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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예술/음악

클래식광, 그림을 읽다 (이장현 지음, 세미콜론 펴냄)

by 서음인 2016. 6. 1.

책깨나 읽었다는 사람들이 일정 수준의 경지에 도달하면 반드시 거치는 단계가 하나 있다. 바로 책이라는 물질 자체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어딜 가도 책이 없으면 뭔가 허전하거나 불안해지고, 예쁜 책을 보면 보듬어주거나 쓰다듬고 싶어지며, 책 냄새가 어떤 향수보다도 더 달콤하게 느껴지고, 읽지도 않은 자신의 장서들을 멍하게 쳐다보고만 있어도 천하를 얻은 느낌이 드는 그런 상태 말이다. 그런데 책만큼은 아니지만 클래식 음반도 하나 둘 모으다 보니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음악만큼이나 음반이라는 물질 자체, 앨범의 표지까지도 사랑하게 되는 바로 그 경지!! 더구나 클래식 음반들은 서양미술사의 위대한 작품들을 표지로 쓰는 경우가 많기에, 표지 자체가 말 그대로 예술인 경우가 많다.

 

이 책은 “클래식 음반에 숨은 명화 이야기” 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클래식 애호가인 저자가 클래식 음악과 그 음반에 쓰인 명화들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에 관해 쓴 책이다. 내용 중에는 칼 리히터가 연주한 그 유명한 바하의 “마태 수난곡” 의 표지로 쓰인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인 최후의 만찬에 접시가 없는 이유를 열렬한 종교개혁의 지지자로서 가톨릭의 화채설에 반대하여 성찬 안에는 예수님의 살과 피가 실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화가의 신념과 연결시켜 설명한 부분이라든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무녀(巫女)요 女예언자인 시빌레가 시스타나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리의 벽화에 나오고, 바흐의 사촌뻘인 C.P,E 바하의 종교음악인 마그니피카드 음반의 표지로 나오게까지 된 사연과 같이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최근에 클래식 음반시장이 침체로 음반사들이 새로운 음반을 내기보다는 과거의 유명했던 음반들을 염가로 대방출(?) 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앨범의 표지도 가격에 걸맞는(!) 조악한 형태로 바뀌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름다운 앨범에 담긴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마시는 커피 한잔의 여유와 기쁨이 새삼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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