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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

비오는 날에 듣는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비의 노래"

by 서음인 2016. 6. 1.

 20대 초반의 젋은 시절 한때 브람스를 많이 좋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이나 독일 레퀴엠 같은 음악들을 들으면서 별달리 커다란 고민도 없었던 사람이 인생의 비극성과 삶의 고뇌를 홀로 짋어진 것 같은 치기어린 감상에 잠기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브람스는 나의 세계에서 점차로 멀어져 갔지요. 인생의 심오한 비밀을 들려 주는 것만 같던 그의 음악들이 어느 순간 너무 어둡고 칙칙하게 들리기 시작했고, 열정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도무지 찾을 수 없는 맥빠진 황혼의 음악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비오는 날이 되면 어김없이 브람스의 곡인 바이올린 소나타 1번, 일명 “비의 노래”를 찾게 되는 것을 보니 그렇게 멀어졌던 브람스의 음악이 점차로 또 좋아지려고 하나 봅니다. 브람스 특유의 어둡고 우수에 가득 차 있으면서도 아름답고 명상적인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선율을 듣고 있노라니, 어쩌면 ‘어둡고 칙칙한’ 브람스를 잊고 살았던 시기야말로 내 인생에서 중요한 무엇인가를 잊고 있으면서도 뭔가가 되었다고, 뭔가를 이루었다고 착각하며 살았던 때가 아니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20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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