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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연구훈련/성경공부법

어떻게 성경을 읽을까?

by 서음인 2021. 4. 19.

교회 제자훈련 과정의 과제 중 하나가 로완 윌리엄스의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중 ‘성경’ 파트를 읽고 느낀 바를 적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 외에 김근주 교수님의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와 전성민 교수님의 <세계관적 성경읽기>같은 책들을 참조해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이 말은 성경의 모든 부분이 문자 그대로 교리를 세우기 위해 사용되거나 실천을 위한 본문이 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문자적으로 읽거나 따라야 할 부분과 의미를 되새겨 창조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을 잘 구분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섬세하고 일관적인 해석의 원리다. 가장 나쁜 해석자는 해석의 일관성을 결여했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성경 본문을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 본문으로만 사용하려는 사람이다.

 

2. 성경읽기의 일차적인 목표는 하나님을 ‘아는’ 것이다. 이는 한 본문을 접했을 때 성급하게 의미를 단정하거나 적용점부터 찾으려고 서두르기 전에 먼저 해당 본문을 신중하고 철저하게 연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성급함은 성경읽기의 가장 큰 적 중 하나다. 모든 본문에서 억지로 실천적 적용점을 찾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으며, 때로는 하나님의 성품에 대한 깨달음이나 송영이 그 자체로 훌륭한 적용이 될 수 있다.

 

3. 모든 성경은 일차적으로 그 사건이 일어났던 수천 년 전 고대 근동/지중해 세계라는 삶의 자리와, 시기는 조금 다르지만 역시 오래 전 비슷한 장소에서 살았던 그 성경의 첫 번째 독자의 관점에서 읽으려고 시도해야 한다. 이는 모든 성경 본문을 ‘역사적 문맥’과 ‘문학적 문맥’에 따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별히 이 과정에서 복음이 담긴 ‘고대 근동의 세계관과 문화’를 ‘복음’ 그 자체와 동일시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4. 그 후에 우리는 그 본문이 21세기 한반도라는 우리의 삶의 정황 속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숙고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자리에 대한 심도있는 공부와 이해다. 성경 해석의 활력은 콘텍스트에 대한 예민한 성찰에서 나오며, 참된 성경 해석자는 “책 한 권의 사람(homo unius libri)”이 아니라 “한 손에 성경을 다른 손에는 신문을 든 사람”이다.

 

5.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가 성경해석의 올바름을 판단하는 시금석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는 그리스도인들이 유대교 성경의 온전성을 훼손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구약과 신약은 동일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신약시대는 예수 안에서 구약 말씀의 온전한 의미가 드러나며 성취되는 시대라고 믿는다는 의미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안에서 제의법이나 시민법 같은 특정 부분이 아닌 구약 율법 전체가 폐지되었으며, 동시에 그 전체가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된다.

 

6. 만약 오늘날의 관점에서 이해/용납할 수 없거나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본문에 접했을 때는 무턱대고 ‘문자 그대로’ 순종하려고 하거나 자신의 신앙체계에 맞는 하나의 정답만을 고집하기 전에, 삶의 복잡성과 성경해석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겸손한 마음으로 본문을 깊이 숙고하여 오늘 우리가 선 곳에서 문자의 뒤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정신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7. 시대와 역사와 문화를 초월해 신구약 성경을 관통하는 가장 본질적인 주장이자 해석의 원리는 ‘사랑의 법’이며, 성경의 모든 본문들 - 특히 차별이나 폭력을 조장하는 것으로 보이는 본문들 - 은 이 원리에 근거해 해석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본문으로 괴롭히기 (textual harassment)’를 통해 타자를 억압하고 배제하는 ‘차이의 해석학’ 대신, 하나님의 환대 속에서 사람들을 환영하면서 차이를 긍정하는 ‘환대의 해석학’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의 구원의지는 심판의지를 압도하며, 그리스도인은 심판자의 자리가 아니라 사함 받은 죄인의 자리에서 성경을 읽고 은혜와 사랑의 증인으로 성경을 실천하도록 부름받았다.

 

8. 우리는 신앙 공동체의 일원일 뿐 아니라 한 사회의 시민이며, 신앙은 교회의 부흥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번영을 추구한다. 따라서 우리의 성경읽기는 개인과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 정의와 공공의 번영, 그리고 평화의 비전이라는 영역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개인윤리에는 극도로 집착하면서도 나와 공동체의 삶을 파괴하는 행동이나 구조에 대해서는 무감각하여 하나님 나라의 본질인 ‘공평’과 ‘정의’를 구하는 삶을 놓쳐 버려서는 안된다. 성경읽기란 근본적으로 공적이고 공동체적인 과업이며, 참된 성경읽기는 ‘나를 넘어서야’ 비로소 가능하다.

 

9. 어떤 해석(의 전통)도 성경의 다양성과 풍성함, 복잡함과 난해함을 완전히 담아낼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성경읽기가 특정 역사와 문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지금 이 시대에 좀 더 성경을 적절히 읽을 수 있는 자리인지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신앙의 전통을 지닌 사람들이나 비그리스도인들이 성경에 대해 말하는 것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귀기울여야 한다. 누구도 성경해석의 독점권을 주장할 수 없으며,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전 교파 및 ‘비신앙의 눈으로’ 성경에 접근하는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인류는 성경의 “일시적인 소유자”이자 “종신 세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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