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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저자/톰과 새관점

사도바울의 기독교 (존 지슬러 지음, 은성 펴냄)

by 서음인 2016. 5. 31.

로마서 공부 와중에 펴든,  사도 바울의 가르침을 간략하면서도 평이하게 요약한 일종의 바울신학 개론서 내지는 소개서로 바울서신들의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면 내용이나 분량이 읽기에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그렇지만 바울의 중요한 가르침에 대해서는 빠짐 없이 다루고 있으며,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 후 나름의 결론을 제시함으로서 균형 있는 이해를 돕고 있다. IVP 성경주석(New Bible Commentary) 의 '서신서 읽기' 항목에 주요 참고서적 중 하나로 소개되어 있으며, 톰 라이트가 그의 책 톰 라이트 바울의 복음을 말하다의 참고문헌 항목에서 매우 좋은 책으로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볼때  새 관점학파(the new perspectives on Paul) 의 주장과 공통점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띤다.  톰 라이트가 이 책을 '바울사상에 대한 짧지만 빛나는 연구서' 라고 극찬한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몇몇  흥미 있는 주장들은 다음과 같다.

 

1. 저자는 바울사상의 헬라적 기원을 강조한 종교사학파의 주장과는 달리 사도바울의 가르침이 철저하게 유대적이며 바울의 회심은 유대교의 낡은 형태에서 그가 유대교의 진정한 성취라고 믿었던 것에로의 전환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저자에 의하면 사도 바울이 관심을 가졌던 예수님은 복음서의 예수-전승에 나타나는 갈릴리의 교사가 아니라 십자가에 못박히고 부활했으며 올리우신, 그리고 현재 교회 안에서 성령을 통해 활동하시는 부활의 주님이시다.

 

2. 그는 사도바울의 신학을 이해하는 중심이 개혁자들의 전통적 가르침인 ‘이신칭의’나, 슈바이처의 유명한 개념인 ‘그리스도 안에’ 가 아니라 ‘기독론’이라고 주장함으로서 샌더스의 견해를 따른다. 또한 저자는 이스라엘의 율법준수는 전통적인 개혁자들의 가르침에서처럼 언약관계로 들어가기 위한(getting in) 것이 아니고 값없이 주어진 은혜에 머무르기 위한(staying in) 수단이었으며, 바울이 율법을 반대한 진짜 이유는 율법이 그리스도가 아니며 그리스도의 경쟁자가 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샌더스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3. 저자는 ‘그리스도 안에’ ‘옛 아담과 새 아담’ ‘그리스도의 몸’과 같이 신자들과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표현하는 소위 연대적 언어가 의미하는 것은 헬라적 개념인 신비적 합일이나 유대적인 연대적 인격의 개념이 아니고, 신자들이 사탄의 권세에서 떠나 그리스도의 능력과 권세 아래 연대적으로 살고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저자에 의하면 바울의 ‘육체-성령’ 이원론은 ‘몸-영혼’ 이원론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의 삶-그 밖의 다른 것 아래에서의 삶’ 이원론이다. 성령을 따라 사는 것은 하나님을 따라 사는 것이고, 육체에 따라 사는 것은, 그 자체가 (율법처럼) 선한 것이든 (자기 만족처럼)악하든, 하나님 외에 다른 것을 따라 사는 것이다.

 

4. 저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로마서 9-11장에 나오는 바울의 선택교리는 일차적으로 개인이 아니고 공동체와 관계된 것이며, 따라서 이 본문을 개인의 선택이나 유기에 대해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함으로서 전통적인 개혁주의적 견해와 다른 입장을 취한다.

 

5. 저자는 로마서 1:17절의 ‘하나님의 의’를 ‘전가된 의의 상태’로 보는 개혁자들의 견해와는 달리 주로 역사 속에서의 구원행위로 나타나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으로 보며, ‘칭의’란 개인이 구원을 얻는 방식이라기보다 그리스도 안에서, 또 그리스도를 통하여 사람들을 하나님과 적합한 관계로 회복시키는 또는 그 회복을 선언하는 행위로 봄으로서 새 관점학파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던의 말마따나 칭의의 교리는 일차적으로 ‘어떻게 내가 은혜로운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는가’라는 루터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가 아닌,  바울이 이방인 선교의 와중에서 직면했던 ‘어떻게 이방인과 유대인이 한 공동체 내에서 함께 살 수 있는가’ 라는 문제에 대한 답변으로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저자에 의하면 공동체와 관계된 이 쟁점은 하나님께 이르는 길에 대한 쟁점으로 곧바로 연결되며 따라서 이 두 가지는 불가분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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