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경연구훈련/책별연구후기

출애굽기 해석의 틀

by 서음인 2021. 11. 3.

출애굽기를 마치며 그간 공부하면서 접한 몇 가지 해석의 틀 - 전통, 비평, 신정통, 해방, 창조, 정치(혁명) - 에 대한 개인적인 이해를 적어보았다. 단, 이 서술은 각 해석의 방식을 극단적으로 단순화 정형화한 것이며, 실제로 이 해석의 틀들은 거의 대부분 서로 중복되어 사용된다.

 

1. 전통적 해석

 

출애굽기는 역사 내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충실한 문자적 기록이며, 그 인간 저자는 하나님이 구원을 위해 예비하신 선지자'이자 모든 일을 경험하고 목격한 모세다. 출애굽 사건은 이스라엘을 절멸시키려는 이집트의 압제에서 비롯된 구원사 단절의 위기를 심판과 구원으로 해결한 전능자 하나님의 기적적인 역사개입 사건이다. 광야전승과 금송아지 사건은 구원의 은혜를 잊고 불평하면서 죄와 굴욕으로 점철된 노예의 과거로 회귀하려 하거나, 고대 근동의 잘 알려진 우상인 금송아지 숭배를 자행함으로서 하나님에 대한 반역을 시도한 이스라엘의 배교 사건이면서, 동시에 백성의 어려움을 돌아보시고 끝끝내 그들을 버리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언약적 신실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율법은 이스라엘이 구원의 은혜 안에 머무르며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수단이며, 성막은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거하시기 위해 친히 건축을 명령하신 거룩한 장소다. 이 해석은 이스라엘 역사와 종교 문화의 초역사적 기원과 독특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2. 고전적 역사비평의 해석

 

출애굽 사건은 그 당시에 흔했던 소수 노예들의 탈출사건이었으며, 출애굽기는 그 후 이 ‘원 해방사건’을 중심으로 야훼를 섬기는 하나의 정치적 종교적 연맹체를 형성해 간 다양한 집단과 사건들에 대한 여러 전승들이 편집되어 후대에 만들어진 책이다. 광야 전승은 이렇게 이질적인 집단들이 공통의 종교적 역사적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갈등과 권력투쟁의 흔적을 보여주며, 시내 산 율법은 이들이 고대 근동의 종주권 언약의 영향을 받아 야훼 하나님과의 계약이라는 형식에 자신들의 정체성과 기본적인 사회제도를 체계적으로 담아 낸 공동체 헌장이다. 이스라엘의 제의제도와 절기들은 가나안 지역의 종교 문화적 전통들을 창조적으로 수용하고 재해석해가며 발전되어 왔다. 금송아지는 우상숭배이거나 야훼종교로부터의 일탈이 아니라 동시대 가나안의 익숙한 종교적 형상을 차용해 만들어진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할 받침대이며, 성막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유목민들 사이에 흔했던 이동식 신전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 방식은 고대 이스라엘의 형성에 끼친 주변 문화의 영향을 강조하며, 이후에 설명하는 해석은 모두 역사비평적 이해를 전제한다.  

 

3. 온건한 역사비평 혹은 ‘신정통주의적’ 해석

 

이 해석은 역사비평의 성과와 결론에서 시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구원사'라는 전통적 견해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이 관점을 따르는 학자들은 보수주의자들처럼 출애굽기에 나오는 주요 전승들이 역사 내에서 문자 그대로 일어났다고 믿지는 않지만, 최소주의자(minimalist)들처럼 출애굽기의 내용을 역사적 근거가 전혀 없는 신화적 이야기나 신학적 창작물로만 여기지도 않는다.  이 해석이 ‘비평’과 ‘신앙’을 연결하는 방식은 ‘사실’과 ‘의미’, 'History'와  'Geschichite', 원 전승의 '삶의 자리'와 최종편집자의 '삶의 자리'를  구분하고, 전자가 아닌 후자를 신앙의 궁극적인 전거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출애굽기는 객관적 사실을 보도에 관심을 가지는 근대적 역사서술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이 다양한 신학적 역사적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과거의 전승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이 탄생시킨 ‘신앙고백’이며, 하나님의 위대한 역사행위에 대한 이 '고백'이야말로 우리의 신앙이 자리잡아야 할 진정한 토대다. 

