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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조직교과서

기독교 조직신학 개론 (다니엘 밀리오리 지음, 신옥수 백충현 옮김, 새물결플러스 펴냄)

by 서음인 2019. 4. 3.

마침내 새물결플러스 출판사에서 나온 다니엘 밀리오리의 <기독교 조직신학 개론>을 다 읽었습니다. 오랫동안 조직신학에 입문하는 학생들을 위한 표준적 교과서로 쓰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2000년 역사를 관통하는 기독교 신학의 핵심을 평이한 서술로 알기 쉽게 요약해 놓은 이 책은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를 넘어 현대 기독교 신앙에 대해 학문적인 관심을 가진 진지한 탐구자들에게 기꺼이 권할 만한 좋은 안내서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자가 서론에서 밝히고 있듯 이 책은 기본적으로 칼빈 - 바르트 - 몰트만으로 이어지는 개혁주의 신학의 전통에 서 있으며(단 저자의 개혁주의는 한국의 대다수 성도들에게 익숙한 ‘보수 정통’ 개혁주의가 아니고, ‘신정통주의’에 가깝습니다), 조직신학의 여러 주제들을 순서대로 설명해 나가는 전통적 방식을 따르기보다는 해방 ‧ 대화 ‧ 생명과 같이 진보적이고 실천적인 주제에 천착하는 다양한 현대신학들과 교감하면서 고전적 주제들을 현대의 정황에 맞게 ‘재해석’하고 ‘재진술’ 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조직신학 책에서 루터와 칼빈과 바르트와 라너의 이름을 보는 것이야 당연하겠고, 구티에레즈나 피오렌자나 폴 니터의 이름을 발견하는 것도 이해가 가는 일이지만, 레슬리 뉴비긴, 데이비드 보쉬, 데릴 구더의 이름을 만나는 것은 결코 흔한 경험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면 정교하고 장엄한 고전적 조직신학의 체계를 마주했을 때처럼 압도적인 경외감에 사로잡히기보다는, 탐구와 비판의 정신, 해방과 자유의 정신, 대화와 환대의 정신으로 충만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고전적 조직신학이 세운 거대한 “진리의 대성당” 앞에서 숭고의 황홀경에 빠졌던 경험을 가진 분이거나, 진리의 수호를 위한 ‘영적 전쟁’에서 참과 거짓을 단칼에 가르는 냉엄한 심판관이 되는 것이야말로 신학의 가장 중요한 본분이라고 굳게 믿는 분들에게는, “고전적 신학을 비판적으로 존중하되 최근 신학의 새로운 강조점과 목소리들을 비판적으로 수용”한다는, 다른 말로 ‘이것도 옮고 저것도 틀리지 않는다’는 정신으로 충만한 이 책이 맹숭맹숭하거나, 의심스럽거나, 심지어 위험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개인적인 견해로는 고전적인 조직신학의 주제에 대해 좀 더 전통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는 두텁지 않은 교과서들(예를 들어 크리스찬 다이제스트에서 나온 브루스 밀른의 <기독교 조직신학 개론>과 같은 책들)을 먼저 읽은 후 이 책을 접한다면 좀 더 풍성한 독서의 열매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마지막으로 이 책의 각주에 인용된 책들 중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골라 모아 보았습니다(세트로 된 책들은 대표 한 권씩만 그리고 축약본만 있는 것들은 축약본으로). 이 책이 전통적인 조직신학서들과 얼마나 다른 토양 위에 서 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의 사진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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