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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세계/빈곤기아개발

보건과 빈곤 (기스 월레이븐 지음, 조명문화사 펴냄)

by 서음인 2016. 5. 30.

1. 최고수준의 건강을 향유하는 것이 인종이나 종교, 국적, 빈부에 관계없이 인간이라면 필수적으로 누려야 할 기본 권리의 하나임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유엔에서 발간한 새천년개발목표 보고서 (MDGs report) 2013-2014년 판에 따르면 세계 70억 인구 중 8억 7천만 명이 만성적인 영양실조 상태에 빠져 있으며, 그들을 포함하여 12억 명은 하루 1.2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절대빈곤층이다 . 이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건강/보건의 문제는 빈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뿐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늪 빠져 있는 것이 오늘의 세계, 특히 가난한 나라들의 현실이다.

 

2. 이러한 상황에서 2000년 9월 새천년정상회의에서는 빈곤퇴치를 위해 새로운 세계적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2015년까지 여덟 가지의 구체적 목표를 달성하기로 한 새천년개발목표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 를 내용으로 하는 새천년 선언 (Millennium Declaration) 이 채택되었다. 여덟 가지의 목표 중 중 보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1) 영아사망율의 2/3 감소 (실제로는 2013/2014년 현재까지 1990년에 비해 41% 감소), (2) 모성사망률의 3/4 감소 (실제로는 지금까지 절반으로 감소), (3) AIDS 말라리아 및 다른 감염병의 퇴치의 세 가지이나, 실제로는 건강/보건이야말로 이 목표를 전체를 달성하기 위한 전제이자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계획의 시행 결과 보건과 관련된 여러 지표들이 극적으로 향상되었지만, 이 상태로는 2015년까지 위에 언급된 목표들이 달성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3.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의료현장에서 수년간 활동했고, 현재는 프랑스에 위치한 아가 칸 개발네트워크 대표이자 파키스탄 카라치의 아가 칸 대학교 지역보건학과 교수로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세계의 개발도상국들이 직면하고 있는 보건의료와 관련된 이슈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는 (1) 말라리아나 결핵, 혹은 에이즈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로 영향을 미치는 질병들과 (2) 빈곤과 깊은 관련이 있는 안전한 모성보건, 가족계획, 물과 위생, 영양부족 등의 보건 이슈들에 대해 각각 그 역사적 배경과 빈곤과의 관련성, 그리고 현재 가난한 국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찰하며, 각각의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실제적인 지침을 제안한다. (3) 또한 보건의료의 접근성과 관련하여 실제로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보건재정의 문제나 지리적 접근성과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지면을 할애해 설명하고 있다.

 

4. 세계적으로 충분한 의료비를 부담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질환의 치료를 위한 의약산업 시장은 매우 미미하며, 가난한 나라의 가장 가난한 인구 90% 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한 의학적 연구와 개발을 위해 쓰이는 돈은 전체 의약 연구 개발비의 단 10% 에 불과하다는 사실 (10/90 현상) 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빈곤과 보건의 악순환은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지배하는 21세기의 세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저자는 수요와 욕구가 분명하고, 결과도 뚜렷할 뿐 아니라, 부유한 국가의 정치적 지지를 받으면서 가난한 자들의 필요와도 일치하는 보건의료 분야야말로 해외원조가 가장 뚜렷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분야라고 주장하면서, 부적절하고 불균등한 보건의료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하며 건강과 보건의료에서의 형평성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국가 내 혹은 국가 간의 건강불평등은 주로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이라 일컫는 권력과 부, 서비스의 편중에 기인한 부적절하고 불공평한 보건의료의 분배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기에 이의 시정이 필요하며, 실제적으로는 전반적 보건의료체계를 통합하는 일차보건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개발도상국 보건의료 향상을 위해 가장 시급하며 중요한 과제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5. 이 책은 건강과 빈곤이라는 주제를 다룬 좋은 입문서요 교과서로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님이 고아와 이방인, 가난한 자들의 복지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계시며 (출 23:6-12, 신 10:17-18), 눈먼 자가 보게 되고 억눌린 사람이 풀려나며 가난한 사람에게 복음이 전파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임함을 드러내는 표적 (눅 4:16-21) 이라고 가르치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그리스도인들이라면 누구도 이 주제에 대해 무관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공공성이 생명인 의료의 영역마저도 자본의 논리를 도입하지 못해 안달인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고도 적절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이 책의 강조는 상당히 시의적잘하게 느끼진다.  그러나 문외한인 내가 봐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 번역은 못내 아쉽다. 

 

 

목 차

 

제1장. 가난한 자는 얼굴도 없고, 목소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

제2장. 롤백 말라리아

제3장. 결핵과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제4장. 안전한 모성보건

제5장. 가족계획

제6장. 자궁경부암

제7장. 물과 위생

제8장. 소외열대질환

제9장. 영양부족

제10장. 가난의 새로운 질병

제11장. 보건재정

제12장. 국경 인근지역 보건의료

제13장. 알마아타 선언의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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