 

4. ‘해방’을 강조하는 해석  

 

출애굽 사건은 압제에 신음하는 노예들이 자유를 얻은 해방사건이자, 당대의 폭압적인 제국인 이집트 절대왕정에 대한 하나님의 배타적 주권선언이다. 광야전승과 금송아지 전승은 자유의 댓가를 감내할 결기 없이 풍요에 대한 왜곡된 기억을 바탕으로 이집트 제국의 불평등하고 억압적인 질서로 회귀하려는 세력이 일으킨 불평이나 반란에 맞서, 자유와 평등에 기초를 둔 해방 공동체가 자신들의 이상을 관철해가기 위해 벌였던 치열한 노력과 투쟁을 보여 준다. 하나님과의 언약을 통해 시내산에서 수여된 율법은 해방된 자유 이스라엘이 쫒아야 될 정치 사회적 규범들로, 제국적 질서를 거부하고 야훼만을 왕으로 섬기는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향한 청사진이라 할 수 있다. 성막은 해방하시는 하나님이 이스라엘 가운데 현존하시며 이스라엘과 교제하심을 보여 주는 가시적 표지다.  

 

5. 창조신학의 해석  (테렌스 프레다임, 『Interlretation 출애굽기』)

 

출애굽사건은 하나님이 피조계를 혼돈과 죽음으로 몰아가려는 反창조세력인 이집트를 심판하고 생명에 바탕을 둔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한 '공적 지향'을 가진 사건이다. 광야전승과 금송아지 사건은 이스라엘을 다시 혼돈과 죽음으로 되돌리려는 반창조 사건이면서, 동시에 혼돈 가운데서도 질서와 생명을 허용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의 구원의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율법은 우주적 차원에서 혼돈을 질서로 바꾸는 하나님의 활동이 사회적인 영역에서 이뤄지게 하는 수단이자 무질서의 세력을 억누름으로서 창조세계가 혼돈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성막은 광야로 상징되는 무질서한 세계 한 복판에 질서를 창조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의 활동을 보여주며, 안식으로 완성되는 성막 건축 이야기는 공허와 혼돈에서 아름답고 질서있는 세상을 만드신 창세기의 천지창조 이야기와 평형을 이룬다.

 

6. 정치/혁명적 해석 (마이클 왈저, 『출애굽과 혁명』)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왈저에 따르면 출애굽 사건은 서구 역사의식의 일부가 된 ‘원형적 해방사건’이며, 광야는 해방된 이스라엘이 노예근성을 씻어내고 혁명의 주체로 거듭나기 위한 끊임없는 훈련의 장이었다. 광야에서의 갈등은 지도자의 혁명적 이상과 백성의 물질주의(현실주의) 사이의 갈등이었고, 금송아지 사건은 이 갈등이 촉발한 반혁명 사건이었으며, 이어진 동족학살은 예외상태에서 내린 주권자의 긴급처분에 따른 숙청 행위였다. (칼 슈미트) 그러나 모세는 소수 혁명전위들과 함께 칼의 힘으로 백성에게 혁명의 이상을 강요하는 ‘레닌주의’의 방식을 지속하는 대신, 백성을 끊임없이 설득하면서 그들에게 새 이스라엘 종교의 법과 의례를 가르치는 ‘사민주의’의 길을 택했다. 시내산에서 모든 이스라엘 백성은 자발적으로 동의한 ‘개인’으로 언약에 참여했으며, 이는 그들을 계약에 책임을 지는 진정한 자유인이자 동일한 목적을 위해 연대하는 강력한 “정치적 공동체”로 변모시켰다. 노예근성을 벗어버린 자유로운 개인들이 함께 연대해 맺은 언약에 헌신하며 광야의 고난을 하나하나 헤쳐가는 것 외에 혁명의 이상인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는 길은 없다.

 

'성경연구훈련 > 책별연구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욥기 단상  (0) 2022.04.09
예레미야, 강렬한 파토스로 가득한 책!  (0) 2022.02.25
제 2, 3 이사야 (이사야 40-66장)  (0) 2021.09.01
잠언  (0) 2021.08.04
야고보서 (2)  (0) 2021.07.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