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 예술/미술

엘 그레꼬 - 지중해의 영혼을 그린 화가 (김상근 지음, 연세대학교 출판부 刊)

by 서음인 2016. 6. 1.

2011년 2월 12일의 리뷰  어제 완독한 야로슬라브 펠리칸의 예수의 역사 2000년을 잘 이해하기 위해 펴든 책. 저자인 연세대학교 신학과 김상근 교수는 예수회 사제이자 아시아 선교의 개척자였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평전(홍성사 刊)의 저자로, 또  금세기의 위대한 선교사인 스탠리 존스의 인도의 길을 걷고 있는 예수(평단 刊) 의 번역자로 전에 만난 바 있어 낯설지 않다. 신학자가 화가에 대해 책을 쓴다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책 머리에 있는 헌사 - 진리의 모색이 아름다움의 추구와 다르지 않음을 가르쳐 주신 유동식 선생님께 - 를 보면, 이 책 역시 저자의 진지한 신학적 모색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겠다.

 

크레타 섬에서 태어나 이탈리아를 거쳐 스페인의 톨레도에서 주로 활동했던 엘 그레꼬는 열정적인 가톨릭 신비주의와 반종교개혁의 정서를 사람을 위아래로 길게 늘여 그리는 독특한  화법을 포함한 자신만의 독창적 방식으로 회화화했다. 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사실의 엄밀한 재현이 아니라 화가가 가지는 느낌의 표현이었으며,  화가 자신의 자아와 감정을 중요시하는 그의 그림들은 사물의 객관적 재현을 강조하는 근대주의의 시대에는 철저히 잊혀졌다가 인상주의 화가들에 의해 재발견된 이후, 현재는 현대회화의 선구적 작품들로 추앙받고 있다. 또한 그는 비잔틴, 이탈리아, 스페인 3국의 문화를 섭렵한 세계인이었으며, 당대 인문학자가 탐구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망라한 당대로서는 엄청난 양인 130권의 장서를 보유한 지성인이기도 하였다.

 

 예술작품이란 결국 예술가가 살았던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엘 그레꼬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그의 작품에는 반종교개혁과 가톨릭 신비주의의 정서가 깊게 깔려있다. 그러나 훌륭한 예술이란 그 시대를 뛰어넘는 무엇인가가 있는 법. 그는 매너리즘 시대에 현대 회화의 길을 예비한 선구자였기도 하거니와, 그의 종교화들은 가톨릭 신앙의 차원을 넘어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초월적인 종교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저자가 했던 말, 진리의 모색이 아름다움의 추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은 바로 이 화가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종교개혁의 물결에 대한 당대 가톨릭의 위기의식을 반영했다는 그의 “성 베드로의 눈물” 이라는 그림을 보면서, 동시에 르네상스 시대의 작곡가 Lassus의 동일한 제목의 종교음악을 들으면서 오늘의 한국교회를 떠올려 본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과연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2017년 2월 12일의 페이스북  페북이 2011년 오늘 읽었던 책을 알려주네요! 사람을 위아래로 길게 늘여 표현하는 독특한 화법으로 잘 알려진 화가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에 대해 연세대학교 신학과의 김상근 교수님이 쓴 <엘 그레코 - 지중해의 영혼을 그린 화가> 입니다. 책 머리에 나오는 "진리의 모색이 아름다움의 추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가르쳐 준 유동식 선생님께"라는 헌사가 신학자가 화가에 대한 책을 쓴 이유를 잘 설명해 주지 않나 싶습니다.

독특한 화풍에 가톨릭 신비주의 정신을 잘 담아냈고 현대 표현주의 회화의 선구자로 추앙받는 화가로서의 그레코야 오늘날 워낙 잘 알려져 있지만, 특별히 흥미로운 것은 그가 그 당시의 인문학자가 탐구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망라한 당시로서는 엄청난 양인 130권(!)의 장서를 구비했던 지성인이었다는 언급입니다. 만약 내가 그 시대에 내 책들과 함께 태어났더라면 '장서의 황제'이자 '지성의 지존'으로 등극했을 텐데!

리뷰를 읽어보니 이 책에서 "성 베드로의 눈물"이라는 그의 작품을 접하고 그의 동시대를 살았던 작곡가 오를란도 디 라소(Roland de Lassus, 1532~1594)의 같은 제목의 음악을 떠올렸던 것 같군요. 마침 그때쯤 이 음악을 듣고 있었을까요? 오늘 눈이 많이 와서 환자도 뜸할 것 같은데 오랜만에 유튜브에서 슬프고 아름다운 "성 베드로의 눈물"이나 찾아 들어야겠습니다!

https://youtu.be/HygxhdLJb4Y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