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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주석강해

예레미야 (상) (하) : 바클레이 패턴 구약주석 (DSB) (로버트 데이빗슨 지음, 서기산 옮김, 기독교문사 펴냄)

by 서음인 2023. 7. 21.

글래스고우 대학의 구약학 교수였던 로버트 데이빗슨(Robert Davidson, 1927~2012)이 쓴 책으로 DSB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처럼 온건한 역사비평의 관점으로 본문에 접근한다. 저자는 예레미야서가 뚜렷한 연결성 없이 조야하게 배열된 산만하고 많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예레미야 자신의 선포뿐 아니라 ‘예레미야적’인 후기 설교자들의 작품들도 섞여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구성이 예레미야서를 서로 다른 상황에서 선포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며, 예레미야서의 가치를 손상시키기보다 세대를 넘어서는 생명력을 부여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 자그마한 주해서는 비평적 문제를 상세히 다루기보다 현재의 최종 본문을 어두운 세상의 현실 속에서 읽어내는 데 집중한다. 저자는 예레미야의 때를 포함한 모든 세상에 만연한 억압과 불의, 진리에 대한 압제와 억울한 희생에 대해 민감하며, 그런 세상에서 예레미야라는 인물이 겪어야 했던 갈등과 투쟁과 고난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와 공감을 보여준다. 이 책의 가치는 고난과 불의로 가득한 세상과 하나님의 소명에 사로잡혀 그 세상에 저항할 수밖에 없었던 한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이해를  과함도 부족함도 없는 간결한 서술에 잘 담아냈다는 데 있다. 예레미아서 이해를 위해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지만 절판되어 구하기가 쉽지 않다.
 
* 바클레이 패턴 구약주석은 바클레이 신약주석 시리즈의 구약 파트로 출간되었으며 정확한 시리즈 명칭은 Daily Study Bible(DSB)이다. 주로 한 세대 전 영미권의 비평학자들이 쓴 주석들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성경본문(RSV)을 매일 일정한 분량씩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온건한 역사비평적 관점을 바탕에 깔고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주된 관심은 최종적으로 편집된 정경이 지니게 된 문학적 · 신학적 의미를 밝히는 것과,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속한 독자들이 구약 본문을 현대적 정황에 적실하게 번역해 올바로 적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1981년부터 나오기 시작한 조금 오래된 시리즈이고 분량의 제한으로 자세한 논의를 펼치지는 않지만, 성경을 현대적 정황에서 이해하기 원하는 진지한 평신도 탐구자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트렘퍼 롱맨이 쓴 Old Testament Commentary Survey 는 이 시리즈를 평신도/목회자용으로 분류하며, 5점 만점에 4점을 평점으로 부여할 정도로 높이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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