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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주석강해

잠언 전도서 : 국제성서주석 (H. 링그렌 지음, 한국신학연구소 펴냄)

by 서음인 2021. 7. 3.

이 책은 스웨덴의 구약학자인 H. 링그렌 (Helmer Ringgren, 1917-2012)이 1980년에 쓴 잠언서 주석이다. 저자는 잠언이 이집트 · 수메르 · 아키드 · 가나안을 포함하는 고대 근동 지역의 지혜문학이라는 더 큰 범주에 속하며, 이들은 인간이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또는 ‘종교적 세계관’에 입각해 해결하려는 시도라는 공통점을 지닌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잠언서의 저변에 흐르는 사상은 ① 인간의 삶을 하나의 질서 혹은 법칙이 지배하고 있고, ② 이 질서에 대한 인간의 반응에 따라 그의 형편이 결정되며, ③ 어떤 면에서 보면 그것이 바로 신의 보응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각각의 잠언들의 정확한 작성 시기나 편찬시기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10-29장까지는 포로기 이전에 작성된 것 같으며, 1-9장은 전제된 종교적 상황들이 제3 이사야의 표상과 비슷한 것으로 보아 포로기 직후에 쓰여진 것으로 불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아직까지 고대 이스라엘에서 ‘현자’가 존재했다는 확실한 문헌학적·고고학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잠언의 삶의 자리를 정확히 단정지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한 절씩 순서대로 주해하는 전통적 방식 대신, 한 장을 하나의 단위로 삼아 해설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각 장마다 다른 장과 구별되는 구조적 · 내용적 특징 몇 가지를 찾아낸 후, 각각의 특징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본문을 순서와 상관없이 인용하면서 해설을 진행하며, 마지막으로 추가적 설명이 필요한 몇몇 구절들을 ‘각각의 금언들에 대해’라는 항목에 따로 모아 간략하게 언급한다. 본문 이해를 위해 주로 잠언의 다른 구절들을 많이 인용하며 고대 근동의 다른 지혜문헌이나 종교제의와의 비교에도 적극적이지만, 신약성경은 일체 인용되거나 언급되지 않으며 잠언의 현대적 적용에 대해서도 그다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1-9장에 나오는 “낯선 여자”에 대한 경계는 주로 이교 제의를 쫒지 말라는 우의적 경고로 이해한다. 현재 번역된 잠언 주석 중에 고대근동의 문헌이나 종교와의 관계를 가장 적극적으로 살피고 있는 책 중 하나라는 점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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