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 기독교/조직교과서

기독교 신학개론 (윤철호 지음, 대한기독교서회 펴냄)

by 서음인 2017. 4. 13.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조직신학 교과서 읽기의 여덟 번째 책인 장신대 윤철호 교수의 『기독교 신학개론』을 다 읽었습니다. 30년간 나름 기독교 서적들을 열심히 읽어 왔고 어렵다는 현대신학서들도 제법 접했습니다만, 작년 이전에 읽었던 ‘교과서적인 체제를 갖춘’ 조직신학책이라고는 누군가 빌려가서 아직도 소식이 없는 뻘콥의 ‘빨간책’ 『기독교 신학개론』과 제 인생책 중 하나인 브루스 밀네의 『진리를 알지니』(절판된 후 크리스찬 다이제스트에서 『복음주의 조직신학개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홀스트 푈만의 『교의학』까지, 딱 세 권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초 조직신학 교과서들을 공부하기로 결심한 이후부터 브루스 밀네와 홀스트 푈만을 다시 읽었고, 김형원 · 웨인 그루뎀 · 스탠리 그랜츠 · 다니엘 밀리오리와 윤철호를 처음으로 접했으며, 지금쯤 누군가의 서가에 꼽혀 있을 ‘뻘콥’ 대신 ‘벌코프’의 두꺼운 『조직신학』을 집어들고 1/3 정도 진도를 나갔으니 꽤 열심히 노력한 것이 맞겠지요? 늦게 배운 도둑이 날새는 줄 모른다더니 조직신학에 한번 맛이 들리니 중독성이 있는지 끊기가 어렵네요 ㅎㅎ

저자는 서론에서 이 책을 저술하는데 홀스트 푈만의 『교의학』과 다니엘 밀리오리의 『기독교 조직신학개론』을 주로 참고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마침 저는 이 책을 읽기 직전에 푈만과 밀리오리를 미리 접했기에, 그 둘의 내용이 이 책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조직신학의 체계와 순서를 따르고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주요 주제를 다루는 각 장들마다 ① 성서에서 해당 주제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요약하고 ② 초대교회에서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에 이르기까지 그 주제에 대한 교리사적인 흐름을 여러 신학자나 사조를 중심으로 살피며 ③ 각각의 주제에 대한 현대의 중요한 논쟁들을 주요 신학자나 이론들을 중심으로 정리한 후 간략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성서-교리사-현대의 논쟁이라는 이 책의 구조는 홀스트 푈만의 『교의학』과 기본적으로 동일하며, 전체적인 내용 역시 푈만을 느슨하게 차용해 기본 뼈대를 짠 후 밀리오리나 다른 책들을 다양하게 인용해가며 살을 입혀 구성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아무런 제한 없이 안드로메다까지(!)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 같다가도 결론을 내릴 때쯤이면 반드시 ‘루터’라는 자신의 확고한 성채로 귀환하는” 푈만과 달리, 몰트만과 판넨베르그의 신학이 자주 인용되는 이 책의 결론은 밀리오리와 훨씬 가까우며 대체적으로 개혁주의 신학의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랜츠나 밀리오리 같은 ‘현대적인’ 조직신학 교과서들에서처럼 “페리코레시스 안의 친교적 연합에 참여하는 삼위일체 하나님”이라는 최근 삼위일체론의 관점에서 전통적인 조직신학의 주제들을 심화해 (재)진술하고 있는 부분이 자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체제와 내용에서는 푈만을, 방향과 결론은 밀리오리를 닮은, 두 책의 장점이 잘 섞인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기독교 신학에 입문하는 신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주교재”로 기획되었지만, “기독교 신학에 관심이 있는 교회의 평신도 지성인과 사회의 일반 지성인들도 잠재적 독자로 간주한다”고 말합니다. 과연 서술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명쾌해 읽기에 크게 어렵지는 않고 교과서로는 분량이나 내용이 더할 나와 없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만, 신학적 지식이 전무한 입문자가 도움 없이 그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쉽지많은 않을 것 같네요.

혹시 교과서로 읽는 경우가 아니라면 푈만 『교의학』의 백과사전적 체계를 사랑하지만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압축적인 서술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분이나, 푈만 특유의 루터교적인 결론이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는 분들, 그리고 좀더 최근의 신학적 논의가 궁금하신 분들에게, 기독교 신학의 현주소를 잘 살펴볼 수 있는 적절한 조직신학 안내서로 적극 추천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