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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주석강해

출애굽기 : 현대성서주석 (테렌스 E. 프레다임 지음, 강성열 옮김, 한국장로교출판사 펴냄)

by 서음인 2023. 8. 26.

이 책은 Luther Seminary의 구약학 교수인 테렌스 프레다임이 Interlretation 시리즈의 출애굽기 편으로 펴낸 주석이다. 이 시리즈의 대체적인 특징은 비평학의 연구성과를 수용하되 각 책들의 최종적인 편집본인 정경에 집중한다는 것과, 해당 본문들이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삶과 신앙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통적 주석처럼 각 구절들을 하나하나 주해하는 대신 설교나 성경공부의 단위가 되는 본문의 덩어리들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 해설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한 마디로 비평학적 전제를 받아들이되 성경을 정경적 맥락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설교자들이나 성경공부 인도자들이 참고하기에 적합한 수준 높은 신학적 강해들이라 할 수 있다. 저자 역시 이 시리즈의 정신을 충실히 따른다.
 
저자에 따르면 초기 형태의 출애굽기는 왕정 시대 이전에 생겨났으며 기본 줄거리만을 갖춘 상대적으로 간결한 이야기였으나, 여러 시기를 거치며 지속적인 개정을 거친 끝에 바벨론 포로기에 P라 불리는 마지막 편집자에 의해 완성되었다. 이는 출애굽기가 일차적으로는 역사적 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이 오랜 기간 자신들이 처한 삶의 자리에서 그 사건들의 의미에 대해 상상력과 창조성을 발휘해 재해석한 내러티브라는 의미다. 따라서 출애굽기는 현대적 의미의 객관적인 역사서술이 아니라 출애굽 시대의 이스라엘과 동일한 곤경에 처해 있던 포로기 이스라엘 신앙 공동체의 역사적 정황과 신학적 반성을 담고 있는 신학적 내러티브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출애굽기의 내러티브를 창조신학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는 출애굽기에서 나타나는 하나님의 해방과 구원은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관계라는 협소한 역사적 지평을 넘어선다는 의미다. 그 사건은 동시대 근동세계와 포로기 이스라엘 그리고 현재까지를 포함한 모든 세대와 장소에 하나님의 이름을 드러내는 '공적'이고 '선교적'인 지향을 지닌 사건일 뿐 아니라,  비인간계를 포함한 피조세계 전체에 생명을 주고 보존하며 복주는 하나님의 창조사역이 빠진 위기를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우주적 사건'이다. 하나님은 절대적 주권으로 이 일을 이루시지만, 자신의 의지로 인간을 강요하거나 조종하는 폭군적 방식이 아닌, 이스라엘의 고통을 체휼하면서 대화와 설득을 통해 인간 주인공이 모세와 함께 일하시는 방식으로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신다.  
 
현대성서주석의 구약파트는 단 한권도 버릴 것이 없을 만큼 탁월하다. 만약 내게 구약성서에서 단 하나의 주석 시리즈를 남겨야 한다면 주저 없이 이 시리즈를 고를 것이다. 출애굽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창조신학의 관점에서 본 출애굽기 내러티브    출애굽사건은 하나님이 피조계를 혼돈과 죽음으로 몰아가려는 反창조세력인 이집트를 심판하고 생명에 바탕을 둔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한 '공적 지향'을 가진 사건이다. 광야전승과 금송아지 사건은 이스라엘을 다시 혼돈과 죽음으로 되돌리려는 반창조 사건이면서, 동시에 혼돈 가운데서도 질서와 생명을 허용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의 구원의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율법은 우주적 차원에서 혼돈을 질서로 바꾸는 하나님의 활동이 사회적인 영역에서 이뤄지게 하는 수단이자 무질서의 세력을 억누름으로서 창조세계가 혼돈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성막은 광야로 상징되는 무질서한 세계 한 복판에 질서를 창조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의 활동을 보여주며, 안식으로 완성되는 성막 건축 이야기는 공허와 혼돈에서 아름답고 질서있는 세상을 만드신 창세기의 천지창조 이야기와 평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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