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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인문/문학

몽골 현대시 선집 (이스 돌람 외 지음, 문학과 지성사 펴냄)

by 서음인 2016. 5. 31.

내 신앙의 은사이자 멘토인 오박쉬가 파송받아 MK 학교에서 교감으로 봉사하고 계시는 곳,  비전케어라는 단체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고 그 이름으로 의료사역을 위해 밟았던 첫 땅,  매너리즘에 빠져 안주하고 있던 나에게 문화적 충격과 함께 신앙적 소명을 다시 일깨웠던 나라. 그곳에서 잠시나마 보았던 초원과 자연, 들었던 연주와 노래, 그리고 만났던 사람들, 또 몇몇 분들에게 졌던 마음의 부채까지.....  몽골은 그 이후로 나에게 특별한 나라가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위대한 대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몽골의 용감하면서도 소박하고 강인하면서도 섬세한 사람들의 삶과 사랑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래서 나에게 특별하다.

 

 

 

                    드넓은 고비의 집

 

 

                                                      데 체데브

 

 

먼 여행길에서 피곤에 지친 나는 한 잔의 차를 갈망하며

 

멀고 광활한 고비의 집을 보석 찾듯 살피며 갔다. 

 

한참을 헤메다 어느 집을 찾아 갔을 때

 

게르문이 자물쇠로 채워져 있지 않았다.

 

주인 목자는

 

       먼 초지에 가축떼를 방목하러 갔다.

 

다섯 한의 게르 안에는 가구며 그릇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

 

원하는 어떤 이를 위해 준비해놓은 차가 아직도 뜨겁다.

 

갈증으로 찾아온 어느 누군가가 차를 마시고 갔다면

 

집주인이 기뻐하는 고대의 풍습을 나는 안다.

 

태양과 바람이 스며든 육포로

 

       체력을 보충하고 떠난 이가 있다면

 

생애의 한 일을 이루었다고 자랑하는

 

       소중한 풍습을 나는 안다.

 

진한 향기가 나는 차로 갈증을 풀고

 

의심 없는 마음의 깊이에서, 나는

 

       마음의 갈증을 풀었다.

 

펠트 게르의 문은 자물쇠가 채워지지 않은 채

 

믿음을 잃지 않은 주인이

 

       가축떼의 초지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우리의 광활한 고향을 찾으면

 

       당신은 잘 안다, 괜찮다는 것을!

 

'사구가 펼처진 고비, 몽골인의 마음에

 

       인색의 자물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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