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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조직교과서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김기철 옮김, 복 있는 사람 펴냄)

by 서음인 2021. 11. 12.

기독교 신학의 역사와 지형도를 조감하는 탁월한 교과서로 이름 높은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신학이란 무엇인가』의 자매편이라 할 수 있는 신학 원전 문헌 모음집인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김기철 옮김)가 ‘복 있는 사람’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맥그래스는 서문에서 이천 년 기독교 신학의 보고에서 추려낸 350편이 넘는 인용문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의 목적이, 독자들이 중요한 신학원전들을 직접 읽고 씨름하면서 기독교 신학의 핵심 개념, 인물, 학파들에 대한 이해를 깊이 다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박식함과 명료함을 함께 갖춘 우리 시대 최고의 신학 교사 맥그래스보다 이런 책을 쓰기에 더 적합한 저자를 찾기란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 책의 인용문들은 주제에 따라 열 개의 장으로 묶여 있습니다. 각 장의 제목은 ① 예비적 고찰, ② 신학의 자료 ③ 신론 ④ 그리스도의 인격 ⑤ 그리스도 안의 구원 ⑥ 인간의 본성과 죄와 은총 ⑦ 교회 ⑧ 성례전 ⑨ 기독교와 타종교 ⑩ 마지막 일들이며, 8장 ‘기독교와 타종교’같이 20세기에 들어 중요성을 가지게 된 주제를 제외하면 대체로 고전적 조직신학의 구성이나 순서를 따르고 있습니다. 각 장의 앞머리에는 그 장에서 다루는 몇 가지 중요한 이슈들을 소개하고 그에 해당하는 읽을거리들을 안내하는 짧은 서론이 붙어 있으며, 각각의 읽을거리에는 서론과 논평, 생각해 볼 물음이 달려 있어 본문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를 도와줍니다. 여러 시대와 신학 전통으로부터 인용된 본문들의 다양함과 풍성함, 핵심을 찌르는 해설과 논평의 명료함은 과연 맥그래스라는 찬탄이 절로 나오게 만듦니다!

 

성경을 펼쳐든 독자는 그 안에 펼쳐진 새롭고 놀라운 세계와 마주하게 되며, 자신이 만난 이 ‘세계’의 경이를 좀 더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그 과정에서 위대한 신학의 대가들이 성경의 개별 본문들을 재료삼아 심혈을 기울여 쌓아 놓은 정교하고 장엄한 교리의 체계인 ‘진리의 대성당’을 만나, 그 앞에서 숭고와 경외의 감정을 느끼며 황홀경에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만약 탐구자의 여정이 그가 만난 대가나 그 대가가 속한 신학적 전통의 품에 영원히 머물기로 결심하는 것에서 끝난다면, 그에게 ‘신학함’이란 그가 만난 ‘진리의 대성당’을 흠 없이 관리하고 정교하게 다듬는 '청지기'가 되거나, 외부의 위협과 공격으로부터 이 ‘성당’을 안전하게 수호하는 '기사단'의 일원이 되는 일과 동의어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장엄한 신학체계나 탁월한 신학 전통이라 할지라도 성경에 계시되고 세상에서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경이와 풍성함을 모두 담아낼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만약 탐구자가 이 사실을 깨달았다면, 그는 이제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 왔던 ‘교파’와 ‘전통’의 우물을 떠나 광대하고 심원한 2000년 신학의 대양을 향한 모험의 여정을 떠날 준비가 된 것입니다. 맥그래스의 『신학이란 무엇인가』가 이 여정을 떠나기로 결심한 복음주의자들이 필참해야 할 최고의 지도와 안내서라면, 이 책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는 그 여정에서 꼭 들러야 할 명소들을 포착한 최상의 사진들이 담긴 멋진 사진집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맥그래스의 선물인 아름다운 두 권의 책과 함께 과거의 지혜로부터 현재의 ‘나’를 발견하고 미래의 ‘우리’를 빚어가는 참된 ‘신학함’의 모험을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소설가이자 클래식 애호가였던 송영 선생님이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연주한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에 대해 했던 말을 살짝 빌어 인용하는 것으로 제 소개글을 마칠까 합니다. “어떤 진지한 기독교 탐구자에게 맥그래스의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를 보여줬다고 하자. 그가 그 책을 보고도 아무런 감동의 흔적도 보여주지 않을 때, 그때 내가 느끼는 감정이 아마 고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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