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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사회/정치경제사회

감정 독재 (강준만 지음, 인물과 사상사 펴냄)

by 서음인 2016. 5. 30.

1. 저널룩인 “인물과 사상” 시리즈와 “김대중 죽이기”, “전라도 죽이기” 와 같은 문제적 저작들을 통해 ‘실명비판’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공격적 글쓰기를 선보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투적 논객 강준만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대신 그 자리는 특유의 성실성을 바탕으로 무지막지한 생산력을 발휘하며 대중에게 사회 문화 역사 언론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현상을 수많은 학자들의 다양한 이론을 통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만물박사’ 내지는 ‘지식 소매상’ 강준만이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한때 그의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직설적인 글쓰기에 열광했던 나로서는 과거의 강준만이 가끔 그립기도 하지만, 최근 그의 저작들을 살펴보면 ‘지식소매상’ 으로서 그가 가진 생산력과 소통능력도 탁월한 수준을 넘어 거의 독보적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2.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하지만, 얼마나 ‘인상관리’를 잘 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실제로는 우리 모두가 감정의 지배 아래서 살아가고 있으며, 이성은 많은 경우 감정의 ‘卒’ 이거나 ‘호위무사’ 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은 대부분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며, 인간은 ‘합리적’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이러한 경향은 인터넷과 SNS 로 대변되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결과 더욱 강화되었으며, 그 결과 우리는 과거보다 더욱 견고한 ‘감정독재’ 시대에 살고 있다. 속도가 감정을 요구하고 감정은 속도에 부응함으로서 이성의 설 자리가 더욱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개인적 차원에서든, 공적인 영역에서든 우리가 감정 (대부분 이성의 이름으로 합리화된) 에 따라 행동할수록 문제 해결에 성공할 가능성은 더 낮아질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감정의 독재’ 에서 해방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왜”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뿐 아니라  다양한  이론의 도움을 받아 우리의 행동과 그 배후의 동인을 성찰하면서 그 질문에 대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3.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저자는 이 책에서 ‘감정의 독재’와 관련이 있는 50개의 “왜” 라는 질문을 제시한 후,  여러 분야의 학자들에 의해 논의된 다양한 이론을 끌어들여 대답을 시도한다. 저자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글쓰기가 돋보이며 재미있는 인문교양서로도,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서로도, 행동심리학에 기초한 커뮤니케이션 이론서로도, 우리사회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사회비판서로도 읽힐 수 있는, 많은 얼굴을 가진 재미있는 책이다.

 

 

머리말 감정독재와 싸우는 법

 

01 왜 대학 입시 제도는 3년 10개월마다 ‘성형수술’을 할까? 행동 편향

02 왜 스포츠 심판들은 결정적 순간엔 휘슬을 적게 불까? 부작위 편향

03 왜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은 우리의 적이 되었는가? 통제의 환상

04 왜 사람들은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은 복권’을 계속 살까? 몬테카를로의 오류

05 왜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가? 사후 확신 편향

06 왜 내 문제는 ‘세상 탓’ 남의 문제는 ‘사람 탓’을 하는가? 기본적 귀인 오류

07 왜 취업에 성공하면 ‘내 실력 때문’ 실패하면 ‘세상 탓’을 하는가? 이기적 편향

08 왜 우리는 누군가를 한 번 밉게 보면 끝까지 밉게 보는가? 인지 부조화 이론

09 왜 해병대 출신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고 할까? 노력 정당화 효과

10 왜 어떤 사람들은 조립 가구를 더 좋아할까? 이케아 효과

11 왜 우리는 “가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하는가? 손실 회피 편향

12 왜 기업들은 ‘무조건 100퍼센트 환불 보장’을 외치는가? 소유 효과

13 왜 ‘옛 애인’과 ‘옛 직장’이 그리워질까? 현상 유지 편향

14 왜 헤어져야 할 커플이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가? 매몰 비용

15 왜 지나간 세월은 늘 아쉽기만 한가? 기회비용

16 왜 우리는 감정으로 의견을 결정하는가? 감정 휴리스틱

17 왜 머릿속에 잘 떠오르는 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가용성 편향

18 왜 검사가 판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가? 정박 효과

19 왜 선물 하나가 사람을 바꿀 수 있을까? 자기이행적 예언

20 왜 지식인 논객들은 편가르기 구도의 졸이 되었을까? 확증 편향

21 왜 소개팅에 자신보다 멋진 친구들과 함께 가면 안 되는가? 대비 효과

22 왜 부자 친구를 두면 불행해질까? 이웃 효과

23 왜 큰 부탁을 위해 작은 부탁을 먼저 해야 하는가? 문전 걸치기 전략

24 왜 결혼식과 장례식은 간소화될 수 없는가? 상호성의 법칙

25 왜 임금님은 벌거벗은 채로 거리 행진을 했을까? 다원적 무지 이론

26 왜 “우리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은 영향을 받는다”고생각하는가? ‘제3자 효과’ 이론

27 왜 38명의 목격자는 한 여인의 피살을 외면했는가? 방관자 효과

28 왜 프로젝트 팀의 인원이 10명을 넘으면 안 되는가? 사회적 태만

29 왜 우리는 “길을 막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자”고 하는가? 허위 합의 효과

30 왜 어떤 낙관주의는 죽음과 실패를 불러오는가? 스톡데일 패러독스

31 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할까? 과신 오류

32 왜 치킨 가게가 3만 개를 넘어섰을까? 생존 편향

33 왜 우리를 사로잡는 재미있는 이야기는 위험한가? 이야기 편향

34 왜 어떤 기업들은 절대 시장조사를 하지 않을까? 사회적 선망 편향

35 왜 우리는 다른 사람을 본 지 2초 만에 모든 걸 판단하는가? 블링크

36 왜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아낸 아이가 나중에 성공했나? 만족 지연 이론

37 왜 치열한 경쟁에서 이긴 승자는 재앙을 맞는가? 승자의 저주

38 왜 ‘프로야구 2년차 징크스’가 일어날까? 평균 회귀

39 왜 인터넷에 ‘충격’, ‘경악’, ‘결국’, ‘헉!’ 낚시질이 난무하는가? 맥거핀 효과

40 왜 싸우다 불리해지면 “너 몇 살이야?”라고 하는가? 주의 전환의 오류

41 왜 ‘조용필 열풍’에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는가? 침묵의 나선 이론

42 왜 ‘움직일 수 없는 무자비한 곳’이 일순간에 바뀔 수 있는가? 티핑포인트

43 왜 공중도덕을 지키자는 계몽 캠페인은 실패하는가? 넛지

44 왜 발이 넓은 마당발의 인간관계는 피상적인가? 던바의 수

45 왜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 최악의 어리석은 결정을 할까? 집단사고 이론

46 왜 개인보다 집단이 과격한 결정을 내리는가? 집단극화 이론

47 왜 휴대전화 전쟁에서 일본은 한국에 패배했나? 갈라파고스 신드롬

48 왜 정치와 행정은 사익을 추구하는 비즈니스인가? 공공 선택 이론

49 왜 어느 소방대원은 상습적인 방화를 저질렀을까? 파킨슨의 법칙

50 왜 “한 명의 죽음은 비극, 백만 명의 죽음은 통계”인가? 사소한 것에 대한 관심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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