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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주석강해

갈라디아서 (김선용 지음, 비아토르 펴냄)

by 서음인 2021. 9. 12.

이 리뷰는 『갈라디아서』(김선용 지음, 비아토로 펴냄)를 책 머리의 저자소개에 나오는 네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이해해본 글이다. 내 흥미를 끌었던 네 가지 키워드는 “성서학 독립연구자”, “신학자라기보다 역사가 .... 역사비평의 방법”, “인접 학문과의 긴밀한 학제적 연구”, “화학공학과 출신”이다.

 

1. 성서학 독립연구자      저자는 조직신학자가 아닌 성서학자이며 교단 신학자가 아니라 독립연구가다. 그 말은 그가 개신교 신학 전반이나 특정 교단의 도그마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는 교리의 눈으로 갈라디아서를 읽는 것은 시대착오적 독법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하며, 현대 성서학의 탐구 성과를 바탕으로 ‘의의 전가’나 ‘구원의 서정’, ‘성도의 견인’같은 중요한 도그마의 근거가 되었던 몇몇 구절의 전통적인 해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이 책은 한 마디로 교리라는 더께를 벗어버린 채 읽는 갈라디아서다.

 

2. 신학자라기보다 역사가 .......역사비평의 방법으로 바울의 편지들을 탐구     이는 갈라디아서를 하늘로부터 직접 내려온 일점일획도 틀림없는 하나님의 말씀이거나 방 안에서 차분하게 쓴 논리적이고 엄밀한 신학 문서로 보기보다, 갈라디아에 최초로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웠던 바울이 ‘변질된 복음의 전도자’들에게 넘어간 자신의 영적 자식들을 설득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게 하려는 목적으로 쓴 상황적 문서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바울은 지금으로부터 2000년전인 기원 1세기 그레코-로만 시대에 살았고 그 시대의 사고와 문화적 관행에 익숙했던 고대 디아스포라 유대인 남성이었고, 갈라디아서는 이러한 바울과 그가 살았던 시대의 특성과 한계를 고스란히 지닌 고대 문서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바로 문서를 통해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3. 인접 인문학과의 긴밀한 학제간 연구      저자는 초기 기독교라는 역사 속의 사건을 탐구하기 위해 다양한 인접 인문학의 성과를 적극 활용한다.

 

(1) 고전 수사학 - 바울은 돌아선 갈라디아 교인들을 자신에게로 되돌리기 위해 당대 고전 수사학의 방식을 갈라디아서에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그의 주된 수사학적 전략은 수신자들의 감정, 그중에서도 특별히 두려움을 자극하는 것이었으며, 바울은 이를 위해 자신의 대적자들을 저주하거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그들의 품위를 깎아내리거나, 과장이나 생략의 방식을 통해 진실을 비트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그는 오늘날의 경건한 그리스도인들이 당연시하듯 근대적 의미에서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자가 결코 아니었으며, 동시대의 다른 저자들처럼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오늘날 우리가 ‘부적절’하거나 ‘부도덕’하다고 여길 만한 수사적 방식도 아무런 주저 없이 사용했다.

 

(2) 고대 유대교 - 고대 유대교에 대한 연구가 ‘새관점’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으며, 저자의 갈라디아서 이해는 대체로 새관점 학파의 생각을 따른다. 저자는 당대의 유대교가 행위종교가 아닌 은혜종교였으며, 바울이 볼 때 유다이즘이 지닌 유일한 흠결은 그 안에 예수가 없다는 것이라는 샌더스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리고 제임스 던이나 톰 라이트를 따라 바울이 반대한 것은 할례나 안식일 규정 같은 ‘경계 표지’를 충실히 지켜야 온전한 교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유대인들의 “민족적 배타주의”였으며, 후대에 이신칭의 교리로 알려진 주장의 핵심은 이방인이 유대인과 동등하게 하나님의 백성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한 유일한 조건은 오직 ‘그리스도의 피스타스’(그리스도의 신실하심 or 그리스도를 믿음/따름) 뿐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그는 바클레이를 따라 ‘선물’에 대한 바울의 가르침이 그 단어가 당대에 품었던 여러 의미 중 주로 받을 자격이 없는 자에게 주어졌다는 ‘비상응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율법의 행위들’을 새관점 학파의 주장처럼 오직 ‘민족적인 정체성 표지’로만 제한하기보다 인간이 구축한 가치 체계 전체로 보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한다.

 

(3) 사회학과 인류학 - 저자는 로마 제국을 지탱하는 사회문화적 근간이었던 ‘후견인-피후견인 체제’와 ‘명예-수치의 문화’, 그리고 ‘선물 주고-받기의 관습'에 대한 사회학과 인류학의 통찰을 갈라디아서 이해에 적극 활용한다. 그는 '후견인-피후견인 체제'와 '선물 주고-받기의 관습'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던 그레코-로마 사회에서 교회를 핍박했던 바울에게 그리스도라는 선물이 ‘비상응적으로’ 주어진 것은 당대의 사회적 가치 체계를 흔드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선물로 신의 양자라는 최고의 명예를 획득한 갈라디아인들에게 다시 서로의 종이 되라고 요구하는 바울의 선언은 당대의 '명예-수치 문화'를 완전히 전복하고 새롭게 정의하는 급진적 메시지였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는 동시대의 주고-받기의 문화를 감안할 때 선물이 ‘비상응적으로’ 주어졌다는 것이 반드시 받은 사람이 되갚을 의무가 없다는 함의를 내포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4. 화학공학과 출신     저자의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글쏨씨는 지극히 ‘이과적’이다.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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