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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주석강해

잠언 : 틴델 구약주석 (데렉 키드너 지음, 정일오 옮김, CLC 펴냄)

by 서음인 2021. 7. 1.

틴데일 주석(구약 TOTC, 신약 TNTC)은 영미권 복음주의 저자들에 의해 저술된 비교적 적은 분량의 신구약 주석 시리즈로, 성경을 탐구하는 학도들에게 각 책에 대한 간략하지만 핵심적인 주해를 제공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삼는다. 본문 이해에 필수적인 몇몇 비평적 문제들이 서론에서 간략하게 언급되기도 하지만, 원문분석이나 구조분석 같은 세부적이고 기술적(technical)인 이슈들은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개별 본문이나 책을 신구약 정경 전체의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분량에 비해 신학적 통찰이나 현대적 적용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다. 전체적으로 확고한 복음주의적 토대에 서 있으며 시리즈 전체가 평균 이상의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복음주의의 자장 안에 있는 진지한 평신도 성경 탐구자들이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입문용 주석으로 추천할 만 하다. 과거 신약 전부와 구약의 일부가 CLC에서 번역된 바 있으며, 최근에 저자가 바뀐 개정판들이 CLC를 통해 다시 출판되고 있다.

 

저자인 데릭 키드너(Derek Kidner, 1913-2008)은 틴데일 하우스의 학장을 역임한 영국 구약학자로, 틴데일 구약 시리즈의 『창세기』및 『시편』과 아가페 출판사에서 펴낸 『전도서 강해』같은 명료하고 깔끔한 주해서들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저자다. 키드너는 성경의 지혜서들이 고대근동의 지혜 문학과 유사할 뿐 아니라 일부 영향을 받기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마술 · 부도덕 · 종교적 방종이 없고 단 하나의 목적과 소명인 살아 계신 하나님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들과는 구분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대 이스라엘에 선지자 그룹과 구별되는 지혜 학파가 존재했지만, 둘 사이의 관계는 ‘갈등’보다 ‘보완’에 가까웠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또한 잠언의 최종적인 편집 연대는 포로 후기일 수 있지만, 1-9장을 포함한 잠언의 모든 개별 자료는 사사 시대나 왕정시대로부터 기원했다고 주장한다. 키드너는 지혜가 구약 전체를 관통해 흐르고 있는 커다란 광맥이며, 신약의 그리스도야말로 하나님의 지혜라고 강조한다. 

 

간략한 소제목이 붙은 1-20여 절에 이르는 본문(의 단위들)에 대해 간략히 주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1-9장까지는 여러 절을 한 단위로 묶어 해설한 경우가 많고 10장 이후로는 대개 한 절씩 주해한다. 주로 다양한 영어역본들을 비교하면서 단어나 문장의 더 나은 의미를 찾아가며, 잠언이나 구약성경의 다른 책들에 나오는 히브리어 용례도 자주 참조하지만,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등 고대 근동의 지혜문헌들은 드물게만 언급된다. 해석의 경향은 전체적으로 매우 복음적이고 윤리적이며, 본문의 현대적 의미나 적용에서 자주 상당히 탁월한 통찰을 보여 준다. 책의 앞쪽에 위치한 30페이지 정도의 주제별 연구는 잠언의 메시지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며, 본문의 핵심을 명료하게 요약해놓은 각 주해 단위의 소제목들도 매우 인상적이다. 지나치게 상세하지 않으면서 전통적 복음주의의 잠언 이해를 잘 보여주는 깔끔한 주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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