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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예술/미술

위대한 미술책 - 곰브리치에서 에코까지 세상을 바꾼 미술 명저 62 (이진숙 지음, 민음사 펴냄)

by 서음인 2016. 5. 28.

러시아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다양한 미술 현장에서 일하면서 강의와 글쓰기를 통해 미술의 아름다움을 나눠 오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미술 감상이란 나의 자아를 확장하는 일이자 세상과 더 멋진 관계를 맺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미술을 더 깊이 이해하기 원하는 독자들을 위해 창작 행위, 미술이론, 미술제도라는 ‘미술 생태계’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62 권의 미술 관련 명저들을 골라, ① 작가 이야기 ② 서양미술사 ③ 한국미술 ④ 미술이론과 비평 ⑤ 미술시장과 컬렉터라는 다섯 주제로 나누어 소개한다. 미술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저자의 탁월한 통찰과 명쾌하고 유려한 글쓰기가 돋보이며, 저자의 소망대로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북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본문 읽기

 

“... 침대 위에 벌거벗은 채로 누운 여성들은 늘 비너스 등 신화의 탈을 쓰고 남성들의 관음증적 욕구를 충족시켜 왔다. 마네는 <올랭피아>에서 이 전통을 전복시켰다. 마네는 이 인물들이 파리에 거주하고 있는 창녀와 그녀의 하녀임을 명확히 했다. 그에게 현실을 은폐하는 신화 따위는 없었다. ‘탈신화화된 현실’, 그것이 이 그림이 일으킨 논란의 핵심이었고 마네가 도달한 ‘근대적 시각’ 이었다....” (고갱, 그가 타히티로 간 숨은 이유)

 

“...오브제의 등장은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예술가의 ‘손’ 이 거부되었으며, ‘개념’ 이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손의 작가는 죽고, 머리의 작가가 탄생한 것이다. 뒤샹 이후 우리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미술이 될 가능성을 얻게 되었고, 작가들은 예술적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창작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소위 상식이라 불리는 것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시선을 자극받게 된 것이다. 이 점에서 뒤샹은 가장 비상식적이고 가장 예술적인 작가였다. 피카소가 대중을 위한 작가라면 뒤샹은 작가를 위한 작가다....” (뒤샹, 그의 뒤통수에 뜬 별, 20세기 미술을 비추다)

 

“...<뱅크시 월 앤 피스>에 실린 인상 깊은 장면은 뱅크시가 낙서한 벽을 무심히 걸어가는 시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그것은 입장료를 지불하고 미술관에서 보는 미술이 아니라 언제든지 무료로 볼 수 있는 생활 예술이다. 예술과 삶을 일치시키고, 기성 문화를 전복하라고 외친다는 점에서 낙서화가들은 백여 년 전에 등장했던 다다이스트들의 후예며 예술적 몽상가들이다.....뱅크시의 질문은 치열하다. 무엇이 진짜 범죄인가? “이 세계의 거대한 범죄는 규율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규율에 따르는 데 있다. 명령에 따라 마을 주민을 학살하는 사람이 곧 거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이런 일에 비하면 뱅크시의 낙서는 사소한 범죄다. 그는 불법 낙서라는 사소한 범행을 통해 전쟁이라는 인류의 범죄를 막으려고 노력한다.....” (뱅크시, 도시의 벽을 캔버스 삼아 제도권 예술의 벽을 허물다)

 

“....20세기 초반 아방가르드 이후의 현대미술에 이르러 추는 절대적인 승리를 거둔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물까지 동원하는 엽기적이고 외설적인 현대미술은 추의 경연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고전적 의미에서의 아름다움이 없다고 해서 우리는 현대미술 작품들을 나쁜 작품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추가 절대적으로 증가되었다는 사실을 말할 뿐이다. 소설보다 더 황당한 현실, 엽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추한 현대미술보다 더 추한 현실이 우리 눈앞에 있다. ..... 움베르트 에코는 <추의 역사> 말미에서 “이 책의 수많은 글귀와 이미지들은 우리에게 추를 인간적 비극으로 이해하도록 권하고 있다” 고 말한다. 우리가 추라고 인지하는 어떤 존재들은 '전설 속의 괴물'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무시당하면 살아가는 괴물들이다.....” (추는 미의 다른 얼굴이다)

 

