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 기독교/주석강해

출애굽기의 신학 (김이곤 지음, 한국신학연구소 펴냄)

by 서음인 2023. 7. 22.

『출애굽기의 신학』은 한신대와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유니온신학교에서 공부하고 한신대 신학과의 구약학 교수를 역임했던 저자가 1994년에 쓴 출애굽기 연구서다. 저자는 “야훼 하나님이 히브리인들을 이집트 제국의 압제로부터 구원하셨다”는 출애굽의 신앙고백은 논란의 여지없는 이스라엘의 ‘原신앙고백(primary confession)’이며, 이는 이스라엘의 구원사 모델인 방대한 육경의 설화자료들을 하나로 모아 주는 결정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육경의 설화문학은 야훼의 구원에 관한 좋은 소식인 케리그마를 증언하는 하나의 도구로, 역사적 사실의 객관적 보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위대한 구원행위를 신앙고백에 의거하여 증언하려는 의도를 담은 ‘역사적 경험들의 2차적 신화화(the secondary mythologing of historical experience)’라고 주장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저자의 생각은 저 유명한 구약신학자 게르하르트 폰 라트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폰 라트로 대표되는 서구의 신중심적 구원사 신학은 신의 주권과 해방행위는 언급하지만 그 해방사건의 동인이 되는 고난의 현장과 그 고난의 신학적 의미는 간과해 왔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출애굽기의 설화를 ‘부르짖음과 그 반응으로서의 해방(고난->해방)’이라는 고난신학적 도식으로 해설함으로서 신중심적인 서구신학이 간과한 ‘고난’의 차원을 복권시킨다. 저자에 따르면 눌림받는 자의 고난과 부르짖음이야말로 야훼의 출애굽 해방의 직접적 동기이고, 야훼는 고난받는 자의 해방을 위해서 전쟁을 일으키실뿐 아니라 그들의 해방과 보호를 위해 법을 주는 분이다. 여기서 해방을 위한 하나님의 전쟁인 ‘야훼의 전쟁’에는 인간의 어떠한 참여나 협력도 절저하게 배제되며, 이는 ‘야훼의 전쟁’이 무차별적인 정복이나 폭력을 조장하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위해 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결국 인간해방이라는 야훼 하나님의 구원사건은 고난받는 자의 부르짖음과 고난의 떡과 희생의 피를 요구하는 유월절 사건이 전제되고, 전쟁에 참여하는 자의 폭력행사가 거절되는 신의 해방전쟁을 통해 성취되며, 수여된 율법을 준수하는 광야에서의 교육을 통해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출애굽기뿐 아니라 지금까지 읽어왔던 모든 성서주석이나 해설서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받은 책이다. 처음 읽은 후로 20년이 지나 다시 읽어봐도 1940년생 저자가 1994년에 쓴 책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충실한 내용과 정제된 서술에 놀라게 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