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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조직교과서

성경 핵심교리 (웨인 그루뎀 지음, CLC 펴냄)

by 서음인 2016. 7. 27.

<성경 핵심교리>는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교의 조직신학 교수인 웨인 그루뎀이 1990년대 초에 발간한 방대한 <조직신학>을 800페이지 정도로 축약한 책이다. 

추천사를 쓴 심재승 교수에 따르면 이 책은 주로 “북미에서 발흥한 현대주의의 도전에 응전하는 복음주의 계열의 학풍”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신론이나 구원론에서는 전통적 개혁신학을, 세례와 언약에 대해서는 침례교의 이해를, 성령과 은사에 관해서는 오순절 신학의 요소를, 종말론은 역사적 전천년설의 관점을 지지하는 등 한마디로 “현대 북미의 대중적인 교회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신학을 쉬운 언어로 설명한 북미 복음주의의 기초 신학서”라 할 수 있다. 

명제의 형태로 존재하는 진리들로 가득 찬 ‘사실의 저장소’인 성경에서 진리의 단편들을 뽑은 후 논리적으로 재배열하여 일련의 명제들로 이루어진 참되고 영원하며 불변하는 ‘진리의 대성당’을 짓는 것을 목표로 삼는 조직신학의 “재생적 혹은 요약적 기능”(푈만) 또는 “명제주의적 접근방식”(그랜츠) 을 잘 보여준다. 

신학을 공부하지 않은 평신도도 읽기에 어려움이 없을만큼 서술과 내용이 평이하고 친절하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글 맛’이나 ‘매력’은 조금 떨어지는 편이며, 모든 非복음주의 신학을 ‘가짜 기독교’ 규정하여 처음부터 논의에서 배제하다보니 자주 편협하고 진부해지는 경향이 있다. 진리에 대한 ‘수호’와 ‘변증’의 열정이 대화나 공감의 정신을 압도하는 지극히 '미국 보수적'인 조직신학서이다.

 

후 기  2016년 미 대선의 와중에 이 책의 저자인 웨인 그루뎀은 도날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 더 '복음주의적'이고 '도덕적'인 선택이라는 글을 한 인터넷 매체에 기고했다. 여러 신학적 전통들이 일구어 온 풍성하고 다양한 성취나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상식과 이성의 소리에 귀기울이기를 거부하는 편협하고 폐쇄적인 '자뻑'신학이 얼마나 황당하고 비윤리적이며 복음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반면교사로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대놓고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약자에 대한 조롱을 부추기는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복음주의자' 그루뎀은 유대인과 동성애자, 장애인을 가스실로 보낸 히틀러를 '독일 민족의 구원자'로 여겼던 나치 치하의 보수적인 '제국기독교인'들과 과연 무엇이 얼마나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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