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 예술/기타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 (다니엘 지라르댕, 크리스티앙 피르케르 지음, 미메시스 펴냄)

by 서음인 2016. 5. 31.

1.이 책은 1830년 사진이 처음 발명된 이래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고 첨예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73장의 사진과 그에 관련된 윤리적, 법적 논쟁의 과정 및 결과를 담고 있다. 이 논쟁들 중 몇 가지 중요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사진의 저작권 및 그와 관련된 명예나 금전에 관련된 문제 - 과연 사진은 예술작품으로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가? 사진작품에서 타인의 작품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것과 표절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2) 표현의 자유와 공중도덕이나 공익과의 충돌 및 검열의 정당성에 관한 문제 - 예술과 포르노의 경계는 어디인가? 섹슈얼한 함축을 포함하는 광고 이미지가 노출될 수 있는  범위(전시회, 대중매체 혹은 옥외광고) 는 어디까지인가?


(3) 사람들의 알 권리와 사진에 찍힌 사람의 초상권 및 사생활 보호간의 분쟁과 관련된 문제 - 테러리스트의 포로가 된 사람들의 초상이나 테러에 의해 참혹하게 죽어간 시신의 사진을 보도하는 것은 가능한가? 공익적, 예술적 목적으로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의 이미지를 촬영하는 것은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


(4) 보도사진가의 윤리에 관한 문제 - 테러나 학살 혹은 재난의 현장에서 사진가는 피해자를 돕는 것이 먼저인가, 촬영을 통해 참상을 증언하는 것이 우선인가? 공익적 목적을 위해 위해 사건의 현장 혹은 사진의 원판은 조작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2. 저자들에 의하면 “이미지를 통제하는 자가 사람을 통제한다” 는 빌 게이츠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현대 사회에서 이미지는 어떠한 말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심지어 한 장의 사진이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오늘날 이미지를 통제하는 것이야말로 권력의 핵심적 무기 중 하나이며, 사진과 관련된 논쟁은 궁극적으로 정치, 경제, 문화, 이념을 포괄하는 권력의 문제로 귀결된다. 또한 사진과 관련된 논쟁은 특정 시기, 한 사회의 갈등이 충돌하는 지점이며, 일정한 시대의 사회적 신념과 가치관을 드러낸다. 가령 사진이 법에 의해 판단되는 경우 그것은 당대 지배이념의 반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진과 관련된 논쟁은 그 사회의 현재를 비추어보는 거울이며, 과거와 미래를 밝혀낼 수 있는 단서가 된다.

 

3. 최루탄이 눈에 박힌 참혹한 시신으로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고등학생 김주열의 사진은 부정선거로 영구집권을 획책하던 이승만 독재정권이 무너지는 신호탄이 되었으며. 피흘리며 교정에 쓰려졌던 이한열군의 사진은 군사정권하에서 민주화를 향한 시민들의 열망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얼마 전 바로 그 이한열군의 사진을 ‘직접적이고 참혹해 중학생에게 맞지 않다’ 는 엉뚱한 논리로 교과서에서 삭제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하기사 교과서에 실린 그 사진이 김주열과 이한열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던 바로 그 동류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눈엣가시 같았겠는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