 숙고(성서에 대한 이해)를 연결시켜 윤리적 결단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정통 신학은 프락시스로부터 나오고, 프락시스를 통제하는 행위 규범은 해방적 성격이며, 판단 기준은 최대한의 해방 가능성과 대가의 최소화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해방적 성격을 지니는 프락시스를 규제하는 어떤 규범도 인정하지 않는 해방신학은 상황주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인간관

세계관

가치()

규범

판단기준

유형

가톨릭 윤리설

합리적 존재

신정주의 세계관

행복

신과 합일

자연법

신법

중용의 도

지나침의 도

율법주의

책임윤리

상호응답적 존재

유기체적 세계관

세계

공동체

적정선

도덕법

책임성

중간공리

책임윤리

기독교 현실주의

이기적 존재

갈등주의 세계관

사랑

(->정의)

없 음

(힘의균형)

 정치적 가능성

상황주의

상황윤리

가치중립적 존재

중립적

세상

 사랑

(=정의)

적정선

공리주의 원리

상황주의

해방신학 윤리

당파적 존재

갈등주의

세계관

해방

해방적 성격

혁명가능성 

최소피해

상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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