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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기행

2008년 파키스탄 Free Eye Camp 斷想 - 예수 나를 오라 하네

by 서음인 2016. 6. 15.

 파키스탄 行


  내가 파키스탄 단기의료선교(Free Eye Camp) 에 가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6월 39차 몽골 FEC 에 다녀온 직후였다. 단 한번의 안과진료를 위해 수백 Km를 마다 않고 달려왔던 수많은 영혼들의 간절한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았고, 수술을 통해 시력을 회복한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이 계속 뇌리에 떠올랐다. 하나님이 지난 몇 년간 평범한 일상에 안주하며 살아가던 나에게 이 사역을 통해 새로운 도전과 사명을 주신 것일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지난번 만났던 몽골의 영혼들을 생각하면 심장이 뛰고 마음이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이제는 “밤마다 내 심장이 나를 교훈하도다(시 16:7)” 라고 노래했던 시편기자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결국 이번에도 주저 없이 휴가를 포기하고 아내와 딸과 함께 파키스탄 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나를 기다리는 새로운 모험을 향해 떠나기로 결심할 수 있었다.




새벽아잔 vs 예수 나를 오라하네


  열일곱 시간의 여정 끝에 자정 무렵 파키스탄의 라호르에 도착하여 곤한 잠에 빠진 첫날 새벽 나를 깨운 것은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에서 들려오는 구슬픈 음악과도 같은 예배초청의 소리 - ‘아잔’ 이라고 불린다 - 였다. 그 소리를 들으니 내가 이슬람국가에 와 있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진다. 그때 불현듯 5시 10분에 라호르 한인교회의 새벽예배에 가는 차량이 숙소 입구에서 출발하기로 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황급히 일어나 시계를 보니 5시 35분, 이미 늦었다. 파키스탄의 첫날을 예배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아잔’을 들으며 일어나다니.... 내일은 반드시 새벽예배에 가리라고 결심한다. 


  피곤한 일정을 마친 다음날, 이번에는 한인교회 새벽예배에 참석했다. 차로 약 10여분 거리에 있는 현지교회에 도착하니 성도들이 이미 와 계신다. 시간이 되니 목사님이 찬양을 인도하신다. "예수 나를 오라 하네, 예수 나를 오라 하네. 어디든지 주를 따라 주와 같이 같이 가려네~~" 1절이 끝나기도 전에 눈이 이슬이 맺히며 가슴이 벅차올라 찬양을 부를 수가 없다. 과연 내가 무엇이관대 예수님이 이 먼 무슬림의 땅까지 나를 오라 하셔서 당신의 귀한 사역을 맡기신단 말인가? 눈물, 콧물을 쏟아 가며 간신히 찬양을 따라가던 나에게 마지막 4절이 한없는 위로로 다가온다. 주가 크신 은혜 내려 나를 항상 돌아보고 많은 영광 보여주며 나와 함께 함께 가시네.” 그렇다. 이번 캠프로 나를 부르신 분은 바로 주님이신 예수님이시며, 그분이 은혜 내려 주실 것이며, 끝까지 우리와 동행하실 것이다. 우리는 이번에도 그분의 놀라운 계획에 순종하고 따라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가!




테러국가 파키스탄??


  이번 파키스탄 FEC에 참가한다고 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첫 번째로 보인 반응은 그위험한 곳에 왜 가느냐, 다른 곳도 많은데 꼭 테러국가로 가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나마 걱정해 주는 경우는 상당히 양호한 편이고 심지어는 그리스도인 중에도 노골적인 적대감과 거부감을 표시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하기야 대한민국 정부에서 공식 지정한(?) 여행 자제국가에다 우리가 가기 직전에는 파키스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매리어트 호텔에서 폭탄이 터져 외교관 포함 60여명의 사상자가 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게다가 라호르 공항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영접하러 나오신 한인교회 장로님이 처음으로 하신 말씀이 “자살폭탄 테러로 정세가 불안한 이 먼 곳까지 목숨을 걸고 오신 단원들을 환영한다” 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번 FEC 기간동안 우리는 AK 소총으로 무장한 현지 경찰의 24시간 밀착 에스코트를 받아 위험은 물론이고 교통체증도 겪지 않으며(심지어 현지경찰들의 호위 하에 길이 막힐 때는 역주행도 서슴지 않았다!!) 안전하게 잘 지낼 수 있었다. 일반 단기선교와는 달리 의료선교사역은 현지 정부의 공식적인 허가와 후원 하에 진행되는 사역이다 보니 파키스탄 정부 측에서 우리에게 호위 경찰을 붙여준 것이었다. 이런 예를 보더라도 의료선교는 과거 우리나라 선교 초창기에도 그러했듯이 파키스탄과 같이 직접적인 복음 전파가 불가능한 국가에서 공식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복음전파의 수단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거룩한 땅’ 의 외식주의


 파키스탄이라는 말은 ‘거룩한 땅’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과연 그 말답게 이 나라에는 사람들을 유혹할 만한 일체의 환경적 요소들이 없다. 공공장소에서는 술을 팔지 않으며, 이성간의 접촉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고, 상점들은 정오부터 두 시간 동안의 기도 시간에는 모두 문을 닫는다. 그래서 현지 교회의 장로님은 이곳 파키스탄이 범죄할 만한 환경적 유혹이 없기에 역설적으로 그리스도인이 살기에는 말 그대로 ‘거룩한 땅’이라고 말씀하기도 하셨다.


그런데 파키스탄 행 비행기를 타보니 사람들이 의외로 기내 서비스로 나오는 술을 많이 마신다. 궁금해서 현지 교민들에게 물어 보니 그것이 바로 이슬람 사람들이 가지는 외식주의의 모습이라고 대답해 주신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들 이슬람 율법을 잘 지키며 거룩하게 사는 것 같지만, 그것은 무슬림 공동체 내에서 살아가는 그들에게 환경적 유혹 자체가 없고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기 때문이지 기독교에서처럼 내면의 변화에 근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율법의 준수만을 강조하는 무슬림들에게 내면의 변화 혹은 회심과 같은 개념은 매우 생소한 개념이다) 남이 보는 곳에서만 잘하려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공동체를 떠나 상대적으로 보는 눈이 적고 자유로운 기내에서는 신나게 술을 마신다는 것이다. 바로 성경이 정죄하는 바리새인의 모습, 외식주의의 모습이 아닌가!  그러니 행위를 떠나 그 행위의 출발점인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도 거룩할 것을 요구하시는 - 형제에게 욕하는 자마다 이미 살인한 자요, 음욕을 품는 자마다 이미 간음한 자라 - 예수님의 가르침이 얼마나 수준 높고 위대한 윤리인가!!




(200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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