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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주석강해

출애굽기 탐험 (나훔 M. 사르나 지음, 박영호 옮김, 솔로몬 펴냄)

by 서음인 2023. 8. 2.

이 책은 브렌다이스 대학의 고대근동학 석좌교수이자 JPS Torah Commentary의 편집주간인 모세오경연구의 권위자 나훔 사르나(Nahum M. Sarna)가 지은 출애굽기 해설서다. 저자는 성서의 역사성을 부정하는 ‘최소주의’의 접근에 반대해 출애굽 사건과 광야전승 그리고 가나안 침공과 정착의 역사성을 옹호한다. 그리고 출애굽 사건이야말로 다양한 절기와 의식을 통해 끊임없이 재현되고 사회윤리의 원천이자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히브리인들의 기억 속에 지워질 수 없이 각인되어 온 이스라엘 역사와 신앙의 결정적 사건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출애굽 서사를 포함한 모세오경의 이야기 자체는 근대적 의미의 정확한 역사적 보도가 아니라 자연과 역사에 대한 하나님의 절대적 주권과 완전한 섭리, 그리고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구속자되심을 증거하는 신앙적 문서라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다양한 문서 및 고고학적 증거들은 히브리 노예들의 이집트 탈출과 가나안 침공이 기원전 13세기에 일어났다는 주장을 지지한다. 또한 60만명이라는 출애굽 성인 남성의 숫자는 사실 다윗과 솔로몬 통일왕국 시기의 이스라엘 인구이며, 이는 출애굽 사건으로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구속 행위가 성전 건축으로 그 절정과 완성에 도달했다는 생각을 반영한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국가적 언약과 유일신 야훼에 대한 배타적 예배와 같은 이스라엘만의 독특하고 급진적인 유일신 신앙은 외부 요인의 영향에 의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위대하고 창조적인 영적 지도자 모세에게서 기인한 것이다.

 

성서의 율법은 성서 이야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종교'와 '세속'을 포함한 삶의 전 영역을 포괄하며, 모든 백성에게 공개적으로 선포되고 그들이 습득해 실천할 것이 요구되었다. 이는 율법이 종교적 법률적 전문가들만을 위한 문서가 아니라, 이스라엘 전체가 '제사장 나라와 거룩한 백성'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 주어진 것임을 의미한다. 탈리오법(lex talionis)의 취지는 문자적 시행이 아니라 동등 보상의 원칙이며, 그 목적은 범죄에 대한 처벌을 사적 복수에서 공공의 영역으로 전환시키는 데 있다. 성막은 하나님이 이스라엘 가운데 임재해 계신다는 가시적 상징물로, 시내 산과 그 곳에서의 하나님 체험을 반영하며, 공허와 혼돈에서 세상을 만드신 창세기의 천지창조 이야기와 평형을 이룬다.
 
 성서 내러티브를 그대로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극단적 문자주의와 성서 이야기의 역사성을 대부분 부정하는 '최소주의'를 모두 거부하는 '은혜로운' 비평학의 견해를 잘 보여준다. 출애굽기 공부에 표준적 교과서로 삼을 만한 탁월한 책이나 절판 상태라 구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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