“....주객 분리의 철학에 의거하는 서양식 원근법을 채용한 미술 작품은 화가가 그 안에 ‘머물고 있지 못한’ 그림이라는 한계를 갖는다. 반대로 동양의 그림에서는 보는 사람과 보이는 대상이 하나로 연결된다. 그림 안에 관람자의 시점, 즉 그림 속 사물을 가장 멋지게 볼 수 있는 시점을 염두에 두고 그리는 것이다. .....원근법은 현실을 올바르게 재현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으로서 작동하는 메커니즘이다. 원근법의 규칙을 준수하지 않은 다른 문화권의 그림들을 ‘부적절하고 추하다’ 라고 느끼는 서구인들의 문화적 우월감을 지각하지 못함으로서 자기 문화의 특성과 우수성을 간과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몰랐던’ 것이 아니라 ‘달랐던’ 것이다.....” (선인의 눈과 마음으로 느끼는 옛 그림의 깊은 맛)

 

“....20세기 중반 소비를 미덕으로 내세운 대량 상품 생산사회는 다른 유형의 미술가를 만들어 냈다. 바로 앤디 워홀이다. 그는 “최고의 예술은 비즈니스다” 라는 자신의 신조대로 예술(비즈니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할리우드 스타에 못지않은 인기와 부를 쌓았다. 그의 자아는 전통적인 의미의 예술가보다는 유명세를 통해 부를 획득하는 할리우드 스타를 닮았다..... 그러나 앤디 워홀처럼 예외적으로 성공한 극소수의 몇몇을 제외하면, 예술가들은 이제 반시민적 태도를 버리고 자본주의의 상품 유통 구조에 편입되어 “자신에 계획한 일정에 따라서 일하는 날품팔이 노동자” 에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다.....” (예술가 개념을 통해서 본 미술사)

 

“.....저자는 추상 형식이 기하학적인 형태에서 비정형적인 것으로 이동한 것은, 유토피아에 대한 기존 관념 체계가 “보편주의에서 개인주의로, 평등주의에서 자유주의” 로 옮겨 간 것이라고 지적한다. 어떤 논리적 법칙성도 거부하고, 오로지 개인의 창조성과 우연성에 모든 것을 맡기는 추상표현주의는 “정치적 자유주의의 수사법” 이 되기에 충분했다. 추상표현주의자들은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이 미국이고 따라서 전 세계가 미국에 편입되어야 함을 은연중에 말하고 있다. 추상표현주의는 동서 냉전시기, 더욱 강대해진 미국의 국가적 위상에 걸맞은 미술이었다......” (추상미술에서 유토피아를 향한 열망을 보다)

 

“......자본주의 사회 자체가 이미지에 기초한 문화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계급, 인종, 성의 갈등 등을 무마하고 지속적으로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일종의 마취제 역살을 하는 엄청난 오락거리가 필요하다. 또한 사회의 진정한 변혁 대신 이미지의 변화에 만족하도록, 진정한 자유 대신 이미지와 상품 소비의 자유에 안주하도록 길들이는 데는 사진의 무한한 생산력이 큰 기여를 한다. “사람들은 경험한다는 것을 바라본다는 것으로 자꾸 축소하려고 한다. 우리는 결국 세계에 가득 찬 고통의 본질을 제대로 모르면서 아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라고 수전 손탁은 통렬하게 비판한다.....” (수전 손탁의 사진적 글쓰기)

 

목차

 

1부 작가 이야기

1장 반 고흐, 예술가 신화의 탄생

2장 고갱, 그가 타히티로 간 숨은 이유

3장 세잔, 피카소의 형님? 마티스의 형님? 아니, 그 이상

4장 피카소, 그 성공과 실패

5장 샤갈, 고향, 사랑, 꿈…… 인간이 결코 버릴 수 없는 것들

6장 뒤샹, 그의 뒤통수에 뜬 별, 20세기 미술을 비추다

7장 들뢰즈와 베이컨, 닮도록 해라! 단 우발적이고 닮지 않은 방법으로

8장 백남준, 21세기에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재해석될 예술가

9장 뱅크시, 도시의 벽을 캔버스 삼아 제도권 예술의 벽을 허물다

 

2부 서양미술사

10장 미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

11장 추는 미의 다른 얼굴이다

12장 태초에 이미지가 있었다

13장 미학자 진중권의 색다른 서양미술사

14장 만국의 여성들이여, 단결하라!

15장 세상 모든 존재에 고루 스민 아름다움이, 당신에게도 보이는가?

