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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이야기

마태 수난곡 감상

by 서음인 2016. 6. 15.

수난주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다음주 주말까지 마태수난곡 음반들을 
하루에 하나씩, 매일 다른 버전으로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좋아해서 주로 손이 가게되는 헤레베헤나 아르농쿠르.
가끔 찾는 옛 애인(?) 인 리히터나 클렘페레의 음반들 외에 
그간 사놓고 손이 잘 가지 않았던 것들 중에도 몇 골랐습니다.

꼭 수난절이 아니더라도 가끔 마태수난곡을 듣는 것은
역사가 아리에스의 말마따나 "죽음이 유폐되어버린 현대" 를
마치 죽음이 없는 듯 잊고 살아가는 저에게 죽음을 기억하라
(Memento Mori) 는 중세의 격언을 새삼 일깨워주곤 했었지요. 

이번 수난절에 그간 익숙했던 옛친구(!) 들과 반갑게 조우하고,
그간 소홀했던 몇몇 음반들과도 잘 사귈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2. 3. 30)


3월30일 릴링 - 깔끔하고 단정한 바하. 절제된 세련미. 역시 명불허진!! 

3월31일 번스타인 - 느리게 한없이 느리게. 연주 자체는 글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해석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고난을 체화한 유대인의 피가 흐로고 있어서일까? 

4월1일 솔티 - 극적이고 진폭이 큰 바하, 가끔은 오페라 아리아같은 느낌 .... 솔티라는 선입견 때문일까?

4월2일 멩겔베르크 역사적 명반중의 하나라는데.... 아직까지는 음질 문제를 제외하고도 심하게 자의적인(?) 템포설정과 지나치게 감상적인 연주라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언젠가는 이해할 날이 오겠지. 

4월3일 가디너 연주 자체로만 보자면 깔끔하고 나무랄 데 없는 명품이라고 해야겠지. 과거보다는는 훨씬 이 음반이 좋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뭔가 빠진 느낌이...수난없는 수난곡??

4월4일 마우에르스베르거 - 참 엄숙하고 단정한 연주이기는 한데 ...뭔가 말잘듣는 모범생을 보는 듯한 느낌. 너무 모범적이면 좀 재미가 덜한 건 나뿐인가? 

4월5일 클렘페레 - 누군가 말했던 대하처럼 흘러가는 연주라는 평이 딱 맞는 듯. 자신만의 유장한 템포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내디디는 거인의 모습을 보는듯...물론 이 고지식한 거인에게 날렵함을 기대할 수는 없겠다.

4월6일 스즈키 - 일본 지휘자와 연주단체의 음반이어서일까? 명반의 하나라고들 했지만 거의 손이 가지 않았던 음반. 그러나 일체의 과장과 허식이 배제된 "바하 자체"를 만난 느낌. 잔잔한듯 하지만 영혼을 파고드는 뭔가가 있다. 앞으로 이 음반을 많이 사랑하게 될 듯!!

4월7일 헤레베헤 - 워낙 많이 들었던 음반.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처절한 고난의 그림이라기 보다는 수난의 의미에 대한 조용한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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