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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주석강해

잠언 전도서 아가 : UBC (롤런드 머피 외 지음, 전의우 옮김, 성서유니온 펴냄), 잠언 : WBC (롤랜드 E. 머피 지음, 박문재 옮김 솔로몬 펴냄)

by 서음인 2021. 7. 4.

롤런드 머피(1917-2002)는 가르멜회 소속의 가톨릭 사제로 듀크 대학에 오래 재직했으며 성서 지혜문학 분야의 독보적인 석학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나라에는 이 책들 외에 WBC 『전도서』와 지혜문학 개론서인 『생명의 나무』가 소개되어 있다. 그는 『잠언 전도서 아가 : UBC』의 서론에서 성경의 지혜 문학에는 토라와 예언서 전승들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이웃 나라의 지혜와 유사한 국제적 성격이 그 특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잠언은 수 세기에 걸쳐 형성된 모음집들의 모음집으로 포로후기에 쓰여진 1-9장을 제외하면 전부 포로기 이전의 작품들이라고 규정한다. 머피는 ‘경험’에 근거해 지혜로운 삶의 방식을 ‘설득’하는 것이야말로 잠언의 가장 큰 매력이며, 잠언서 1-9장의 ‘지혜’는 생명을 선택하라는, 생명을 나누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보응과 상급과 징벌에 관련된 잠언들에서 보이는 지나친 낙관론은 현실과 부합하지 않지만, 잠언의 ‘현자’들은 하나님의 보응에 대한 신학적 확신으로 경험에서 관찰되는 모순을 정면으로 돌파했다고 주장한다.

 

『잠언 전도서 아가 : UBC』의 경우 각 모음집의 서두에는 간략한 해설이 붙어 있지만, 각 장들은 별도의 서문 없이 NIV를 주 대본으로 삼아 한 절씩 순서대로 주해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모든 주해는 그 구절의 문학적 평형법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해 본문의 의미에 대한 간략하고 직설적인 해설로 이어지며, 본문의 정확한 의미에 대한 전문적인 논의가 필요한 경우 ‘추가 주석’란에서 따로 언급한다. 본문 이해를 위해 주로 잠언의 다른 구절이나 이스라엘의 다른 지혜서들을 인용한다. 고대 근동의 다른 지혜서들은 드물게만 언급되며, 잠언의 내용을 신약성경과 관련해 해설하는 부분도 보이지 않는다. “WBC 잠언주석에서 다뤘던 학문적 논쟁들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모두가 알아야 할 내용만 엄선해 놓은 순수 결정체”가 이 주석에 대한 가장 적합한 소개라고 생각된다.

 

『잠언 : WBC』는 머피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대표적인 잠언서 주석 중 하나로 대체로 그의 UBC 주석과 비슷한 전제와 방향을 공유한다. 그는 잠언서에 대한 고대 근동 지혜의 영향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왔으며, 둘 사이의 유사성이 문헌적 의존 때문이라기보다 공통적인 문화적 이상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각 주해의 단위들은 WBC 주석의 일반적 체제에 따라 ‘참고문헌’, ‘본문’(저자의 개인 번역), ‘원문주해’, ‘양식/구조/배경’, ‘주석’, ‘해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UBC에서 지면의 제약으로 다루지 못했던 원문이나 구조에 관련된 비평적 이슈까지 상세히 설명한다. ‘주석’은 여러 학자들의 견해를 두루 인용해가며 길고 자세하게 진행되며, ‘해설’은 각 주해 단위의 중요한 이슈와 논쟁들에 대한 저자의 결론을 잘 보여준다. 잠언서의 논쟁적 이슈를 다루는 책 말미의 아홉 개의 부록 (잠언서 번역, 야웨 경외, 말, 빈부, 응보, 신학, 지혜 여인과 우매 여인, 국제적 지혜, 잠언서와 아멘엠오페의 교훈)은 해당 주제를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잠언서를 깊이 공부하기 원하는 진지한 성경 탐구자라면 반드시 소장해 참고해야 할 좋은 참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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