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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예술/미술

조르주 루오 (발터 니그 지음, 분도출판사 펴냄)

by 서음인 2016. 5. 30.

조르주 루오 (Georges Rouault 1871-1958) 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두터운 테두리선과 단순하지만 강렬한 색채 그리고 거친 붓놀림을 특징으로 하는 이 프랑스 화가의 그림들은, 예수 그리스도든 어릿광대든 창녀든 그가 그리는 대상의 배후에 감추어진 사물의 본질 혹은 속살, 기독교의 표현을 빌자면 신성과 초월의 흔적을 드러내며 , 따라서 주제에 관계없이 매우 “종교적”이다. 가톨릭 신학자인 저자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당대 프랑스 미술과 비교하면 거의 별종처럼 느껴지는 루오의 투박하고 거친 그림들은 화가가 살았던 당대의 불의와 비참을 고발함으로서 교회의 관심과 책임을 환기하고 있으며, 어릿광대나 창녀처럼 그가 그린 비천한 사람들의 얼굴 속에는 바로 우리가 세상 속에서 만나고 섬겨야 할 할 변장한 그리스도의 모습이 숨겨져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저자는 그의 작품들이야말로 하나님을 부인하는 세상 한가운데서 외치는 절절한 신앙고백이자, 현대판 이콘 (ikon) 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고 말한다. 만약 오늘날 루오가 우리 사회에 살아온다면 어릿광대나 창녀 대신 과연 어떤 사람들을 변장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인 현대판 이콘 (ikon) 의 주인공으로 선택하게 될까?

 

p.s 가톨릭 신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예술이란 ‘진리와 관련되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아름다움’ 을 추구하는 것이며, 하나님의 자취인 이러한 영원한 아름다움은 사람의 마음에 무한한 환희를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한다. 또한 ‘종교라는 나무의 한 가지’인 참된 예술이 신성과 맞닿아 있을 뿐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이 심층적인 자기 이해에 도달하는 것을 도와 줄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종교는 문화의 내용이며 문화는 종교의 형식’ 이라는 개신교 신학자 폴 틸리히 (Paul Tillich) 의 유명한 표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넘어  추상예술은 신적 실재론에 어긋나는 그리스도 가현설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기독교 미술에서 추상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저자의 관점이나, 이 책에서처럼 예술작품을 지나치게 기독교적 도그마의 틀에 맞추어 ‘종교적’인 관점에서만 읽으려는  태도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예술이란 유한한 인간이 영원을 추구하는 진지한 노력일 뿐 아니라 바로 그 유한한 인간이 즐거움과 위안을 누릴 수 있도록 창조주로부터 허락받은 선물이기도 하며, 세상의 질서를 세우시고 유지하시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좋은 도구인 동시에 무에서 세계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인간이 자신에게 부여된 창조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허락된 자유의 영역이기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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