16장 현대미술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3부 한국미술사

17장 한국적인, 너무나 한국적인 최순우의 형용사들

18장 새로운 방법론, 새로운 미술사의 탄생

19장 우리 전통 건축에서 현대 추상미술의 단초를 찾다

20장 선인의 눈과 마음으로 느끼는 옛 그림의 깊은 맛

21장 민중들의 희망 노래, 정겨운 우리 민화 이야기

22장 도자기, 고려와 조선의 국가적 벤처 산업

 

4부 미술이론

23장 예술가 개념을 통해서 본 미술사

24장 보는 방식,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25장 좋은 작품, 평범한 작품, 나쁜 작품

26장 인간의 얼굴을 한 유비쿼터스 세상을 위한 전투 기술

27장 추상미술에서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을 보다

28장 수전 손택의 사진적 글쓰기

29장 풍경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탄생하는 것이다

30장 화가 호크니, 서양미술의 비밀을 파헤치다

31장 제프 쿤스의 빤짝이, 그리고 키치의 시대

32장 세상 만물의 색은 축복 중의 축복

 

5부 미술시장과 컬렉터

33장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 후원자들은 무엇을 원했나?

34장 향락에서 예술 세계로! 현대 미술시장의 새벽을 열다

35장 미술시장의 놀라운 비밀

36장 찰스 사치, 미술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슈퍼 컬렉터

37장 예술가의 손에서, 컬렉터의 손에서, 예술은 두 번 태어난다

 

**동서고금의 ‘위대한 미술책’ 62권(저자명 가나다 순)

가브리엘레 툴러, 『키치, 어떻게 이해할까?』

강영조, 『풍경에 다가서기

강우방, 『수월관음의 탄생』, 『한국미술의 탄생』

게릴라걸스, 『게릴라걸스의 서양미술사』

그리젤다 폴록, 『고갱이 타히티로 간 숨은 이유』

김봉렬, 『김봉렬의 한국건축 이야기 1, 2, 3』

데이비드 호크니, 『명화의 비밀』

데이비드 홉킨스, 닐 콕스, 돈 애즈, 『마르셀 뒤샹』

도널드 톰슨, 『은밀한 갤러리』

레지스 드브레, 『이미지의 삶과 죽음』

리타 해튼, 존 a. 워커, 『슈퍼 컬렉터 사치』

마르크 샤갈, 『샤갈, 꿈꾸는 마을의 화가』

마이클 c. 피츠제럴드, 『피카소 만들기』

마틴 게이퍼드, 『다시, 그림이다』

매튜 키이란, 『예술과 그 가치』

박정자, 『빈센트의 구두』

백남준, 『백남준, 말[馬]에서 크리스토까지』

뱅크시, 『뱅크시, 월 앤 피스』

베레나 크리커, 『예술가란 무엇인가』

빅토리아 핀레이, 『컬러 여행』

수전 손택, 『사진에 관하여』, 『타인의 고통』

심상용, 『시장미술의 탄생』

앙토냉 아르토, 『나는 고흐의 자연을 다시 본다』

앤톤 길, 『페기 구겐하임』

어빙 스톤,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에바 헬러, 『색의 유혹』

오주석,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2』,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움베르토 에코, 『미의 역사』, 『추의 역사』, 『궁극의 리스트』

윤난지, 『추상미술과 유토피아』

윤용이, 『아름다운 우리 찻그릇』, 『우리 옛 도자기의 아름다움』

이광석, 『사이방가르드』

이광표, 『명품의 탄생』

이영일, 『키치로 현대미술론을 횡단하기』

이은기, 『르네상스 미술과 후원자』

이재만, 『한국의 전통색』

이충렬, 『간송 전형필』,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

재키 울슐라거, 『샤갈』

전영백, 『현대사상가들의 세잔 읽기, 세잔의 사과』

정병모, 『무명 화가들의 반란, 민화』, 『민화, 가장 대중적인 그리고 한국적인』

조정환, 전선자, 김진호, 『플럭서스 예술혁명』

조중걸, 『키치, 우리들의 행복한 세계』

존 버거, 『다른 방식으로 보기』, 『본다는 것의 의미』,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

진 로버트슨, 크레이그 맥다니엘, 『테마 현대미술 노트』

진중권,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1, 2, 3』

질 들뢰즈, 『감각의 논리』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츠베탕 토도로프, 『일상 예찬』

팀 팍스, 『메디치 머니』

페기 구겐하임, 『페기 구겐하임 자서전』

필립 볼, 『브라이트 어스』

휘트니 채드윅, 『여성, 미술, 사회』

e. h.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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