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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교의 .변증

경건한 열망 (필립 슈패너 지음, 크리스챤 다이제스트 펴냄)

by 서음인 2016. 6. 2.

1. 현대 복음주의를 구성하는 핵심적 요소 중  하나인  경건주의 운동의 출발점으로 여겨지고 있는 이 고전적인 책에서 저자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망각한 채 부패와 형식주의에 빠져 죽은 정통만을 고수하고 있던 당대의 교회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당시의 루터교회는 극심한 세속화와 부패에 빠져 있었을 뿐 아니라, “루터가 앞문으로 쫒아냈던” 성경 없이 성경을 뛰어넘어 논쟁만을 일삼는 스콜라 신학이 "루터교 정통주의"(Lutheran orthodoxy) 혹은 "루터교 스콜라주의"(Lutheran scholasticism)로 이름을 바꾸어 슬그머니 “뒷문으로 다시 들어와” 성행하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구원에 대한 내적 확신과 경건한 삶의 실천에 대한 관심을 상실한 채 공적인 신앙고백과 종교의식의 참여가 그 자체만으로 구원을 보장한다는 儀式主義(opus operatum)에 빠져, 오히려 경건의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이단적 열광주의자로 의심받고 경원시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2. 슈패너는 이 책에서 이러한 당대의 암울한 상황에 직면하여, 그리스도인들은 초대교회와 같이 경건하고 온전한 삶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교회개혁을 위한 여섯 가지의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1)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개인적, 공적으로 널리 사용하여야 한다. 모든 성도들은 설교 본문만이 아닌 모든 성경을 알아야 하며, 공적 예배와는 별도의 "경건의 모임"(colleges of piety)들을 통해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나누어야 한다.  (2) 모든 평신도들은 영적 제사장이며, 따라서 적극적으로 말씀을 연구하고, 기도하고, 가르치고, 봉사하는 목회사역에 참여해야 한다. 만인제사직과 성직은 서로 보완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3) 신앙이란 신념의 체계인 동시에 삶이며, 기독교의 존재 의의는 지식이 아니라 실천이 있다. 기독교인은 신앙에 대한 지식을 가지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4) 신자들은 불신자 및 이단과 논쟁하기 보다는 경건의 삶과 진실한 사랑을 통해 그들을 감화하며 일치를 이루어가야 한다. (5) 신학대학은 학문이 아닌 경건의 장이 되어야 하며, 신학교육은 학문성보다는 경건성을 고양하는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논쟁보다는 단순한 사도적 신앙의 회복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6) 설교의 목적은 수사학이나 현학이나 논쟁이 아닌 성도의 양육과 내적 생명의 고양이어야 한다.

 

3. 구원에 대한 내적 확신의 강조와 경건한 삶의 추구라는 경건주의의 강조점은 다양한 현대 복음주의 운동의 공통적인 기초가 되었으며, 복음주의 신앙의 가장 위대한 유산 중 하나로 여겨져야 마땅할 것이다. 또한 말씀 중심의 신앙과 만인 제사장주의의 강조 역시 오늘날 한국교회에 매우 적실한 귀한 가르침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귀한 유산에 대해 우리는 저자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보다는 개인을, 지성보다는 감정을 중시하는 경건주의 신앙의 가르침이 종교적 개인주의와 반지성주의라는 현대 복음주의의 부정적 측면을 낳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 역시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만일 저자가 다시 살아난다면 그의 시대와는 반대로 바른 신학에 대한 관심은 사라진 채, 종교적 열정과 부흥이  곧 정통으로 대접받는 작금의 한국교회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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