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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연구훈련/책별연구후기

예레미야, 강렬한 파토스로 가득한 책!

by 서음인 2022. 2. 25.

매일 조금씩 진행했던 예레미야서 읽기를 다 마쳤습니다. 성격이 다른 참고서 두 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역사비평의 견해를 수용하면서 각각의 본문을 세상의 현실과 연결시키려고 시도하는 『DSB 예레미야 상.하』 (R.데이빗슨, 기독교문사)와, 최종 본문의 문학적/수사적 분석에 집중하면서 그 신학적 의미를 탐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예레미야서의 해석과 신학』 (김창대, 새물결플러스)입니다. 전자가 예레미야가 자신의 소명 때문에 당해야 했던 고난과 죄로 인해 어그러진 비극적인 삶의 현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면, 후자는 이스라엘 역사를 통해 드러나는 하나님의 성품과 그 성품을 반영하는 언약의 운명에 대한 탁월한 신학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선지자 예레미야는 개혁과 반동과 망국과 포로라는 유다 왕국 역사의 최후 격변의 시대를 살았습니다. 하나님은 예레미야를 통해 인애와 공의와 의의 열매를 맺지 못함으로 자신과의 언약을 위반한 이스라엘과 유다에게 준엄한 심판을 선고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엄격하고 비타협적인 선포는 예레미야의 일생을 끝없는 적대와 고난과 눈물과 위험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심지어 예루살렘의 함락으로 그의 예언이 옳았다는 사실이 입증된 후에도, 사람들은 끝내 그의 메시지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합니다. 그럼에도 예레미야는 끝까지 자신을 거부했던 바로 그 동포들과 함께 고난 받는 길을 선택합니다. 그는 과연 ‘눈물의 선지자’였습니다. 아마 하나님이 자신을 속였다고 비난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로 예레미야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민족의 삶과 신앙의 토대였던 국가와 땅과 성전의 상실에 직면한 예레미야는, 놀랍게도 그들에게 닥친 이 대파국이 언약의 최종적 파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냉혹한 징계의 칼을 휘두르셨던 바로 그 하나님께서 기한이 차면 남은 자들을 긍휼히 여기사 포로에서 되돌리시고 은혜로 그들의 죄를 용서하사 마음 판에 직접 새겨지는 영원하고 새로운 언약을 맺으실 것이라고 선포합니다. 이러한 새 언약은 새로운 창조질서의 출현을 동반하는 철저한 갱신과 새로움을 그 특징으로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오직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에서 비롯된 이 새로운 언약에 들어갈 자들은, 흠 없고 완전한 의인들이 아니라 눈먼 자와 다리 저는 자와 해산하는 여인과 눈물을 흘리는 자들이 될 것입니다.

 

이번에 통독하면서 새삼 깨달은 것은 예레미야서가 강렬한 파토스로 가득한 책이라는 사실입니다. 공평과 정의가 사라진 도성에 가득했던 피해자들의 처절한 비명, 포위된 성읍 거민들이 직면했을 극도의 공포, 함락된 도성의 파괴와 살육의 현장에 가득했을 화염과 피비린내, 모든 것을 잃고 사로잡혀 가는 포로들의 절망과 탄식이 보이고 들리는 것 같습니다. 말씀의 선포라는 소명 때문에 동시대 사람들에게 끝까지 미움과 불신과 냉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막상 선포를 중단하면 마음 속에 불이 붙는 것 같아 결국 고난만이 약속된 소명의 자리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선지자의 삶은 너무도 비극적이어서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힐 것만 같습니다. 이 나이기 되어서야 근엄한 문자의 행간에 차고 넘치던 사람들의 고통과 비명이 보이고 들리다니, 이제야 조금 사람이 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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