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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저자/엘륄요더

이슬람과 기독교 (자끄 엘륄 지음, 대장간 펴냄)

by 서음인 2016. 5. 30.

1. 최근 무슬림 선교에서 기독교와 이슬람 두 종교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기초를 강조하며, 이러한 유사성을 복음전파를 위한 적극적 접촉점 내지는 복음의 상황화를 위한 전략적 기초로 삼으려는 시도들 (예를 들면 C4-C5 논쟁) 이 존재하는 것 같다. 특히 공개적인 복음선포 자체가 불가능한 대부분의 무슬림 지역에서 대화가 효과적인 복음전파의 전략으로 등장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증가되는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 과연 기독교와 이슬람은 유사한 종교이며,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유사성을 적극적으로 무슬림 선교를 위한 기초로 이용할 수 있는가?

 

2. 이 질문에 대한 엘륄의 대답은 극히 부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엘륄에 의하자면 기독교와 이슬람은 피상적으로 볼 때 (1) 함께 아브라함의 자손이고 (2) 유일하신 하나님을 믿는 유일신 종교이며 (3) 성서-코란이라는 책에 기반을 둔 책의 종교라는 세 가지의 유사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책에서 엘륄은 각각의 논제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면서 기독교와 이슬람은 전혀 다른 종교이며, 둘 사이에는 어떠한 공통점도 접촉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1) 엘륄은 ‘기독교인과 무슬림은 모두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라는 선언에 대해 이스마엘은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지 못한 아브라함이 인간적인 방법으로 그 약속을 성취하려는 시도 끝에 얻은 아들로 영적으로는 완전한 실패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스마엘을 위해서는 세상적이고 일시적인 축복이 주어졌지만 이삭을 향해서는 언약과 모든 민족을 향한 축복의 담지자로서의 영원한 축복이 주어졌으며, 따라서 이 둘 사이에는 전적인 대립만이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성경의 증언대로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선을 실천하는 것이 아브라함 자손의 표지라면 ‘우리는 모두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라는 선언은 실제로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2) ‘이슬람과 기독교는 둘 다 유일하신 하나님을 믿는 유일신 종교이다’ 라는 선언에 대해서 엘륄은 성경이 계시하는 하나님은 인간을 위해 자신의 초월적인 영광을 포기하고 친히 성육신하셔서 십자가에 달리신 사랑의 하나님으로 그의 피조물과 무한한 거리를 두고 어떤 접촉점도 없이 분리되어 있는 알라와는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그리고 무슬림들은 삼위일체론을 근거로 기독교 신앙은 유일신론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엘륄에 의하면 진정한 단일성은 성경의 증거대로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가 서로 총체성과 상호의존 가운데 하나이신 역동적이고 존재론적인인 단일성이다. 또한 엘륄은 이슬람이 예수를 선지자로 존경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를 부인하고 그리스도로 인정하지 않기에 그 존경은 아무런 가치도 지니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3) ‘기독교와 이슬람은 모두 성서와 코란이라는 ’책의 종교다’ 라는 주장에 대해서 엘륄은 성경은 영감을 받은 다양한 저자의 책임 아래 10세기에 걸쳐 쓰여진 책으로, 단순한 수용자인 마호메트 한 사람에 의해 받아쓰기로 기록된 코란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의 무한한 의무와 제약을 제시하며 복종을 강조하는 코란과 달리, 성경은 역사 내에서 인간에게 이해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계시하시고 인간과 함께하시는 자유로운 하나님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엘륄은 높은 곳에서 완전한 독단 가운데 자비를 드러내는 고독한 주권자 알라와는 달리, 하나님은 약함과 고통을 나누려고 자신이 자비를 베푸는 자의 삶에 기꺼이 관여하는 분이시며 인간에게 자신의 계획에 참여하기를 요구하고 협력을 촉구하시는 분이라고 강조한다.

 

3. 이슬람과 기독교는 전혀 다른 종교이며 따라서 어떤 종류의 공통점도 없다는 엘륄의 주장은 아마도 옳을 것이다. 레슬리 뉴비긴의 말대로 “예수님은 가장 고상한 영적 대표자들의 가장 신성한 기초를 위협하는 자로 세상에 오셨으며,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모든 종교가 스스로 구원의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무효화하는 증거로 우뚝 서” 있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는 “복음전도자가 성경을 수용자 공동체의 언어로 번역하여 그들의 손에 넘겨주게 되면 그 때부터 성경이 피전도자들의 전통문화와 선교사들이 전해 준 기독교 모두를 겨냥한 독자적인 비판의 근거로 작동하게 되며 그 결과 수용자 공동체의 문화와 선교사의 문화 모두가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겪게 될 수 있다”는 뉴비긴의 말을 기억하고, 이슬람을 판단하기에 앞서 서구 개신교를 먼저 심판하시는 하나님 말씀의 빛 아래 세울 필요가 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가 이 책에서 무슬림의 것이라고 비판하는 많은 일들이 사실은 오늘날 수많은 크리스챤들이 기독교의 이름으로 행하고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바로 이 사실이야말로 엘륄이 그의 책 “뒤틀려진 기독교” (대장간 펴냄) 에서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바가 아닌가? 어쩌면 그의 마지막 유고가 된 이 책은 먼저 우리 자신을 향한 예언자적 경고였는지도 모른다.  

 

4. 만약 엘륄의 주장대로 이슬람과 기독교가 다른 종교라면 우리는 어떻게 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가? 이슬람은 전혀 진리를 소유하지 않은 절대악이기에 그들과의 대화는 시간낭비이며, 오직 담대한 복음의 선포만이 유일한 복음전파의 수단이어야 하는가? 이 주제에 대해서 금세기의 위대한 선교사요 탁월한 변증가였던 레슬리 뉴비긴이 그의 책 “오픈 시크릿” (복 있는 사람 펴냄) 에서 펼쳤던 주장을 들어 보는 것은 그의 견해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최종 심판을 알고 또 선언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처럼 주제넘게 억측하는 것을 멈추고, 먼저 타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반기고, 그들 가운데 나타나는 하나님 사역의 증거를 인하여 기뻐하며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이 인간을 만나러 오시는 곳은 인간의 모든 종교적 윤리적 업적의 꼭대기가 아니고 밑바닥이기에 그리스도인들 역시 다른 종교를 믿는 신자를 만나기 위해 자신을 비우고 내려놓아야만 한다. 타종교와의 대화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인은 그 결과 자신에게 심대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위험을 인식해야 하며, 동시에 성령께서 대화를 이용해서 상대방이 예수님을 믿도록 회심시킬 수 있다는 것을 믿고 또 기대할 수 있다. 우리가 이와 같이 나의 기독교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만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할 수 있는 길이며, 이런 위험부담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에만 비로소 교회는 세상을 향한 증인의 사명을 완수할 수 있다....” 과연 엘륄이라면 이 주장에 대해 어떻게 대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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