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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예술/미술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1) 고전예술편 (2) 모더니즘편 (진중권 지음, 후마니스트 펴냄)

by 서음인 2016. 5. 30.

진중권과 강준만은 내가 젊어서부터 좋아하고 즐겨 읽는 저자들이다. 이 두 사람의 스타일은 상당히 다르다. 강준만의 글이 세밀한 사실들의 조각을 이어 총체적 진실을 그려내는 모자이크畵와 같다면 진중권의 글들은 사물의 핵심만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잡아내 표현한 캐리캐처에 비견할 수 있다고나 할까? 아무리 복잡한 현상이나 개념도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내는 진중권의 글을 읽는 것은 항상 시원함과 쾌감을 준다. 내가 사하라로 오가는 긴긴 여정에 이 책들을 챙겨 넣은 이유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여행 보따리 속에 이 책들을 챙겨 넣기 전에 이 두 책에 공통적으로 달려 있는 부제인 “미학의 눈으로 읽는....” 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이 둘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말랑말랑한 서양미술사 책들이 아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서양미술을 대표하는 중요한 양식들을 설명하는 미술사학의 저명한 논문이나 저서 또는 특정 예술 운동들을 대표하는 강령들을 선정하여 그것들을 중심으로 미술사를 전개해 나간다. 그 결과 이 책은 저자의 말마따나 “미학과 미술사를 접목” 하고 “서양미술의 원리와 서양미술의 역사를 하나로” 묶어내어, 당대 미술이 구현하고자 했던 미학적 원리를 공시적으로 설명함과 동시에, 당대의 미술작품들을 그 원리에 비추어 통시적으로 고찰하는 형태를 띠게 되었다.

 

물론 이 책 역시 나름대로는 ‘진중권스럽게’ 명쾌하고 논리적이며 재미있다. 그러나 그가 인용하는 수많은 저자들과 저서들 강령들 자체가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는 낯설고 내용 자체도 그다지 쉽지만은 않을 것이기에 적어도 장거리 비행에서 소일거리로 쉽게 읽을 만한 책이 아님은 분명하다. 파노프스키와 아도르노 그리고 칸딘스키의 미학이론을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처음 접하는 것은 별로 좋은 독서법이 아니다. 그러나 서양미술사에 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진 독자가 심화과정으로 조용한 서재에서 이 책에 진지하게 도전해 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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