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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예술/기타

예수와 함께 본 영화 (곽건용 지음, for book 刊)

by 서음인 2016. 6. 1.

현재 LA 향린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는 저자는 ‘목회자가 되지 않았으면 아마도 영화감독이 되었을 것’ 이라고 말하는 ‘영화광 목사’ 이다. 그런 그가 스물일곱 편의 영화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인간다운 삶과 진정한 신앙의 세계’를 추구한 탐색과 성찰의 기록이 이 책 예수와 함께 본 영화 로 엮여 나왔다. 저자와 교회 고등부 시절 잠시나마 전도사와 학생으로 인연을 맺었던 나로서는 근 30여년 만에 듣는 그의 근황과 목소리가 반갑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평이하고 담담한 어조로 풀어나가고 있지만 그 안에 녹아 있는 독서와 실천, 고민과 성찰까지 평이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책의 표면을 흐르는 일견 평이해 보이는 이야기의 배후에는 저자의 치열한 공부와 삶, 그리고 인생과 신앙에 대한 깊은 성찰의 광맥이 감추어져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이 책을 읽다 보면 다루어지고 있는 주제들이 의외로 만만치 않으며, 저자의 결론이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상투적이지 않다는 것, 따라서 이 책을 읽는 것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그저 편안한 경험만은 아니며 우리로 하여금 자신과 이웃을 돌아보고 성찰하게 한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만약 저자의 말마따나 신앙이라는 것이 "한순간의 열광이 아니라 많이 생각하고 깊이 명상하는 것이며, 하나님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이며, 때로는 지독하게 의심하는 것” 이라면, 그것은 이 책과 저자에게 가장 잘 해당되는 말이리라.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이라면 특정한 사안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는 경우에도 그 상황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따스함과 균형감각을 잃고 있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저자는 어떠한 사안을 바라볼 때에도 단순한 선악의 흑백논리로 접근하기보다는 그 사태의 숨겨진 이면을 보면서 진실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세상을 보는 그의 시선은 기본적으로 결코 만만치 않은 비판적 시각을 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동가의 날카로움보다는 목회자의 따스함을 더 많이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만약 저자의 말대로 “심판하고 잘라내는 정의가 아니라 포근하게 품어주는 정의, 배제하고 벌을 주는 공평이 아니라 끌어안고 같이 울어주는 공평” 이 하나님의 정의요 예수님의 공평이라면 이 책에서 보이는 저자의 시선이야말로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나는 그가 그리스도인들에게 성공하는 사람보다는 예수를 닮은 “아름다운 바보”가 되라고, 좋은 교인이 되기 이전에 먼저 “사람다운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위기는 교회에 똑똑하고 돈많고 성공한 사람이 없어서도,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교인들이 없어서도 아니다.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저자의 말마따나 “아름다운 바보들”“사람다운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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