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경연구훈련/책별연구후기

제 2, 3 이사야 (이사야 40-66장)

by 서음인 2021. 9. 1.

1. 이사야서 주석은 크게 보자면 기원전 8세기에 살았던 유다의 예언자 이사야가 이사야서 전체의 저자라는 단일저작설을 주장하는 주석들과, 이사야서가 이사야 학파라 불리는 여러 명의 저자나 편집자에 의해 오랜 기간 기록되고 편집되었다고 간주하는 주석들로 나뉠 수 있다. NICOT 나 알렉 모티어 같은 보수적 주석들은 단일저작설의 '수호'를 위해 열심히 분투하며, 이 주석들의 엄청난 두께는 상당 부분 ‘주해’가 아닌 ‘수호’를 위해 할애되어 있다. WBC, INTERPRETATION, DSB, OTL (카이저와 베스터만)과 같은 대부분의 학술적 주석들은 예외 없이 ‘다중 저자’ 혹은 ‘이사야 학파’의 존재를 인정하는 비평학의 결론과 방법을 따른다.

 

2. 단일저작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래 예언의 정확성이야말로 참 하나님을 판별하는 표지라는 이사야 본문의 증거를 무시하면서 어떻게 이사야서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 있는지 묻는다. 다중저작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단일저작설을 주장하기에는 각 부분간의 문학적 · 신학적 차이가 너무나 명백하며, 성서의 전승이 세대를 거치며 창조적으로 재해석되는 것이야말로 성령의 능력과 하나님 말씀의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복음주의 구약학자 트렘퍼 롱맨 3세는 이사야서의 저자 문제가 보수와 진보, 정통과 이단을 가르는 "신학적 십볼렛"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3. 고전적 양식비평의 관점에서 쓰여진 카이저와 베스터만의 주석은 현재 형태로 편집된 이사야서 정경을 해체해 편집 이전의 문학단위로 재구성하고 그 문학 양식을 결정한 후, 본문의 배후에 있는 공동체가 처한 삶의 자리(시간과 장소와 상황)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위해 노력한다. 단일 저작설을 주장하는 보수적인 두 주석은 대체로 40장에서 66장까지의 여러 본문들을 포로 공동체나 귀환 공동체 같은 특정한 시대와 장소에 묶어놓기보다, 특정한 시공간에 ‘상관 없이’ 혹은 그 시공간을 ‘넘어서서’ 예수 그리스도와 신약의 비전에까지 이어지는 영적, 미래적, 묵시적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4. 보수적인 두 주석이 단일저작설을 변증하는 방식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NICOT는 다중저작설에 근거한 비평적 해석을 소개하고 가끔 그 해석이 타당해 보인다는 사실도 인정하지만, 그러한 본문들은 단일저작설로도 충분히 혹은 더 잘 설명이 가능하다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 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구는 “꼭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으며~~”이다. 알렉 모티어는 교차배열 구조(chiastic structure)라는 문학적 장치로 이사야 본문 전체를 철저히 분석한 후, 이 수많은 'X'들을 전가의 보도로 삼아 다중저작설과 그 배후의 비평적 방식에 강력한 공격을 가한다. 방대한 이사야서 전체를 교차배열 구조로 분석해 낸 엄청난 노력에는 경의를 표하지만, 꽤 자주 과유불급(過猶不及) 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나는 것이 흠이다.

 

5. 역사비평과 다중저자에 동의하는 주석들 중에도 고전적 양식비평의 방식을 적용한 위의 책 두 권을 제외한 WBC · Interpretation · DSB 같은 경우는 완결된 최종 형태로서의 이사야서 정경과 그 의미에 훨씬 더 집중하고 있다. 이는 이사야서 연구의 주요 흐름이 양식비평이나 전승사비평과 같은 고전적 역사비평에서 최종 편집자나 현대 독자의 자리에서 본문을 살피는 편집비평이나 문학비평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김교수님의 설명과 부합되는 것이다. 비평적 방식을 전제하되 저자의 문제보다 오늘 이곳에서의 실천을 중시하는 김근주 교수님의 생각은 이 입장에 가장 가까워 보이는 것 같다.

 

6. 김근주 교수님의 이사야 40-66장 해석은 대체로 개인적, 영적, 미래적, 종교적 관점에서 이 부분을 바라보는 전통적 이사야 읽기와 비교해 볼 때, 훨씬 공동체적, 실천적, 역사적, 보편적인 성향이 강한 것 같다. 김근주 교수님에 따르면 이사야 분문 전체를 포괄하는 핵심 주제는 삶의 모든 영역에 정의와 공의가 편만하고 이스라엘 뿐 아니라 이방과 소수자까지를 포괄하는 하나님의 통치인 새 하늘과 새 땅, 곧 하나님 나라다. 그리고 ‘고난받는 종’이란 ‘지금 여기’에서 이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실천하면서 고난받는 ‘하나님의 백성’ 전체이며, 그리스도인들은 고난의 현실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기대하며 이 종을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대표한 예수 그리스도를 ‘지금 이곳에서’ 따르는 제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7. 나는 이러한 제 2,3 이사야 읽기의 방식이 성서 본문의 의미에 충실할 뿐 아니라 오늘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적실한 좋은 해석이라고 확신한다. 다만, 이렇게 하나님이 ‘지금 여기’에서 순종의 삶을 실천하는 ‘하나님의 종들’과 함께 그 나라를 이뤄가신다는 김근주 교수님의 이해는, 죽음을 통해 형벌대속을 성취하신 하나님의 바로 그 유일한 ‘종’인 메시아 예수를 믿음으로서 들어가게 되는 전통적인 하나님 나라 이해와 조금 결이 다르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는 있다. 죽음과 삶, 대속과 순종, 믿음과 제자도 중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쪽이 이사야 읽기의 더 나은 방식이 될까?

 

8. 내게 신학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 성도가 이사야서를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묻는다면 먼저 버나드 앤더슨의 구약 역사서인 『구약성서 이해』의 이사야 해당 부분을 읽고, 『IVP 성경주석』과 『IVP 성경배경주석』을 이용해 이사야서 전체를 쭉 한번 훓어본 후, ‘정의와 공의’를 강조하는 김근주 교수님의 『특강 이사야』를 통해 이사야서 전체의 구조와 메시지, 그리고 개괄적인 연구의 지형을 파악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성경연구훈련 > 책별연구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레미야, 강렬한 파토스로 가득한 책!  (0) 2022.02.25
출애굽기 해석의 틀  (0) 2021.11.03
잠언  (0) 2021.08.04
야고보서 (2)  (0) 2021.07.12
출애굽기 1-14장  (0) 2021.05.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