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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연구훈련/책별연구주석

룻기 주석소개

by 서음인 2022. 4. 30.

5월 첫 본문은 룻기라고 합니다. 오늘도 제가 가진 룻기 참고서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룻기는 제가 성경 전체를 통틀어 가장 사랑하는 책 중 하나입니다. 이 책은 흔히 사사기와 사무엘서라는 딱딱한 껍질 사이에 감추어진 진주’, 혹은 하나님 나라의 모델을 보여주는 소우주로 불린다고 합니다. 저는 슈만이 3영웅5운명이라는 두 대작 사이에 위치한 베토벤 교향곡 4번에 대해 썼던 표현을 빌어, 룻기를 북구의 험상궂은 거인들(신명기 역사서) 사이에 끼어 있는 아름다운 그리스 미녀로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룻기는 패역과 배도와 징벌의 아우성 소리로 가득하고 그 배후에서 엄격한 신명기적 설교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무겁고 어두운 신명기 역사서들 사이에 다소곳이 위치해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가 이 작은 책에서 발견한 것은 인간 왕이 없었음에도, 아니 오히려 인간 왕이 없었기에 하나님만을 사사로 모시고 소외된 자들에게 인애(Hesed)가 주어지며 이방인 과부가 축복 속에 이스라엘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아름다운 공동체였습니다. 그리고 가부장 사회에서 남편과 아들의 상실로 죽음에 직면한 두 여인이 삶과 신앙의 대담한 결정을 내리고 용기 있는 모험을 감행한 끝에 배후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도움으로 자신들의 운명을 개척해낸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어떻게 제가 이 매력적인 책과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첫 번째 사진이 룻기 본문 전체를 비교적 상세히 다루고 있는 주석서 내지는 해설서들입니다. 왼쪽에 누워 있는 책들이 읽은 것들이고 오른쪽에 서 있는 것들은 아직 가지고만 있는 책들입니다. 읽은 책중에는 국제성서주석 룻기(캐서린 두웁 자켄펠드, 한국장로교출판사)이방 여인 룻 이야기(민영진, 한국신학연구소)가 인상적이습니다. 최근에 접한 자그마한 해설서인 소외된 이들의 하나님 : 룻기(캐롤린 커스티스 제임스, 이레서원)도 괜찮았네요! 복음주의적 관점에서 룻기 전체를 균형잡힌 시각으로 해설한 책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전통적인 해석에만 머물고 있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저자가 복음은 본질상 반체제적이며 .... 가부장제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라고 단언하고 있으니까요!

 

두 번째 사진은 룻기에 대한 서술이 일부 포함되어 있는 책 혹은 단권주석들입니다. 짧지만 룻기를 바라보는 흥미롭고 독창적인 시각을 담고 있는 글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본문의 전승사적 궤적을 추적하면서 룻기를 여성신학적 관점에서 해설하는 구약성서의 여성들, 이방인에 대한 포용과 환대라는 관점에서 룻기에 접근하는 뒤집어보는 성서 인물, 룻기에서 두드러지는 여성중심적 내러티브가 성서를 지배하는 남성중심적 내러티브를 보완하는 방식에 주목하는 성경은 남성적인가, 룻을 우리의 여성 퀴어 선조로 지칭하면서 룻기 내러티브를 퀴어 공동체의 생존 전략에 전용하는 퀴어성서주석, 룻기가 여성의 가치는 출산에 있다는 가부장적 가치를 옹호하고 이방여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보여준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을 위한 성서주석등입니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룻기에 대한 문헌에 자주 인용되는 앙드레 라콕의 히브리 문학의 성 정치학에 나오는 룻기 관련 글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게 룻기를 다루는 책이나 글 중 첫 번째는 감히 제 인생책 중 한 권으로 꼽을 만큼 강렬하고 흥미진진했던 필리스 트리블의 하나님과 성의 수사학에 실린 인곡(A Human Comedy)이라는 글이었습니다. (사진 3,4) 트리블은 이 책에서 룻기가 가부장 사회에서 죽음에 직면한 여성들이 용감하고 대담한 결정으로 하나님이 내리시는 복을 찾아나선 끝에 실제로 복을 받는 희극(comedy)’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룻기 텍스트의 여러 곳에서 여성들은 가부장제의 내러티브에 자신들의 이야기가 오염되지 않도록 남성 세계의 언어를 재해석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애석하게도 책 자체가 절판이라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유일하지만 심각한 흠이겠네요! 이번에도 다들 열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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